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에 너무나 기쁜 일이지요. 박찬욱 선배, 송강호 선배 축하드립니다! 안 그래도 얼마 전 영화 ‘반도’ 팀과 이야기했어요. 그때 (코로나로) 칸에 못 가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더 크게 열리고, 그 자리를 한국 영화들이 빛내줘서 정말 다행이라고. 우리의 한을 풀어준 것 같다고.”
전화 속 연상호(44) 감독이 멋쩍은 듯 웃었다. 연 감독을 대면으로 인터뷰한 건 한 달 전,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였다.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잇달아 공개된 티빙 드라마 ‘돼지의 왕’과 ‘괴이’ 원작자로, 준비 중인 넷플릭스 영화 ‘정이’와 ‘지옥 2′의 연출자로, 연재 중인 카카오 웹툰 ‘계시록’의 작가로 만났다.
그러나 이후 한국 영화계에 많은 일이 일어났다. 먼저, 연 감독과 함께 9년 만에 복귀작을 준비 중이던 배우 강수연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최근 열린 칸 영화제에서는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영화 ‘브로커’로 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감독 연상호가 이 이슈들과 무관할 수는 없다. 비보와 낭보 속에 지난 한 달간 이어진 연상호 감독과의 대화다.
◇칸은 언제나 탐나는 무대
“연상호는 박찬욱, 봉준호를 잇는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이다.”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2020년 연 감독의 영화 ‘반도’를 칸에 공식 초청하면서 했던 말이다. 그해 칸 영화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결국 개최되지 않았다.
연 감독은 2012년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으로 처음 칸 영화제를 찾았다.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였다. 2016년에는 영화 ‘부산행’이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대돼 호평받았다. 이후 4년 만에 공개된 ‘반도’ 역시 초청받았다가 행사가 취소됐다. 예정대로라면 ‘칸느 박’의 후계자는 누가 봐도 ‘칸느 연’이었다.
-영화 ‘부산행’으로 천만 관객을, 드라마 ‘지옥’으로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경험했지만, 칸과 아카데미 수상 경력은 아직 없다. 또 한 번의 천만과 글로벌 1위, 칸과 아카데미 수상 중 가장 탐나는 타이틀은 뭘까?
“다, 너무 좋다. ‘부산행’으로 칸에 갔을 때 레드카펫 행사를 하면서, 그런 행사에 많은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도 남다른 건 있는 것 같았다. 칸에서 내 영화가 상영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깐. 그래서 ‘반도’가 초청됐다가 코로나로 못 갔을 때 많이 아쉬웠다.”
-앞으로 기회가 오지 않을까.
“현재 잡혀 있는 작품들이 넷플릭스가 많다 보니 아쉬움이 더 있는 것 같다. 지금 넷플릭스 작품들은 칸에 못 간다. 그래도 언젠가 한 번은 칸에 갈 날이 오지 않을까(웃음).”
-넷플릭스에서 티빙까지 OTT 작업이 많다.
“영화 ‘반도’ 때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극장 개봉은 적어도 두 달 전에 계획하는데, 코로나라는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예측을 못 하다 보니 20억에 가까운 돈을 날리기도 하는 등 도박에 가까운 상황이 돼 버렸다. 그런 스트레스 없이 작업하고 싶어 시작한 게 넷플릭스 ‘지옥’이다.”
-‘지옥’ 이후 바로 영화 ‘정이’ 작업에 들어갔다.
“지옥을 끝냈을 때 지금 ‘정이’를 안 하면 못 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산도 그렇고, 서사도 굉장히 실험적이고 미니멀한 이야기이다 보니. 흔히 말해 기세가 좋을 때 할 수 있는 이야기라 바로 시작했다.”
-영화 ‘정이’는 어떤 작품인가.
“강수연 선배가 맡은 주인공 서현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굉장히 사적인 이야기다. 여기에 22세기,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에서 생존이 힘들어진 인류가 최후의 피난처에서 처절한 내전을 벌인다는 SF이기도 하다. 강 선배는 뇌 복제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의 팀장 역을 맡았다. 예산은 많이 들었는데, 마치 단편소설 같다.”
-배우 강수연을 처음 만난 건 언제였나?
“2011년 ‘돼지의 왕’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을 때다. 당시 칸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갑자기 불러서 말을 걸었는데, 영어 실력이 짧아 당황하고 있었다. 그때 강 선배가 통역을 해줬다. 월드스타가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의 통역을 자처하다니! 지금도 신기하다.”
