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이었다. 거의 주술적이라고 할 만큼 사람을 휘어잡는 노래였다. 이 곡을 처음 접한 이후 나는 그 어떤 장소에서든 후렴구를 흥얼거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비단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때 이 주문의 포로가 됐던 추억을 갖고 있는 독자가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주문의 정체는 다음과 같다. “카마카마카마카마카마 카멜레온.”

1983년 컬처 클럽(Culture Club)의 ‘카마 카멜레온(Karma Chameleon)’이 발매되었을 때의 풍경을 역사는 이렇게 기록한다. 이 곡으로 컬처 클럽은 빌보드 차트와 영국 차트를 포함, 총 30개 이상의 국가에서 1위에 올랐다. 차트 성적만 빼어난 게 아니었다. 음악적인 성취에 있어서도 ‘카마 카멜레온’은 이견 없는 찬사를 획득했다. 무엇보다 1980년대를 지배한 뉴 웨이브 음악을 논할 때 절대 빼놓아서는 안 될 곡으로 인정받는다.

이제 질문이 들어가야 할 차례다. 어디선가 본 것도 같은 저 단어, 뉴 웨이브(New Wave)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해석은 간단하다. ‘새로운 흐름’이다. 그렇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비틀스(The Beatles)는 뉴 웨이브가 아니라 올드 웨이브였다는 말인가.

물론 그렇지는 않다. 다만,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인기를 모았던 팝의 지류들 중 하나를 뉴 웨이브라 칭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새로운 흐름’이라는 수식이 붙은 이유는 기실 별거 없다. 이전까지 쉽게 경험하지 못한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제 두 번째 질문이 스윽 들어가야 할 차례다. 그것이 새로웠다면 대체 어떤 지점에서 새로웠던 것인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키워드는 바로 ‘신스 팝(Synth Pop)’이다.

통상 뉴 웨이브는 신스 팝이라고도 불린다. 정확하게 분류하면 뉴 웨이브가 전체 집합이고, 신스 팝은 덩어리가 가장 큰 부분 집합에 해당된다. 원래 뉴 웨이브는 1970년대 중반 발생한 단어다. 당시 막 태동한 펑크(Punk)를 뉴 웨이브라고 불렀다. 물론 나도 알고 있다. “컬처 클럽이 펑크? 이해가 안 되는데?” 당신은 아마 되묻고 싶을 것이다.

이렇게 정리하면 된다. 하나, 투박하고 거칠고 정돈되지 않은 연주를 미학으로 내세웠던 펑크가 197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틀을 잡기 시작했다. 둘, 정교해진 연주와 팝 멜로디의 적극적인 수용이 이런 변화를 위한 바탕이 되어줬다. 셋, 여기에 신시사이저를 활용하는 뮤지션·밴드가 급증하면서 뉴 웨이브·신스 팝이 마침내 형성되었다.

드디어 마지막 질문이 들어가야 할 차례가 왔다. 신시사이저라는 악기의 정체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신시사이저의 어원은 ‘합성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신시사이즈(synthesize)’다. 즉, 신시사이저는 소리를 조합해 새로운 소리를 창조하는 기계다. 1960년대부터 대중음악에 쓰이기 시작했지만 이때만 해도 신시사이저는 거대한 볼륨을 자랑했고, 무엇보다 초고가였다. 비틀스나 도어스(The Doors)처럼 돈 많은 밴드가 아니면 써볼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신시사이저만은 아니다. 기술의 발전이라는 게 항상 이렇다. 태동기에는 자본의 제약으로 인해 극소수만이 그것을 향유한다. 따라서 상용화될 수 있는 비결은 간단하다. 가격이 낮아지면 된다. 1970년대를 거쳐 1980년대가 되면서 신시사이저는 크기와 가격 모두 경량화에 성공한다. ‘카마 카멜레온’을 포함한 신스 팝이 1980년대에 정점을 찍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1980년대 전성기 시절 '컬처 클럽' 멤버들./페이스북

놀랍게도 ‘카마 카멜레온’의 첫 시사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리더인 보이 조지(Boy George)에 따르면 이집트에서 휴가를 보내던 도중 영감이 떠올라 작곡했는데 멤버들이 듣고는 “컨트리 같다”면서 녹음하기를 주저했다고 한다. 역사를 살펴보면 이런 노래는 정말이지 부지기수다. 가정은 없다지만 “발매 안 했으면 어쩔 뻔했어” 싶은 곡들.

가사 내용은 제법 심오하다. 요약하면 거짓말쟁이를 타박하는 노랫말이다. 즉, 당신과 나로 하여금 끊임없이 중얼거리게 한 바로 그 주문, ‘카마 카멜레온’은 카멜레온처럼 일관성이라고는 없이 거짓말을 일삼는 자가 받게 될 업보를 뜻하는 셈이다.

“당신의 사랑은 변함이 없나요/ 만약 내가 당신의 거짓말까지 듣겠다면 당신은 말할 건가요/ 난 (당신의 사랑에) 확신이 없어요/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할 줄도 모르죠/ 당신은 왔다가 떠나고 왔다가 떠나죠… (중략) … 서로 딱 달라붙어 있을 때/ 우리의 사랑은 강하지만/ 당신은 떠날 때 영영 떠나버리죠/ 왔다가 떠나고 왔다가 떠나죠/ (그런 식으로) 나를 희망 고문하죠.”

영어 가사 꼭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서로 딱 붙어있다는 뜻의 ‘cling’과 내가 희망 고문이라고 해석한 ‘string along’, 이렇게 각운을 맞춘 것만 봐도 보이 조지의 작사 센스가 최상급임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마지막으로 꼭 적고 싶은 게 있다. 신시사이저를 신디사이저 혹은 신디라고 발음하는 사람, 많이 봤을 것이다. 엄밀히 말해 틀렸다. 돼지꼬리(ð)가 아니라 번데기(θ) 발음이다. 따라서 신시사이저 혹은 신스라고 해야 맞는다. 내가 아는 한 ‘신디’는 라디오 디제이 김신영씨를 청취자들이 부르는 별명으로서만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