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랑 격리해서 생활하라는 통보 외엔 아무 조치도 없어요. 치료 키트도 아직 못 받았고요.”
경기도 김포에 사는 직장인 이모(39)씨는 지난 11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소 검사를 이용할 수 없어 자비로 병원에서 PCR 검사를 받았다. 보건소에서 확진 통보를 받은 지 3일이 넘었지만, 정부에서 제공한다는 치료 키트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이씨는 “요새 환자가 많이 늘고 일손이 부족해서 그런지 몇몇 분들은 격리가 끝날 때 되어서야 치료 키트를 받는다고 들었다”며 “저처럼 젊은 사람은 증상이 덜하지만 혼자 사는 어르신이 확진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정부의 방역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예고한 대로 전파력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일일 확진자 수는 연일 급증하고 있다. 지난 16일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9만명을 넘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연일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특성에 맞는 방역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혼란의 연속이다. 확진자가 폭증하자 재택치료자들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확진자 관리를 맡은 일선 지자체와 소속 공무원들은 과중한 업무와 함께 시민들의 불만과 비난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행정 편의적인 땜질식 방역이 혼란의 원인”이라며 “정부의 연이은 헛발질 방역에 국민과 의료진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치료 없는 재택치료? “치료 아닌 방치·격리”
전파력 강한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을 감안하면 재택치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증상이 가벼운 환자는 집에서 쉬면서 자가 회복하고, 증상이 나빠질 수 있거나 나빠진 환자는 조기에 진료를 받고 필요하면 빠르게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었다.
하지만 현재 재택치료는 이와 동떨어진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재택치료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전문가들은 “재택치료가 앞으로 불가피한 만큼 장기적인 계획을 짜고 준비해서 순차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 환자가 일반적인 외래·응급·입원 치료를 순조롭게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체계와 환자 이송 체계를 철저히 준비하고, 감염 관리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안착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청사진 없이 덜컥 재택치료를 시행했다. 당시 일선 지자체조차 “우리도 아직 통보받은 게 없다”며 허둥댔다. 초기 재택치료 대상자를 70세 미만으로 잡은 탓에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일이 벌어졌다.
작년 11월 말 확진된 한 50대 언론인은 재택치료 8일 만에 뒤늦게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곧 중태에 빠졌고, 두 달여간 에크모 치료를 받았음에도 결국 숨졌다. 고인의 배우자는 “재택치료 중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됐고, 8일째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져 보건소에 ‘숨 쉬기 힘들다’고 호소해 간신히 입원 병상이 마련됐다”며 “병원에 옮겨 산소 치료를 하려고 했지만 증상이 더 악화했고, 곧바로 에크모 치료에 들어갔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재택치료는 치료가 없는 격리와 방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싱가포르에서는 재택치료가 아닌 ‘재택요양’이라고 한다”며 “정부가 별다른 치료도 하지 않고 격리만 시키면서 ‘재택치료’라고 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교수는 “코로나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재택치료자 대부분이 ‘비대면’ 상담·처방을 받는 것도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비대면으로는 확진자가 재택 중에 급속히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조기에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령층은 폐렴이 급속히 진행돼도 기침이나 발열 같은 증상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60대 미만이더라도 기저질환이 있거나 코로나에 취약한 특성이 있다면 폐렴 증상이 갑자기 악화할 위험이 있다. 이 전문가는 “이런 분들에게 하루에 여러 번 전화를 걸어 증상을 물어봤자 폐렴이 얼마나 악화됐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며 “환자들이 의사를 만나 진찰을 받고 엑스레이를 찍어야 조기에 위험성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뒤늦게 외래진료센터를 늘리고 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실질적인 위드 코로나가 되려면 코로나 치료를 일반 의료 시스템에 포함시키는 큰 그림을 잡고 연착륙 계획을 세워야 했다”며 “하지만 현실은 덜컥 재택치료를 시작하고 문제가 터질 때마다 땜질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리한 검사체계 개편…신속항원검사 논란
PCR 중심의 검사 체계를 무리하게 신속항원검사 중심으로 바꾼 것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이달 초부터 60세 이상 또는 밀접접촉자 등은 PCR 검사를, 그 외 연령군 대부분은 신속항원검사를 받도록 했다. 고위험군 중심으로 PCR 검사를 신속하게 먼저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PCR 검사 범위를 줄이는 건 맞지만 조정 방향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PCR 검사 기준을 연령으로 제한한 탓에 기저질환이 있는 60세 미만 고위험군은 신속하게 PCR 검사를 받을 수 없는 게 문제”라며 “단순히 연령으로만 검사 기준을 세운 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익히 알려진 신속항원검사를 광범위하게 활용한 것도 문제다. 최재욱 교수는 “신속항원검사는 정확도가 낮기 때문에 보조적으로 쓰는 게 맞는 방향”이라며 “부정확한 검사 기법을 주요 검사 방법으로 채택한 건 패착”이라고 했다.
◇방역패스·거리 두기 고집…. 여전한 확진자 수 집착
오미크론에 맞는 방역을 하겠다고 공언한 정부가 방역패스와 기존 거리 두기 방식을 계속 고집하는 것도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패스는 미접종자가 고위험 시설에 출입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동시에 미접종자 중 백신 접종이 가능한 사람은 접종하도록 반강제하는 두 가지 취지가 있다. 마상혁 위원장은 “백신으로 더는 집단면역이 불가능한 게 드러났는데도 방역패스를 고집하는 건 모순”이라며 “백신이 감염을 완전히 막지 못하기 때문에 이제는 미접종자 보호가 아닌 고위험군·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기석 교수는 “정부가 지금 상황에서 방역패스를 계속 고집하는 건 사실상 방역패스로 확진자 수를 줄이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적 모임과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기존 거리 두기 방식도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재욱 교수는 “요양시설과 병원 등 감염 취약 시설과 의료기관을 최대한 보호하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석 교수는 “거리 두기 시행의 기준을 확진자 수가 아니라 중환자 수와 의료 체계 과부하를 판단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배준용 주말뉴스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