-연상호의 페르소나는 누구인가.
“유아인 배우도 친하다고 이야기하긴 뭐하지만 너무 좋아하고, 박정민 배우도, ‘지옥’에 이어 ‘정이’까지 작업하는 김현주 배우도, 구교환 배우도 다 좋다. 난 대본을 쓸 때부터 배우를 어느 정도 염두해두고 쓴다. 내가 연출한 작품의 경우에는 대본을 쓸 때 캐릭터와 배우가 거의 일치한다. 직접 연출하지 않을 때는 감독에게 전권을 맡긴다. 그런데 ‘페르소나’라는 말보다는 ‘동료’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작업할 때도 배우, 촬영감독과 함께 고민하는 편이다.”
-이미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만화 등 장르뿐 아니라 극장, OTT, 검색 사이트 등 모든 플랫폼을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성공과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 많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플랫폼이 많아지다 보니 곤란한 부분도 있다. 주 이용층이 다르니 극장 개봉과, 넷플릭스, 티빙을 노린 작품 기획이 모두 달라져야 한다. 하나의 플랫폼을 보고 기획을 하는 건 리스크가 있다. 넷플릭스용으로 기획했는데, 넷플릭스가 못 하겠다고 하면 다른 곳으로 갈 수가 없다. 그 모양 그대로 티빙으로 가면 (시청자) 성향이 달라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과도기에 많은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건 복이다.”
-각각 어떻게 다른가.
“한국의 극장 시스템이라고 하는 건 남녀노소가 다 보는 곳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전 세계적으로 주 이용자라고 하는 층이 있다. 이는 남녀노소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영화 ‘부산행’ 같은 경우는 장인어른, 어머니, 어머니 친구들도 다 가서 보실 정도였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아들이 거기서 작품을 만든다고 하니 보시긴 하는데 아직도 낯설어하신다. 그러니 넷플릭스에서 대중성 있는 작품이라고 하면 또 조금 다른 거다. 넷플릭스와 티빙도 주 이용자층이나 성별이 다르고. 창작자 입장에서도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 많은 아이디어의 원천은?
“영감은 엄청 많다. 군대 있을 때 메모해 놓은 게 수첩으로 3~4권이다. 군대 가면 할 일이 많지 않다. 내가 있던 부대가 101여단이라고 파주 임진각 쪽에 있던 지금은 없어진 부대인데, 보초 서는 철책 근무를 하면 8시간씩 선다. 그러면 쓸데없는 잡생각을 많이 한다. 그걸 메모하는 거다. 그때 쓴 아이디어 중 하나가 ‘돼지의 왕’이었다.”
◇존재감 없는, ‘오타쿠’였던 아이
한국 영화계에 연상호라는 이름 석 자를 알리기 시작한 건 2011년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었다. 원작은 사업 실패 후 아내를 충동적으로 살해한 남자가 중학교 시절 친구를 찾아가 과거를 되짚는 미스터리 잔혹 스릴러. 최근 김대진, 김상우 감독의 연출로 티빙에서 실사 드라마로 만들어지며 연쇄 살인 추척 스릴러로 바뀌었다. 학교 폭력이 가해자와 피해자, 이를 방조한 사람들까지 성인이 된 뒤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는 문제를 짚고 있다.
-’돼지의 왕’의 영감은 어디서 얻었나?
“중학교 때 경험이 많이 녹아있다. 난 서울 강남에 있는 신구중학교를 나왔는데, 빈부 격차가 굉장히 심했다. 부잣집 아이들은 엄청난 부자고, 가난한 아이들은 너무 가난한. 고등학교는 수색에서 나왔는데, 그 학교는 같은 반 아이들 사는 게 고만고만했다. 그런데 신구중학교는 달랐다. 그리고 그 격차가 심하다는 걸 열 몇 살밖에 안 된 아이들이 다 알았다. 거기서 느껴지는 여러 가지 감정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돼지의 왕’에서 가장 악한 캐릭터는?
“‘돼지의 왕’에 나온 캐릭터들이 악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범죄자지만, 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물음표다. 다들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난 사람에게 환경이 주는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은 정종석 같은 사람이다. 자신의 욕망을 타인에게 투영하려고 하는, 누군가를 우상화하려고 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
-원래 꿈이 영화감독이었나.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고 싶었다. 유일하게 좋아한 게 애니메이션이어서. 공각기동대, 아키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초기작들을 좋아했다.”
