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실로 오랜만에 제주도를 찾아갔습니다. 제주연구원 개원 25주년 기념 행사에서 특별 강연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전 제주에서 경험했던 이런저런 일들이 생각났습니다.
제주를 찾을 때는 늘 가슴이 설렜습니다. 아름답고 청정한 자연 풍광과 이국적인 분위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남쪽 바다 위에 제주도가 없었다면 우리는 얼마나 허전했을까 하고 생각하곤 하였습니다. 대양으로 나아가는 길목, 아니 대양에서 들어오는 길목에 제주도가 파수꾼처럼 딱 버티고 서있다는 것이 축복같이 느껴졌습니다. 적어도 총리직을 맡기 전에는 늘 그러하였습니다.
그런데 2011년 4월 총리로서 찾아갔을 때는 달랐습니다. 당시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하여 평화의 섬 제주에 군사기지 건설은 온당치 않고 또한 자연환경을 파괴한다는 이유로 반대 운동이 극심하였습니다. 제주 4·3 사건과 관련해서는 공산 세력의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을 기리고 그들의 명예회복을 위하여 참여정부 시절 특별법을 만든 이래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서운함과 불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숙제를 안고 찾아간 터입니다. 도민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무슨 말씀을 드려야 정부의 진정한 뜻이 전달될까 고민하다가 일단 시 한 수로 제 마음을 전달하기로 하였습니다. 비행기 속에서 수십년 만에 부랴부랴 시답지 않은 시를 썼습니다.
‘웅혼한 대륙을 달려온 반도의 끝자락/ 푸른 바다를 넘어 우뚝 솟은 한라의 영봉/ 그 아래 펼쳐진 우리의 삶이/ 낙원의 삶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누가 제주를 그저/ 우리 대한의 사랑스러운 막내라고 하는가?/ 누가 그저 제주가 없었더라면/ 대한이 얼마나 허전했으랴 하는가?/ 아니다/ 제주는 저 넓은 대양을,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대한민국의 관문이다/ 파수꾼이다/ 얼굴이다/ 이른 봄이면/ 서귀의 꽃 소식으로 우리를 설레게 하고/ 늦가을이면/ 한라 영봉의 눈 소식으로 우리를 숙연케 하는 제주/ 제주가 노래하면/ 반도도 노래할 것이요/ 제주가 가슴앓이하면/ 반도도 가슴앓이할 것이라/ 그렇기에 제주는/ 희망, 평화, 번영의 섬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희망과 평화와 번영의 땅이기 위하여’.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먼저 시를 쓴 경위와 취지를 설명하고 낭독하였습니다. 참석자들은 총리의 엉뚱한 행적에 당황했을 테지만 잘 들어주었습니다. 동행했던 공보실장은 “이것은 홍보에 좋은 뉴스 감이야” 라고 생각했는지 시가 적힌 메모지를 슬그머니 가져다 복사하여 언론에 공개하였고 총리실 페이스북에도 올려버렸습니다. 그 일에 저의 뜻은 전혀 개입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이를 보도하였지만 그대로 조용히 묻히고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강연 시작 전, 구만섭 도지사 권한 대행, 좌남수 도의회 의장, 김상협 제주연구원장에게 11년 전의 자작시에 관련한 해프닝을 추억거리로 이야기하였습니다. 이어진 강연에서는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여 사회 통합을 이루는 문제에 대하여 경험한 사례를 인용하며 설명하였습니다. 직원들은 당면한 제주 제2공항 건설에 관련한 갈등의 해결 방안과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직자들의 역할 등을 질문하여 나름대로 답변하였습니다.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강연이 끝났을 때 김상협 원장님은 그사이 시를 찾아 게시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도청과 도의회에 보낼 것까지 만들어 거기에 엉터리 시인의 사인을 부탁하였습니다. 누군가 읽는 사람은 가볍게 웃고 지나가겠지만, 제주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마음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