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는 한 층에 네 가구가 산다. 엘리베이터 두 대를 중심으로 양쪽에 두 가구씩 배치된 형태다. 왼쪽 끝 집에 누군가 새로 이사 오는 것 같더니 거의 매일 택배 물건이 현관 앞에 쌓였다. 처음엔 생수와 화장지 같은 것이었는데 곧이어 탄산음료와 컵라면, 즉석밥이 몇 상자씩 배달됐다. 그 집 사람들을 만나기도 전에 식습관부터 알게 된 것 같았다.

얼마 전엔 그 집 현관을 거의 가릴 만큼 큰 물건들이 배달됐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힐끗 보니 상자들 옆에 ‘GAMING CHAIR’ ‘GAMING DESK’라고 쓰여 있었다. 이상한 것은 이틀이 지나도록 그 물건들이 그대로 쌓여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게임용 책상과 의자가 왜 따로 필요한지도 알 수 없었지만, 왜 물건들을 집에 들여놓지 않는지 더 궁금했다. 혹시 이틀간 컵라면을 먹으며 게임을 하느라 한 번도 나와보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흘째 되던 날 새로운 풍경과 맞닥뜨렸다. 엄청난 양의 빈 종이 상자를 비롯한 재활용 쓰레기가 그 집 현관 앞에 두 줄로 도열해 있었다. 빈 상자들이 말 그대로 좁은 복도를 이루고 있어서, 사람 한 명이 모로 드나들어야 할 지경이었다. 굳이 문제 삼자면 아파트 공용 공간에 물건을 쌓아두는 것은 소방법 위반이고 당장 관리사무소에 불평할 수도 있었으나 게임 가족과 불편해지는 것도 즐거운 일은 아니었기에 나는 그냥 혀를 차고 말았다. 다만 그 바로 옆집은 현관을 나오자마자 쓰레기와 마주쳐야 하니 더 불쾌할 것 같았지만 그 집 사람들과도 만날 수 없었기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

쓰레기는 분리 배출일까지 계속 늘어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음식 쓰레기를 내놓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윽고 분리 배출일 저녁이 되자 거의 용달차 한 대 분량의 쓰레기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아파트 복도에 별별 물건 내놓는 사람들은 흔히 집이 너무 좁아서라고 변명한다. 이웃들은 자기 집만 깨끗하면 된다는 건가 하고 불평한다. 그러나 확신컨대 그 집은 결코 좁지 않고 깨끗하지도 않다.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는 데다 가족 중 누구도 정리 정돈 DNA가 없을 뿐이다. 집 안을 깔끔하게 해놓는 사람은 현관 앞이 지저분한 것도 참지 못한다.

관리비 고지서를 가지러 아파트 1층 우편함에 들렀다가 그 집 우편함을 봤다. 선거 공보물부터 구정 소식지, 온갖 고지서까지 꽉 들어차 종이 한 장 더 꽂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 집 현관 앞엔 다시 택배 물건과 쓰레기가 뒤엉켜 쌓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