-어떤 학생이었나.
“오타쿠 같은 아이였다. 존재감 없는 아이들 중 하나. 주목받을 만한 특징도 없었고, 그렇다고 엇나가지도 않았고, 공부는 못했고. 아마 중학교 때 친구들 중 나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자신의 욕망을 타인에게 투영하고, 누군가를 우상화하려고 한다는 건 ‘지옥’과도 연결되는 주제 같다.
“요즘 그런 것에 관심이 많다. 사람은 자신이 사상적으로 기댈 수 있는 존재 같은 게 늘 필요하다. 사실 어떻게 보면 거대 이데올로기가 부서지는 순간, 중소 이데올로기가 난립하게 되는데, 이럴 때 혼란스럽다. 이때 맹목적으로 무언가를 신봉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이 존재한다. ‘지옥’은 그 과정에서 나오는 ‘집단 광기’를 다룬 드라마다. 카카오 웹툰에서 연재 중인 만화 ‘계시록’ 역시 믿고 싶은 것을 믿는 인간들이 만들어가는 정의와 구원에 관한 이야기다.”
-’지옥2′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지금 대본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 안에 만화가 나올 것 같다. 기존 캐릭터도 등장하고, 새로운 캐릭터도 등장한다. ‘계시록’은 영화로 만들어질 것 같은데, 영상은 ‘지옥2′가 먼저 나올 거다. 대본을 동시다발로 작업한다. 이것 좀 하다가, 저게 더 떠오르면 저걸 하고. 장건재 감독이 연출한 티빙 드라마 ‘괴이’ 초고는 영화 ‘염력’을 만들기 전에 썼다. 세상이 멸망했는데 첫사랑을 찾으러 가는 그런 단편 이야기. 연애를 아포칼립스(세상의 종말)물과 연결하고 싶었다.”
드라마 ‘괴이’는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귀불의 저주에 현혹된 사람들과 이 사건을 캐는 한 고고학자의 이야기다. 연상호 원작을 바탕으로 류용재 작가와 극본을 썼고, 장건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2화 제목이 ‘팬데믹’이라 당연히 코로나 기간 쓴 작품인 줄 알았다. 극중 군수가 주민들을 검은 비를 맞은 사람과 안 맞은 사람으로 나누는 것도 코로나로 인한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혀 아니다. 코로나가 닥칠 줄 몰랐던 상황에서 쓴 작품이다. 그 장면은 대중이 불확실성 속에서 잘못된 정보에 대한 혼란을 느끼는 장면을 표현한 것이다.”
-드라마 ‘돼지의 왕’도, 영화 ‘염력’도, 계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돼지의 왕에는 태어날 때부터 사랑받는 개파와 먹이가 될 날을 기다리는 돼지파가 등장하고. 영화 ‘염력’에서도 계급을 강조한다. 계급이 존재하나?
“사회와 학교 모두에 존재한다. 사회는 훨씬 교묘하다. 잘 드러나지 않고 숨겨져 있다. 어린아이들은 직설적이라 훨씬 더 드러난다. 사회에는 예의가 있어 제대로 드러내지 않을 뿐, 난 지금도 그런 계급을 느낀다.”
◇이야기꾼 연상호, 알고 보니 딸바보
연상호는 이야기꾼이다. 애니메이션 작업 때부터 각본, 연출 모두 직접 했다. 2020년 tvN 드라마 ‘방법’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기 시작했다.
-드라마 ‘방법: 재차의’ ‘돼지의 왕’ ‘괴이’ 들은 다른 감독이 연출했다.
“내 원작을 다른 사람이 연출한 결과를 보는 재미도 크다. 내가 하면 이렇게 했을 텐데, 저 사람은 저렇게 해석했구나 하는 걸 보는 즐거움이 있다.”
-카카오 웹툰에서는 최규석 작가와 ‘계시록’을 연재 중이다. 네이버 웹툰 ‘지옥’에 이어 최 작가와 두 번째 작업이다.
“최 작가는 만화가이다 보니 이야기를 만화로 표현해내는 걸 보는 재미가 있다. 대학 입학 전 미술 학원 다닐 때 친하던 형이 상명대 만화학과를 가고, 나는 서양학과를 갔는데, 그 형 소개로 최 작가를 만났다.”
