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앞 로또 집, 장사 20년 만에 처음 1등 나왔단다!”
로또 명당의 법칙을 단번에 바꾼 판매점이 나타났다. 본디 명당은 1등 당첨 횟수가 좌우한다. 가게 앞 간판부터 표지판까지 ‘1등 당첨 n번 나온 곳’이라 도배를 해야 사람이 몰리고 기운이 모인다. 그런데 서울 용산구의 한 판매점에 얽힌 소문은 달랐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함께 첫 로또 당첨자가 나오자마자 새로운 명당으로 등극했다는 것. ‘운칠기삼(運七技三)’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는 로또의 세계에선 “나라님 오시니 기운이 트였다”는 우스개도 돈다. 소문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집무실 앞 그 로또 판매점을 직접 찾아가 봤다.
지난 6일, 도시철도 신용산역 1번 출구. 한강대로 방향에 로또를 파는 가로 판매대(보도 위 영업시설물)가 있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국방부 후문에서는 걸어서 5분 거리다. 장사를 하는 이연순(72)씨에게 최근 1등 당첨자가 나왔는지 물었더니 “예, 맞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로또 1회 추첨 때부터 같은 곳에서 영업을 해왔는데, 지난달 7일(1014회차) 처음 1등 당첨자가 나왔다고 했다. 그 뒤로 평일 퇴근 시간대가 되면 인근 직장인들이 줄을 서서 복권을 사 간다. 1등이 딱 한 번 나왔을 뿐인데, 이전과 비교해 한 달 매출액이 100만원 이상 늘었다.
당첨자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2년째 자동 선택이 아닌 ‘수동’으로만 로또를 사는 단골이었다. 관련 내용을 발설할 수 없다는 암묵적 원칙에 따라 이씨는 당첨자의 성별도 나이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당첨 사실을 안 직후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사장님, 그동안 고마웠습니다”라며 담담히 인사를 전했고, 당첨금 세후 16억원 중 제법 두둑한 사례비를 이씨에게 전달했다. 이씨는 “그 사람이 당첨됐다고 말하지 않는 이상, 난 누가 됐는지 몰라. 당첨돼도 자기만 알고, 입 싹 닫을 수 있는데, 인사하고 사례까지 해주니 참 고맙지”라며 웃었다.
이씨는 2002년 말부터 영업을 해왔다. 로또 판매인이 되기 위해서는 차상위 계층이거나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받아야 한다. 이씨는 10년 전부터 로또 판매만으로는 생계유지가 힘들어 목캔디와 캐러멜, 음료수를 함께 팔고 있다. “로또가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부터 장사했지. 그때는 로또가 정확히 뭔지도 몰랐어. 20년 만에 1등 처음 나왔으니 이제야 장사 좀 나아지려나 기대해보는 거지.” 대통령 집무실이 이곳 주변으로 이전한 뒤로 달라진 점도 있었다. “여긴 원래 노숙인들이 많아. 자기들끼리 고성도 지르고 싸우곤 했는데, 이제는 경찰들이 쭉 서고 있으니 밤에도 안심은 되지.”
이씨 가게 앞에는 빨간색 글씨로 ‘로또 1등 당첨자 나온 곳. 1401호(실제로는 1014회차) 로또 명당’이라 직접 써 붙인 표지가 있다. 이렇게 당첨자가 나온 곳에서 사면 당첨 확률이 높을 것이라 믿는 현상을 ‘핫 핸드(hot hand) 효과’라고 한다. 농구 경기에서 ‘핫 핸드(골 결정력이 좋은)’ 선수가 앞으로도 골을 잘 넣을 것이라 믿는 것에서 유래한다. 이곳에서 로또를 구입하기 위해 서울 광진구에서 온 정모(36)씨는 “이전에 당첨된 사람이 있다고 나도 될 거란 보장이 없는 걸 알긴 하지만, 어차피 구매할 거 기운 좋은 곳에서 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신의 가게를 둘러싼 소문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될 사람이 된 거지. 대통령 왔다고 1등 나왔겠나. 운칠기삼도 자기 재주가 3할은 있어야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