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가운데 가장 하기 싫은 일이라면 청소를 꼽을 수 있다. 그런데 하고 나면 가장 기분 좋은 일도 청소다. 얼룩이나 먼지 한 점 없이 반짝반짝 윤이 나는 마룻바닥을 보면 마음마저 상쾌해진다. 그래서 우울할 때는 청소를 하라는 말이 있는 것 같다.

청소 도구는 그래서 매우 중요한 살림 아이템이다.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없애고 걸레가 자동으로 회전하는 물걸레로 청소하면서 예전 우리 어머니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 본다.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대야에 물을 담아 걸레를 연신 빨아가며 닦던 시절엔 청소하면서 허리를 펼 수조차 없었다.

진공청소기 한 대에 100만원을 호가하는 요즘엔 무선은 기본이고 온갖 기능을 갖춘 청소기들이 나와있다. 먼지 청소와 물걸레질을 동시에 해준다는 제품은 아무래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 건조 기능을 갖춘 세탁기의 건조 품질이 별로 좋지 않듯이 먼지 청소기가 물걸레질을 잘할 수 없을 것 같다.

홈쇼핑 채널을 보면 바닥에 라면을 쏟아놓고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인다. 그러나 라면을 그릇째 바닥에 엎는 일이 평생 몇 번이나 될 것이며 설령 그렇다 해도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는 게 개운할까 싶다. 라면과 국물을 빨아들인 청소기도 어차피 청소해야 할 테니 일이 오히려 느는 것 같다.

로봇청소기는 10여 년 전 한번 장만해서 써보고 실망한 뒤로 쓰지 않는다. 로봇청소기 켜놓고 외출했다 돌아오면 집 안이 깨끗해져 있다는 말을 듣고 샀는데, 내가 산 놈은 외출했다 돌아올 때까지 켜놓았던 곳에서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나는 그때 로봇청소기란 태권도장처럼 바닥에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곳에서 쓰는 물건이라고 결론 내렸다.

유선 진공청소기가 아직 쌩쌩하지만 요즘 무선 청소기가 하도 날씬하고 가볍다기에 저놈의 유선 청소기 고장도 안 나나 하고 있는 중이다. 대신 물걸레 청소기는 여러 가지를 써봤다. 마포 걸레를 물통에 넣어 빤 뒤 회전통에 넣고 페달을 밟으면 탈수가 되는 걸레를 오래 썼다. 그 뒤 둥그런 걸레 두 장이 빙글빙글 도는 자동 물걸레로 바꾸고, 같은 원리의 무선 물걸레로 바꿨다. 손잡이를 잡고 걸레를 따라다니는 형국이라 확실히 청소가 쉽다.

그런데 자동 물걸레는 걸레가 회전하면서 희미한 무늬를 남긴다. 그러면 걸레를 빨아 그 부분을 다시 닦는다.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무늬가 지워졌나 살피고 덜 된 부분을 마저 닦는다. 잘 안 보이는 부분엔 플래시를 비춰보기도 한다. 좀 힘들어서 그렇지 역시 마포 걸레가 최고야, 하고 혼잣말도 한다.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하버드에 갔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