-본인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준 감독은?
“데이비드 린치 감독은 20대 초반에 쓴 대본에 많은 영향을 줬다. ‘트윈 픽스’ ‘로스트 하이웨이’에서처럼 개인의 환상과 실제를 오가면서, 어떤 게 환각이고 어떤 게 실제인지 모르는 그런 것을 표현해내는 데에 큰 영향을 받았다. 가타야마 신조 감독의 ‘실종’은 범죄의 이면을 시점을 바꿔가면서 보여주는 게 색달랐다. 감독에게 카메라 몇 대 썼냐고 물어보니, 원 캠 작업을 했다고 하더라. 촬영할 때 한 카메라로 찍는다는 건 예비 샷을 거의 안 찍고, 처음 설계대로 감독의 비전을 그대로 찍는 것이다. 그런 데서 영향을 받았다.”
-’괴이’에서 ‘마음은 바라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대사가 인상적이다.
“여러 의미가 있다. 상처라는 것도 바라보니깐 계속 커진다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발현시키는 존재를 귀불이라고 한다면 그걸 봉인하는 건 마음이다.”
-상처를 무시하는 게 더 좋은 건가?
“나쁜 건 들춰내지 않고, 좋은 건 많이 보고, 그런 게 좋은 거 아닌가? 난 자기의 아픔은 상처의 딱지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딱지는 가만히 놔둬야 새 살이 돋는다. 딱지를 계속 떼면 덧나기 마련이다.”
-영화 ‘부산행’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K 좀비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좀비가 장르가 될 수 있었던 건 조지 로메로 감독이 ‘좀비’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상업신에서 좀비라는 거로 가장 먼저 영화를 만들긴 했지만, 좀비라는 건 한 장르로서 누구나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그런 측면에서 K 좀비물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 우주 좀비도 나오고!”
-’부산행’으로 극찬을 받은 후 영화 ‘염력’으로 혹평을 받았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을 것 같은데.
“‘부산행’ 이후 바로 ‘염력’에 들어갔다. ‘부산행’ 때 너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2~3년 정도 좋은 이야기만 듣고 쉬다가 했을 수도 있는데 하는 생각은 든다, 하하! ‘지옥’을 발표했을 때도 영화 ‘정이’ 촬영을 하고 있었다. ‘지옥’이 잘됐는지 어땠는지에 대한 생각 없이 다음 작업을 찍기 바빴다. 나는 그런 게 괜찮다고 생각한다. 좋은 이야기든 나쁜 이야기든, 자꾸 바라보고 있다 보면 거기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다음 작품이 급하다 보니 많이 신경 쓰지 않고, 그러다 보니 더 바쁘게 사는 것 같다.”
-연상호 작품을 비판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신파’다.
“난 그게 신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휴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신파란 뉴웨이브, 즉 사적 감정을 중요시하는 사조다. 난 신파가 아닌 휴머니즘을 찾고 있고, 보편적 대중을 대상으로 만들 때 휴머니즘은 꼭 필요하다. 물론 그걸 연출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더 고민하고 있다.”
-’돼지의 왕’ ‘서울역’ 등을 보면 바람직한 어른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흔적이 나온다.
“좋은 어른으로 존재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복합적인 문제다. 누군가에겐 좋은 사람인데, 누군가에겐 나쁜 사람일 수도 있는 게 지금 사회의 문제니까. 될 수 있으면 이걸 입체적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드라마 ‘괴이’도, 영화 ‘염력’도 딸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난 내 딸에 대해 죄의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데? 하하! 딸이 여덟 살인데, 얼마 전에 딸한테 키즈폰 사 줬다. 하루에 열 번씩 전화 온다. 딸 친구까지 그 휴대폰으로 ‘저 누구 친구인데요’ 하면서 문자 보낸다. 그러면 또 그 문자에 답해주고. 집에도 빨리 들어간다.”
-인간 연상호는 가정적이고 따뜻한데 왜 작품은 어두울까.
“글쎄, 첫 단추를 잘못 끼웠나? 하하! 적어도 우리는 사회인이니까 내면을 100% 드러내지 않는다. 나만의 세계가 있겠지. 그대로 내놓고 살지는 않으니까. 지금 이렇게 나와 오랫동안 이야기했지만, 나에 대해서 다 안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