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뒤 각 언론은 당선자들을 분석한 기사를 내놓았다. 그중 하나가 ‘당선인 10명 중 6명이 50대’라는 것. 당선인들의 평균 연령도 무려 54.9세다. 국회가 너무 늙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지만, 이게 20대 국회에 비해 0.6세 낮아진 것이란다. 실제로 20대 국회에선 40대 미만이 불과 3명이었지만, 21대에선 13명(4%)으로 크게 늘었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와 정의당 류호정이 20대 당선인으로 평균 연령을 낮췄고, 국민의힘 배현진, 더불어민주당 장경태와 김남국 등이 30대 나이에 의원이 됐다.
청년들이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이슈화하고 정책으로 만들려면 당사자의 참여가 필수적인지라, 청년 정치의 필요성을 부정하고 싶진 않다. 지난 몇 년간 ‘청년’ 타이틀을 달고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도 그 역할을 제법 잘 해냈다. 취업과 거주, 문화 등 청년들 문제가 사회적 의제가 된 것도, 이번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청년에 관한 공약을 내놓는 것도 그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하지만 현재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요구를 감당하기엔 청년 의원 비율이 턱없이 낮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2021년 현재 우리나라의 40세 이하 청년 의원 비율은 조사가 이루어진 136국 중 126위에 불과하다. 그 나라들의 평균은 무려 20.65%, 그중엔 이탈리아처럼 청년 의원 비율이 40%를 넘는 국가도 4곳이나 있으니, 우리나라의 5%는 너무 낮다. 현재 비례대표의 절반을 여성에게 할당하고 있는 것처럼, 청년에게도 일정 비율을 할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다.
문제는 지금 청년 의원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국민의 기대에 어긋난다는 데 있다. 무릇 청년이라면 기득권과 타협하는 대신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밀고 나갈 줄도 알아야 하건만, 그런 의원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러 정치 프로에 패널로 등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을 보자. 1983년생이니 아직도 30대로 청년 범주에 들어가건만, 그는 여느 나이 든 의원보다 더 구태에 절어 있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야 소속된 정당인의 의무라 쳐도, 그 방식이 너무 저급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장경태는 2022년 2월 3일 JTBC ‘썰전 라이브’에 나갔는데, 주제가 김혜경씨의 대리 처방 의혹이었다. 비서관 배모씨가 처방받은 약은 폐경이 온 이들에게만 주는 호르몬제. 선대위는 배씨가 먹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약을 아직 가임기인 배씨에게 처방할 의사는 없기에 대리 처방 의혹이 제기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배씨가 7급 비서관에게 보낸 문자에도 ‘사모님 ΟΟΟ 약 알아봐 주세요’라고 돼 있지 않은가? 그런데 장경태는 이걸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첫째, 이걸 밝히라는 것은 여성에게 가혹한 일이다. 둘째, 의료 기록은 내밀한 것이니 덮어야 한다. 셋째, 20대 남성이 탈모 치료제 처방받을 때 아빠 명의로 한다. 게임 접속할 때 부모님 아이디로 하는 경우도 있다.
첫째, 둘째 해명도 어이없지만, 셋째는 더 어이없다. 대리 처방은 엄연히 의료법 위반인데, 김혜경씨의 대리 처방을 방어하기 위해 20대 탈모인들을 전부 범법자로 만들어 버리지 않았는가? 대리 처방을 남의 아이디로 게임하는 데 비유하는 것은 그가 일말의 상식을 가졌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인터넷에서 장경태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그런데도 그는 탈모인 얘기를 다음 날 TV조선의 ‘신통방통’에 나가서 또 했다. 전날과 다른 점은 ‘국회의원들도 약을 처방받을 때 직접 가지 않는다’는 말을 추가해, 동료 의원들까지 범법자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대선 기간이라 좀 무리수를 둔 것일까. 그렇게 보기엔 그의 과거가 워낙 화려하다. 일례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을 구하지 못해 비판이 쏟아지던 2021년 1월, 다음과 같은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을 올렸다. “현재의 백신은… 백신 추정 주사일 뿐입니다. 국민을 코로나 마루타로 삼자는 건가요? 일본 731부대의 망령이 현재 대한민국에 부활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개인적으로 백신의 안전성을 신뢰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백신 접종이 시급한 마당에 국회의원이란 분이 대통령을 옹호하기 위해 ‘코로나 마루타’ 운운하는 건 너무 나갔다.
이게 비단 장경태만의 일일까? 2021년 4·7 재보선 참패 후 조국 사태에 사과했다가 친문들의 분노에 황급히 사과를 거둬들인 더불어민주당 초선 5인방, 요즘엔 조용하지만 한때 의정 활동의 목표를 ‘조국 수호’로 잡았던 김남국, 이들보다 나이는 많지만, 투표권이 없는 반려동물들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캠페인을 벌이는 고민정 의원을 보면, 아까운 의원 자리를 청년들에게 내주는 것이 옳은지 회의가 든다.
“20평 정도면 2억~3억원대다. 김포나 이런 데 충분히 가능하다.” 대선 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한 공약을 얘기하다 한 말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자 최민희 전 의원은 3억2000만원에 내놓은 아파트 정보를 첨부한 SNS 게시물을 올린다. “김포에 2, 3억짜리 아파트가 어디에 있습니까? 여기요, 여기! 2, 3억짜리 아파트 있네요!” 김포의 변두리에 가면 저런 아파트가 있겠지만, 그걸 일반화할 수는 없다. 이 후보의 발언은 해당 지역민에게 불쾌감을 주는 실언, 그냥 사과하면 될 일을 최민희는 이 후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 인터넷을 뒤진다. 그녀가 관심을 갖는 대상은 오직 이 후보이며, 국민은 그녀의 관심 밖이다. 이 후보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것은 최민희 같은 이들이 민주당 패널로 방송에 나와 무리한 방어를 하기 때문 아니겠는가.
그런데 난 39세 장경태 의원에게서 62세 최민희 전 의원의 모습이 보인다. 후보에게 잘 보이려고 젊은 탈모인을 범법자로 만드는 장경태가 김포인들을 무시하는 최민희와 무엇이 다른가? 청년 정치의 필요성에 동감하지만, 그 기준을 꼭 생물학적 나이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미래의 최민희들이 의원 배지를 단다고 청년의 삶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