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최근 애연가들 사이에서 “담배를 피우면 코로나19에 덜 걸린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담배가 몸에 해로운 건 맞지만, 담배 연기에 든 독한 성분이 기관지나 폐에 붙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여 감염 위험을 줄인다는 논리다. 사실일까.

전문가들은 “흡연자라고 해서 코로나에 걸릴 위험이 적다는 건 근거 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폐 등에 침투하면 신체 내 세포 내에 자리 잡기 때문에 담배 연기가 기도나 폐를 지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사멸되진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 프랑스에서는 “흡연이 코로나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20년 4월 파리 소르본 대학 연구팀이 당시 프랑스 내 확진자 400여 명을 분석해 “프랑스 전체 인구의 25.4%가 흡연자인 반면 코로나 확진자 중 흡연자는 5.3%에 그친다”고 발표한 것이다. 연구팀은 담배에 든 니코틴이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도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추정까지 내놨다.

이런 결과가 알려지자 한때 프랑스 내에서 니코틴 껌과 니코틴 패치가 불티나게 팔려 프랑스 정부가 니코틴 제품에 구매 제한 조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연구는 곧 오류로 판명 났다. 당시 연구진이 조사한 확진자 483명과 프랑스 전체 인구의 구성이 같지 않은데 이를 단순 비교한 오류를 범하면서 국가적 해프닝이 벌어진 셈이다.

그럼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더 쉽게 코로나에 감염되는 걸까.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흡연과 코로나 감염 간 상관관계가 아직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에서 흡연자 집단이 비흡연자 집단보다 코로나에 더 많이 걸렸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이를 두고 “흡연자들이 더 열악한 사회경제적 배경에 있어 코로나 감염에 더 취약해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흡연자 대부분이 호흡기 상태가 좋지 않고, 여럿이 모여 흡연하고 기침이나 가래가 잦기 때문에 코로나 감염 위험이 큰 환경에 더 자주 노출된다는 추정도 있다.

지난 2년간 흡연과 코로나 사이에 밝혀진 명확한 사실은 “흡연자가 코로나에 걸리면 일반인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즉, 만성 흡연자는 나이와 무관하게 코로나 고위험군이다. 김우주 교수는 “1~2회 단발적인 흡연은 별 영향이 없겠지만, 오랜 기간 흡연을 계속해온 일명 ‘헤비 스모커’들은 폐 손상 등이 있어 코로나에 걸리면 중증으로 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영국에서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흡연자가 코로나에 걸리면 비흡연자가 걸렸을 때보다 입원할 확률이 최소 80~100%가량 높게 나타났다. 미 질병예방통제센터(CDC)도 “코로나에 감염된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중증·입원 위험이 더 크다”고 밝혔다.

담배를 계속 피우면 폐와 심혈관, 면역 기능이 계속해서 손상되고 기저 질환이 생기거나 악화해 갈수록 코로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고심해서 맞은 코로나 백신도 흡연자에겐 제 효과를 내지 않는다. 이탈리아 사피엔자대학 연구팀이 코로나 백신을 맞은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비교 분석한 결과 흡연자는 백신을 맞아도 비흡연자보다 항체 생성량이 평균 42.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대마초를 피우면 코로나를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 대마초 추출 물질 ‘칸나비디올’이 코로나 감염 예방 물질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와전된 것이다. 미 오리건주립대 연구팀은 지난달 “칸나비디올이 인체 내 세포에서 코로나 감염에 이용되는 세포 부위와 결합해 코로나 감염을 차단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현지 언론을 통해 “이번 연구는 대마초에서 추출된 성분에 대한 것”이라며 “대마초 흡연은 결코 코로나를 예방해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배준용 주말뉴스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