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벗었다. 2020년 1월 이후 거리에서 단 한 번도 벗은 적 없는 마스크를 지난 2일 서울 도심 광화문 한복판에서 벗었다. 알싸한 아침 공기, 거리를 활보하며 숨을 힘껏 들이마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감이 밀려왔다. 그러나 행인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주변에 ‘탈(脫)마스크 동지’가 있는지 찾아봤지만, 적어도 반경 100m 이내에선 보이지 않았다. 점심 때가 되자 ‘턱스크’(턱에 건 마스크)를 한 이가 눈에 띄게 늘었다. 그래도 마스크를 쓴 이가 더 많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까지 가족 중 누구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는 직장인 변희수(38)씨는 “방역이 느슨해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며 마스크를 고쳐 썼다. 경복궁으로 나들이 온 조윤미(40)씨는 “이제 야외에서 사진 찍을 때만이라도 눈치 안 보고 마스크를 벗을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평소엔 그냥 끼고 다닐 계획”이라고 했다.
실외에선 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렸지만 시민들은 마스크와 작별하지 않았다. 이름하여 ‘마스크 분리 불안 시대’. 지난달 19~20일 취업 정보 전문 업체 ‘인크루트’가 성인 남녀 1217명을 대상으로 ‘실외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도 비슷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어도 코로나 상황에 스스로 안전함을 느낄 때까지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겠다’는 응답이 51.8%였고,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마스크를 계속 착용할 것’이라는 응답은 26.3%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스크파(派) Vs 탈마스크파’ 의견을 묻는 글이 많아졌다. 마스크파 사이에선 “마스크 생활이 답답하긴 했어도 흔한 감기 한번 안 걸렸다” “지나고 보니 실보다 득이 많더라”는 의견이 강했다.
감염과는 별개로 마스크 쓴 얼굴이 더 익숙해져 분리 불안을 겪는 이도 있다. 일명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얼굴이 더 예뻐 보인다는 ‘마기꾼’(마스크+사기꾼)들 사이에선 때아닌 ‘비상’이 걸렸다. 네이버의 한 커뮤니티엔 ‘마기꾼인데 당장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두렵다’는 글이 올라왔다. “마스크를 쓰는 동안엔 ‘예쁘다’는 소리를 제법 많이 들었는데 마스크로 가려져 있던 하관의 피부 관리, 턱선에 치아 미백까지 관리해야 해 고민이 깊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결국 마스크가 최고의 성형이었나?’라는 웃지 못할 댓글이 달렸다.
실제로 피부나 턱선 관리, 치아 교정을 위해 병원 문을 두드리는 이도 적지 않다. 유민재 데이원클리닉 원장은 “마스크를 오래 착용하면서 피부 톤이 달라진 경우, 마스크 착용으로 생긴 피부 트러블인 마스크네(mask+acne) 치료, 턱선 리프팅을 목적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착용 의무 해제에도 마스크를 쉽게 벗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은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 전염력이나 치명률이 독감 수준으로 떨어진 후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을 완화했다면 마스크 분리 불안이 덜했을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그러나 실외에선 1m 이내 거리에서 마주 보고 침을 튀기며 대화하지 않는 이상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떨어지니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며 “특히 등산 등 야외에서 숨이 찰 정도로 격한 운동을 할 때 마스크를 쓰는 것은 호흡기에 오히려 안 좋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부 트러블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4시간에 한 번씩 마스크를 벗어 습해진 입 주변을 쾌적하게 해주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