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과 세계 질서를 개편하려던 푸틴 대통령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서동주 유라시아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러시아가 강대국임을 과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21세기 문명화한 질서에서 지정학적 완충국을 무력 침공한 나라’라는 부정적 이미지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다 보니, 미국과 유럽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단결을 더욱 탄탄히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과 국제 여론 조성이 빠른 속도로 전개됐는데 러시아가 이 점을 과소평가했다”며 “전쟁이 끝나더라도 러시아가 유럽으로 확장하며 제국적 기반을 다지기는 어렵게 됐고, 결과적으로 나토를 중심으로 한 군사력이 증대돼 미국의 기반을 더 키워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집회에서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촉구 팻말을 들고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홍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강대국이란 다수가 공감하고 찬성하는 국제 질서와 가치를 제시하고 세계를 이끄는 리더십을 가진 나라인데, 러시아는 그에 필요한 동맹국이나 지지 기반이 없다”며 “중국도 독재 국가를 유지하는 데 상호 도움을 주는 것 외에는 동맹의 가치는 없는 관계”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민간인까지 공격하자, 전쟁을 지속할 명분을 잃었다는 평가도 있다. 김성진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 내 파쇼 정부를 제거하겠다는 푸틴의 목표대로라면 수도와 주요 도시를 핀 포인트로 급습하는 ‘제한전’ 형식이어야 했다”며 “우크라이나인 친·인척을 둔 일선 러시아 병사들도 왜 싸워야 하는지 목적을 잃었고, 러시아 내부에서도 군사적 수단을 추가로 동원할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가 장기전을 펼칠 수 없는 이유는 ‘경제적 위협’이다. 최근에는 국가 간 경제 상호 의존도가 높아지며 금융 제재가 효과를 발휘한다. 이용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금융 제재가 단기적으로는 러시아 내 인플레이션을 가속해 국민들 생활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푸틴의 경제·정치적 지지 기반이 되는 에너지 산업 재벌들의 투자망도 끊어 놓을 수 있다”며 “푸틴 역시 이런 상황을 무시하며 전쟁을 지속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