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민간 우주여행이 본격 시작된 기념비적인 해였다. 버진갤럭틱, 블루오리진, 스페이스X 등 민간 우주 탐사 기업이 진행한 총 4차례 우주여행을 통해 우주를 경험하고 지구로 돌아온 사람이 18명이나 된다. 억만장자 투자자, 유명 방송인 등 대부분 우주 비행 경험이 없는 순수 민간인이었다. 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참가자는 지난해 7월 제프 베이조스가 운영하는 블루오리진의 로켓을 타고 최고령 우주인 기록을 세운 82세의 월리 펑크였다. 펑크는 1960년대 미국에서 혹독한 비행 훈련을 받고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우주 비행에서 배제됐던 1세대 우주인 후보였다.

지난해 7월 미국 블루오리진의 우주선을 타고 우주 여행을 다녀온 월리 펑크. 82세 여성인 펑크는 최고령 우주인 기록을 세웠다. /로이터 연합뉴스

펑크는 1961년 미국 최초로 유인(有人) 우주 비행을 목표로 한 NASA(미 항공우주국)의 머큐리 프로젝트에 따라 선발된 여성 우주인 13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최연소(당시 21세) 훈련생이었던 펑크를 포함해 아무도 최종 우주 비행사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NASA엔 전투기 조종 경력이 있어야 우주 비행사가 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는데, 공군 전투기 조종사는 남성에게만 허락된 직업이었다. 결국 별도로 훈련하던 남성 훈련생 7명만 최종 선발됐다. 펑크는 1970년대에도 3차례 우주 비행사로 지원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당시만 해도 우주는 강인한 육체와 정신을 갖춘 남성의 공간이었다.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현재까지 우주를 경험한 560여 명의 전 세계 우주인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11%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는 정말 남성에게 적합한 공간일까? 2014년 NASA는 ‘우주 적응에 대한 성(性)과 젠더의 영향’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우주인은 무중력, 우주 방사능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 신체 변화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폐쇄된 환경에서 지내며 높은 스트레스를 견뎌야 한다. 연구진은 우주에 다녀온 우주인들을 대상으로 심혈관계, 근골격계, 생식계, 행동적응 등 여섯 항목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우주 환경에서 성별로 겪는 몸의 변화는 다르게 나타났다. 여성은 남성보다 중력 변화에 따라 몸의 혈액순환에 이상이 생겨 현기증이 나타나는 기립성 조절 장애에 취약했다. 요로감염 등 면역 관련 질병과 우주 방사선 영향으로 생기는 유방암·자궁암 발병률도 높게 나타났다. 반면 남성은 청력 감퇴와 두개골 내 압력 상승으로 인한 시각 장애가 여성보다 자주 발생했다. 근육 손실과 뼈 밀도 감소, 우울증은 성차(性差)보다는 개인차가 더 크게 작용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우주 비행의 신체적 영향에 대해 남성과 여성이 차이가 있을 뿐, 남성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여성이 우주 비행에 유리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체격이 작고 섭취하는 음식 양도 적다. 따라서 로켓 발사 비용을 감안할 때, 체중이 적고 싣고 가야 하는 음식도 상대적으로 적은 여성이 우주여행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덜 공격적이며 정서적 교감을 잘하기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서 동료들과 장기간 임무를 수행하는 데 적합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우주인의 몸무게와 음식 양을 줄여 발사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우주 개발 초창기 얘기일 뿐, 발사체 기술이 진일보한 현재 관점에선 이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같은 논리라면 체구가 작은 남성들로만 우주인을 구성하자는 주장도 가능할 것이다. 또 우주인은 선발 과정에서 이미 높은 수준의 정서적 안정성을 고려하고 있으며, 유인 우주 비행이 이뤄진 지난 60여 년간 남성들로만 구성된 비행사들 간 의사소통 문제로 사고가 난 적도 없다.

결론적으로 우주가 남성과 여성 어느 쪽에 유리한 공간인가라는 이분법적 질문보다는, 우주 영역에서 나타나는 양성의 차이를 어떻게 정확히 인지하고 차별 없이 접근할 것인가가 더 의미 있는 질문이 될 것이다. 향후 지상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인간 활동이 우주로 확장될 것이다. 성차보다는 과학, 기술, 인문, 사회, 예술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성이 더 중요해진다. 우주여행이 대중화되면 탑승객으로 남성과 여성 가운데 누가 더 적합한지 가리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문제는 그동안 남성 중심적이었던 우주 개발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여성의 참여를 늘리는 일이다. 지난 2019년 국제우주정거장 운영 사상 처음으로 여성으로만 구성된 우주유영팀이 리튬이온 배터리 교체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었는데 우주정거장에 여성 우주인에게 맞는 우주복이 부족해 임무가 취소됐다. 깔때기에 호스를 연결해 빨아들이는 구조인 남성 중심의 국제우주정거장 화장실이 여성 우주인을 고려해 좌석의 위치와 깔때기 흡입 성능을 높인 공용 화장실로 교체된 것도 불과 2년 전 일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우주 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우주 산업에 참여한 인력 9000명 가운데 여성은 15%밖에 되지 않는다.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에서 실시한 대국민 인식 조사에서 남성 응답자의 70%가 우주 분야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데 반해 여성은 53%로 상대적으로 낮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우주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분야다. 인류의 미래를 여는 새 기회의 영역이기 때문에 어떤 분야보다 현실의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우주라는 새로운 개척지에서 한쪽으로 쏠린 성 담론이 고착되기 전에 시작부터 균형을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