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개불같이 생겼지만 화병입니다. 손으로 작업해서 올록볼록 거칠고 귀여운 모양이 특징이에요.”
꽃 담는 화병인가, 주물럭거리다 실패한 망작인가. 작년 7월부터 김모(27)씨는 집에서 직접 도자기를 빚어 소셜미디어(SNS)와 유튜브에 올려 지인들에게 전시 중이다. 전문 도예 수업을 받은 적은 없지만, 손 물레와 도예 칼 세트를 사서 집에서 도자기를 빚고, 근처 공방의 가마에 가져가 굽는다. 김씨가 사용하는 방법은 주로 손으로 눌러서 형태를 잡는 ‘핀칭 기법’. 김씨는 화병뿐 아니라 컵과 국그릇, 스탠드를 만들어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까지 했다. 김씨는 “손으로 모양이 갖춰지는 것을 보면 은근히 스트레스가 풀려서 직장 생활이나 학업에 지친 지인들에게 추천 중”이라고 말했다.
‘방구석 도예가’를 자처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도자기 공방에서 일일 수업을 듣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물레와 도자기 흙과 같은 재료를 집에 들여놓고 식기나 일상 도구를 만들기도 한다. 100% 수작업 결과물의 모양은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보는 공산품과는 영 딴판. 오히려 조악하다는 뜻의 ‘키치(Kitsch)’에 가깝지만 내 손으로 만들어 귀엽고 더 마음이 간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도자기공예기능사 응시자도 크게 늘었다. 2021년 필기시험 응시자는 527명으로, 2019년 318명에 비하면 2년 만에 40%가량 증가했다. 10년 전 232명에 비해서는 60%가 증가한 수치다.
이들은 왜 조용히 방 안에서 도자기 빚는 일에 빠졌을까. MZ세대는 ‘내 손의 감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경남 김해의 한 공방에서 도예를 배운 유모(26)씨는 “흙을 만지다보면 어릴 적 찰흙놀이를 하던 기분이 들어 편안하다. 매 끼니를 내 손자국이 남아 있는 그릇에 담아 먹으면 스스로를 온전히 아끼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이모(30)씨는 “가장 좋아하는 기법은 로프(밧줄) 형태로 만든 점토를 밑판부터 쌓아 올리는 ‘코일링’인데, 사람에 치여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도자기를 빚으면 흙과 함께 마음이 다시 바로 세워지는 것 같다. 도예는 정신 수양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도재상에서 재료를 구하기 부담스러운 입문자를 위해 간편한 도예 키트도 판다. 플라스틱 물레와 도예 칼, 안료와 같은 구성품과 함께 3만~5만원으로 구매 가능하다. 조금 익숙해지면 미니어처 도자기에 도전해볼 수도 있다. 손바닥만 한 받침대의 전기 미니어처 물레도 있다. 방 밖에서 전시도 이뤄진다. 주된 공간은 이들의 소셜미디어. ‘#방구석도예가’ ‘#도자기도전기’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인스타그램 등에서 ‘출품’되고 있다.
한 달 안에 ‘○○ 만들기’ 챌린지도 유행이다. 흙물 묻히는 법, 손 물레 조작법 등 기초적인 방법을 공방에서 배우고 이를 응용해 집에서 다기 세트나 찻잔 세트를 만드는 것이다. 주로 기념일 선물 제작용으로 도전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달 어머니에게 직접 만든 찻잔 세트를 선물한 박윤정(27)씨는 “투박하지만 흙 다듬고, 모양을 만들어 색을 칠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공이 들어갔다. 어머니는 값비싼 에르메스 찻잔 세트보다 내가 만든 찻잔을 더 아끼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