유튜브에서 ‘초간단 오이냉국 만드는 법’이란 영상을 봤다. 요즘처럼 날이 덥고 입 깔깔할 때 오이냉국처럼 좋은 국물이 또 없다. 그런데 ‘초간단’에 한두 번 속은 게 아니다. 소금에 절이고 하룻밤 숙성시키고 약불에서 계속 저어줘야 하는 식의 초간단 조리법을 여러 번 봤기 때문이다.

그림=김도원 화백

오이냉국은 정말 초간단이었다. 맹물에 소금·설탕·식초 넣고 휘휘 저어 녹인 뒤 오이채 넣고 참깨 뿌리면 끝. 먹을 때 얼음 몇 개 동동 띄우면 더 좋다. 식탁 물가가 치솟아도 오이는 두 개 1000원이니 싸기도 정말 싸다. 물론 오이냉국에 미역을 더하거나 양파나 방울토마토 같은 재료를 추가하면 초간단의 범주를 벗어나면서 귀찮아지기 시작한다. 전래되는 요리법에 따르면 오이는 속이 들지 않은 것을 써야 하며 간장과 식초로 간하고 고춧가루·깨소금을 친 뒤 실파 이파리를 얇게 썰어 물김치처럼 만든다고 하니, 오이냉국도 제대로 만들려면 꽤 번거롭다.

오이냉국은 기름기 있는 반찬과 같이 먹어야 더 맛있다. 고등어 한 마리 굽고 갓 지은 밥과 오이냉국 한 사발을 식탁에 올렸다. 얼음 살살 헤치며 오이채와 냉국을 한 숟갈 떠먹으니, 이야,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처럼 간단하고 이만큼 저렴하면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또 있을까. 올여름은 오이냉국으로 나겠구나 싶었다. 달지만 너무 달지 않고 시지만 너무 시지 않으며 짜지만 너무 짜지 않은 국물, 그리고 갓 벗겨낸 오이채는 아직 숨이 덜 죽어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씹혔다.

모름지기 한식 세계화란 이런 음식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왜 대통령 바뀔 때마다 그 부인들이 외국 나가서 줄창 떡볶이 끓이고 김밥만 마느냔 말이다. 내가 아는 서양의 오이 요리는 피클밖에 없는데, 그들에게 오이냉국 한 사발 마시게 하면 침을 줄줄 흘리며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을 것이다. 동방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나의 조국, 오이냉국의 나라에서 태어난 게 자랑스러워 두 사발이나 들이켰다.

오이냉국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식초를 쓰는 음식이라서 먹기 직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저녁에 다시 오이를 채 썰고 국물을 만들었다. 이번엔 홍고추도 하나 가늘게 썰어 넣었다. 얼음 몇 알 띄워 한 숟갈 떠먹는데, 점심 때 그 맛이 아니었다. 맛이 없진 않았지만 감탄사가 나오지도 않았다. 한식 세계화도 쉽지 않아 보였다. 역시 두 끼 연달아 먹고도 맛있는 음식이란 없는 모양이다. 냉국을 너무 많이 마셨더니 뜨끈한 된장국이 생각나는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