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대선 최대 분수령’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연휴가 끝나면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성큼 다가온다는 점, 그리고 대선을 앞둔 마지막 명절이라는 점 때문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총 7번의 대선 가운데 6번은 대선 한 달여 전 지지율 1위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됐다. 설 연휴가 끝나는 2월 2일은 대선 D-35일. 전례에 따른다면 연휴 직후 1위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조기 대선으로 치러진 2017년 대선을 제외한 6번의 대선은 12월에 치러져 추석 직후 지지율 우위에 선 후보가 청와대행 티켓을 거머쥐곤 했다. 전국의 민심이 모였다가 퍼지는 명절의 위력이 작용한 것이다. 대선 한 달여 전에도, 명절 직후에도 지지율 1위가 아니었지만 대통령이 된 경우는 노무현 전 대통령뿐이다.
이번 설은 대선을 앞둔 연휴라는 점에서 2017년과 유사하다. 하지만 지지율 1위 후보가 수시로 바뀌는 혼전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판도는 사뭇 다르다. 화두 면에서도 ‘대권 향배’라는 총론은 같지만, 각론은 다르다. 2017년 대선 땐 설 직후 지지율 1위였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설 민심, 그리고 대선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5년 전에는… 탄핵·조기 대선 블랙홀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은 이번 설 민심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중략) ‘저 문재인이 대세다’ 이런 말들을 많이 하는데, 실제로 확인해보니까 제가 대세 맞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2017년 1월 31일 설 연휴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본인이 직접 ‘문재인 대세론’을 거론한 것이다. 이튿날인 2월 1일, 상대 후보였던 반기문 전 유엔총장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설 연휴 직전 문재인은 지지율 1위이면서 상승세였고, 반기문은 지지율 답보 내지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이 추세는 연휴 이후에도 계속됐는데, 문재인의 자신감과 반기문의 불출마는 여기서 기인한 것이었다.
당시 설 민심 최대 화두는 ‘탄핵 심판’과 ‘조기 대선’이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국정농단’ 사건의 최서원(최순실)씨가 설 연휴를 앞둔 1월 25일 특검에 강제 소환되는 장면이 공개됐고,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1월 26일 ‘3월 13일까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정권교체론과 범보수 진영의 반문(反文)연대론도 화두였다. 연휴 직전 리서치앤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설 연휴 집에서 가장 많이 나눌 이야기’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9.8%가 ‘대선·개헌·최순실 사태 등 정치 이슈’라고 답했고, 19.5%가 ‘일자리·부동산 등 경제 이슈’라고 답했다.
◇2강1중 구도, 화두는 토론·의혹·코로나
28일 발표된 한국갤럽 차기 대선 지지도 조사에서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각각 지지율 35%로 동률을 기록했다. 안철수 후보는 15%, 심상정 후보는 4%였다. 최근 상당수의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정체, 윤 후보는 소폭 상승, 안 후보는 상승세가 둔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설 민심이 선거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에 후보들은 연휴를 앞두고 총력전에 나섰다. 이재명 후보는 호소와 쇄신이란 전략을 택했고, 윤석열 후보는 외교·안보 등 거시적인 메시지를 내는 데 주력했다. 안철수 후보는 양강 후보를 때리며 제3 후보로서의 선명성을 부각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모든 캠프가 설 민심에 사활을 걸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진영을 막론하고 연휴 직후 지지율이 대선까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 암묵적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설 밥상에 오를 화두는 무엇일까. 첫째는 토론이다. 연휴 직전 후보들은 TV토론의 시기와 방식 등을 둘러싸고 설왕설래를 이어갔다. 토론이 판세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할 후보를 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매체는 TV 토론이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유권자들은 연휴 동안 토론 일정 등에 촉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는 후보들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이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욕설 논란이, 윤석열 후보는 배우자 김건희씨 논란과 무속 관계 의혹이 악재로 평가된다. 셋째는 코로나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대응이나 각 후보의 관련 메시지가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밖에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 후보 단일화 여부 등도 설 밥상에 오를 이야깃거리로 꼽힌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설 연휴 직후 여론조사 결과가 굳어질 가능성이 상당하지만, 후보 단일화와 ‘샤이 이재명(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이재명 지지자)’ 등의 변수가 남아있다”며 “‘코로나·경제 상황 등 난국을 극복할 리더십이 누구에게 있느냐’가 설 민심을 좌우할 질문이 될 것이고, TV토론은 무당층이나 중도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