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주말뉴스부장

매주 토요일 아침 눈을 뜨면 어김없이 카톡 한 통이 배달돼 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새벽 4시면 등산에 나선다는 70대 애독자인데요, 토요일 받아든 <아무튼, 주말>을 일별한 소감을 적어 보내거나, 이른 아침 한산한 지하철 풍경을 비롯해 북한산 일출과 사계, 도봉산의 선인봉⋅만장봉⋅자운봉, 우면산 정상의 소망탑을 담은 사진들을 선물로 보내주십니다.

올봄 진달래꽃 소식도 그분에게서 제일 먼저 받았습니다. 지난주 북한산 진달래 능선을 오르다가 매년 가장 먼저 피는 진달래가 만개했다며 사진을 찍어 보내주셨지요. 작년 12월엔 한겨울에 핀 ‘한 쌍의 정신 나간 진달래’ 사진을 보내셔서 어찌나 웃었던지요. 진달래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고, 철쭉은 그 반대라는 사실도 그 덕에 알았습니다.

문화계에서는 괴짜에 독설가로도 유명한 분이라, 제가 쓰는 ‘아무튼, 줌마’와 인터뷰에 가끔 시비도 겁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좋아하진 않지만 타고난 건강 하나는 부럽더라” “이어령 선생이 잘난 건 알겠는데 그리 정이 가는 사람은 아니다” “TV 드라마 작가들이 대개 여성들이라 여자들 취향에 맞는 대사들이 많더라, 그래서 안 본다” 등등. 한현우 기자의 ‘나는 강아지로소이다’ 연재가 시작됐을 땐 “정치면이 다 개소리인데 주말판에서까지 강아지 깽깽거리는 소리를 들어야 하냐” 항의하더니, 요즘은 같은 필자가 쓰는 ‘살림하는 중년남자’부터 찾아서 읽는 왕팬이 되었더군요. 경륜만큼 아는 것도 많아서, “김종필 전 총재가 가장 좋아했던 곡이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제2번이었다” “일중 김충현도 명필이었으나 진짜 눈 밝은 이들 사이엔 그의 5형제 중 셋째였던 백아 김창현의 글씨가 제일 윗길로 인정받았다”고 알려주시더군요.

70대 중반이니 가부장이 몸에 배었을 것도 같은데 “늦결혼해 딸 하나 생기니 ‘대마초’로 불리다 ‘마초’로 내려앉았고, 딸이 하나 더 생기니 이 차별 많은 세상을 여자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이 앞섰다”고 해서 웃음이 터졌지요. 페미 소설로 불리는 ‘82년생 김지영’을 수십권 구입해 ‘마초 친구’들에게 나눠줘 원망을 산 적도 있답니다..

그러고 보니 장안의 효자로도 유명해서 본지 박은주 기자가 인터뷰한 기사도 있었네요. 이번 주 뉴스레터엔 “휴대폰으로 QR코드 찍는 법 모른다”며 여태 구독을 미루고 있는 이 괴짜 양반의 사연을 배달합니다. 아래 QR코드와 인터넷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5743을 통해 들어오시면 구독 창이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