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영석

“그냥 집 근처 병원에서 링거 주사나 좀 맞았으면 좋겠는데. 확진자가 되니 도리어 치료를 못 받는 게 너무 불합리해요.”

부산에 사는 60대 A씨는 지난달 24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남편 B씨가 23일 확진된 후 증상이 나타나 검사를 받았다. B씨는 21일부터 감기 증상이 나타났고, 22일 집 근처 의원에서 링거를 맞았다. 이후 몸 상태가 좋아졌지만, 가래가 끓어 신속항원검사를 한 결과 양성이 나왔다. A씨는 “확진 전에 병원에서 링거를 맞은 남편은 금방 쾌차했는데, 정작 저는 뒤늦게 확진되니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며 “어쩔 수 없이 약만 먹으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A씨처럼 코로나 확진 후 자택에 격리된 환자는 지난 2일 기준 82만명이 넘는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20만명대를 넘어서면서 재택 환자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들이 가까운 병·의원에서 진료나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데 정부가 계속해서 비대면 처방·진료 위주의 치료 체계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격리된 환자들은 치료받지 못하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한 네티즌은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서 “아이들은 응급실 가서 해열 주사 한 방이면 대부분 열이 내리는데 지금은 확진자란 이유로 병원 입구에도 갈 수 없다”며 “불덩이 같은 아이를 집에서 미온수로 닦고 2시간마다 해열제 먹이며 지켜보는 부모의 속은 썩다 못해 곪아간다”고 했다. 맘카페에서는 “확진되지도 않았는데 열이 난다는 이유로 병원과 응급실에서 치료를 거부당하는 일이 많아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 겁이 난다”며 불안을 호소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코로나에 걸린 영·유아가 고열 등의 증세를 보이다 사망하는 일도 최근 잇따랐다. 일각에서는 “영·유아들도 백신을 맞지 않아 사고가 잇따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원인을 잘못 짚은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백신 미접종과 코로나 자체가 원인이 아니라 증세가 나빠졌을 때 제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지 못한 게 본질적인 원인”이라며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집에 격리만 돼 있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뒤늦게 “외래 진료 센터를 늘리겠다” “소아 응급치료센터를 마련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현장에선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을까 해서 찾아봤더니 부산에는 2곳밖에 없고 집과 거리가 멀어 병원에 갈 엄두를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국에 외래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111개소에 불과한 실정.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일이 터질 때마다 전담 센터를 조금씩 늘리는 건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병원 내 감염 등을 예방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8일에는 집 주변 비대면 진료 기관을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한다면 일선의 1차 의원급 의료기관이 코로나 환자를 적극적으로 대면 진료하고 치료하는 서비스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일일 확진자가 적다면 이들을 격리하는 게 더 나을 수 있지만 지금은 확진자가 너무 많이 나와 이들을 제대로 치료해서 회복하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1차 의료기관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헤파 필터와 감염 예방 장비 등을 적극 지원해 환자들을 진료하고 치료하도록 독려해야 하는데 도리어 진료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만약 일반 환자와 코로나 환자 간 감염이 우려된다면 외국처럼 예약제를 이용해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는 시간을 별도로 운영하는 방법이 있다”며 “현장 상황을 모르는 정부가 의사의 판단을 무시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을 통제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임신부들도 코로나 공포에 휩싸였다. 코로나에 걸리는 것도 위험하지만, 코로나 걸리면 제때 병원에 갈 수 없다는 게 이들에겐 더 큰 문제다. 실제로 출산이 임박한 시점에 확진돼 입원을 거부당하거나 심지어 구급차에서 출산하는 상황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7일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36주 차 임신부는 코로나에 확진된 후 재택 치료를 하다 양수가 터졌지만, 인근 병원 20여 곳에서 “병상이 없다”며 입원을 거부했다. 결국 이 임신부는 집에서 300km 떨어진 경남 진주의 한 대학병원까지 헬기로 이송되어서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최재욱 교수는 “현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는 정부가 코로나와 비코로나 치료 체계를 과도하게 이분화했기 때문”이라며 “방역 당국이 전문가의 견해를 계속해서 무시한 탓에 현 상황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상혁 위원장은 “정부가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가야 하는데 당일치기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준용 주말뉴스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