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우주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재로 인공위성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프로젝트 이름이 리구노샛(LignoSat), ‘나무위성’이란 뜻이다. 우주비행사 출신의 일본 교토대 도이 다코오 교수가 목재업체 스미토모임업과 손잡고 오는 2023년까지 나무로 만든 인공위성을 만들어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섭씨 1000도 이상의 온도 변화와 진공, 방사선과 같은 극한 환경을 견딜 수 있는 목재를 개발하는 일이 핵심이다.
현재 인공위성을 만드는 데는 가볍고 열에 강한 알루미늄 합금이나 고강력 케블라 섬유 보강재가 주로 쓰인다. 이들 소재는 우주 환경에는 적합하지만, 임무를 다한 뒤 대기권에서 타더라도 완전히 소멸되지 않고 작은 입자 형태로 남아 오랫동안 지구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나무 같은 천연 유기물은 지구 대기권에서 완전 연소 되기 때문에 환경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거의 없다.
우주 분야까지 친환경 바람이 거세진 것은 전 세계적인 ‘탄소 제로’ 영향이 크다. 드넓은 우주 공간에 비하면 작은 인공위성이 끼치는 환경적 영향이 크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주개발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발사될 인공위성 수를 감안하면 그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다. 현재 지구 저궤도에만 8000여 개 인공위성이 떠 있고, 세계 각국에서 발사를 추진 중인 인공위성이 10만 개 이상이란 분석도 나온다.
세계경제포럼(WEF)은 1월 발표한 글로벌위험보고서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심각해질 10가지 글로벌 위험 가운데 우주쓰레기 증가로 인한 환경 문제를 꼽았다. 우주지속가능성등급(SSR)을 만들어 인공위성 제작에도 친환경 요소를 고려한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내는 로켓이 내뿜는 다량의 이산화탄소도 문제다. 대부분의 액체 로켓에서 사용하는 연료인 케로신(등유)은 안정적이고 연소 효율이 좋지만, 연소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와 그을음을 내 대기 환경에는 치명적이다. 지난해 민간인 4명을 태우고 지상 80km 상공에 도달한 영국 버진 갤럭틱의 유인 우주선 VSS 유니티는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극심한 환경오염을 초래한다는 비판도 함께 받아야 했다. 단 4분간의 우주 비행을 통해 내뿜은 이산화탄소 양이 장거리 여객기와 비교해 승객 1인당 60배에서 많게는 300배에 이른다.
이 때문에 미국, 유럽 등 우주 선진국들은 발 빠르게 친환경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인공위성이 개발됐다. 지난해 1월 미항공우주국(NASA)은 ‘PTD-1′이라는 라면 상자 크기의 큐브샛(소형 위성)을 발사했다. PTD-1 위성은 자세 제어, 궤도 수정을 위한 추력기의 연료로 암모니아(NH₃), 히드라진(N₂H₄) 같은 독성 물질 대신 물을 사용한다. 인공위성에 싣고 간 물을 전기분해해 얻은 수소와 산소를 연료로 사용해 추진력을 얻는 방식이다. 수소차처럼 환경오염 물질 배출이 ‘제로(0)’에 가깝다.
화석연료 대신 친환경 바이오 연료를 사용한 로켓 개발도 활발하다. 미국의 우주로켓 벤처기업 블루시프트 에어로스페이스는 농업 폐기물로 만든 고체 바이오 연료를 사용한 친환경 로켓 스타더스트를 개발해 지난해 첫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영국의 우주로켓 업체 오벡스는 바이오 LPG(액화석유가스)를 연료로 사용한 2단 로켓을 개발해 올 하반기 시험 발사를 앞두고 있다. 3D(입체) 프린터로 제작한 엔진을 사용한 이 로켓은 재사용이 가능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화석 연료 로켓에 비해 90% 이상 줄었다고 한다.
아예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발사체 기술도 나오고 있다. 2015년 설립된 미국 우주개발 기업 스핀런치는 화석연료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지상에서 원심력을 이용해 위성을 우주로 보내는 발사체를 개발 중이다. 높이 50m, 지름 30m 규모의 원형 회전 장치 끝에 로켓을 매달아 진공 상태에서 빠르게 회전시켜 속도를 끌어올린 뒤 우주로 던져 올리는 방식이다. 줄 끝에 돌을 매달아 빙빙 돌리다가 튕기듯 던지는 돌팔매의 원리이지만, 진공 상태에서 약 1시간 동안 회전시키면 최대 시속 8000km까지 낼 수 있다.
최첨단 과학 기술이 동원되는 우주개발에 나무와 물, 농업폐기물을 사용하고 돌팔매 원리를 적용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아이러니처럼 느껴진다. 친환경 우주 기술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지 아직 확실하지도 않다. 전 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10만 회 이상 이뤄지는 여객기 운항과 비교해 전세계 로켓 발사는 1년에 100여 회 정도밖에 되지 않다는 점 때문에 친환경 우주개발 사업은 시기상조라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우주개발 경쟁이 심화되면서 로켓 발사 회수와 인공위성 수가 증가하고 민간 우주여행이 본격화된다면, 우주 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의 무시할 수 없는 산업 분야가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세계 각국과 민간 기업이 전 지구적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우주 산업도 이에 동참해야 할 날이 멀지 않았다. 친환경 우주개발이 우주 강국들의 전유물이 되어 우주산업의 새로운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는 선진국의 친환경 우주 기술 개발에 대한 발 빠른 노력들을 우리가 그냥 지나쳐 보기만 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