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주말 아침 설거지를 하다 부엌 창문으로 낯선 새를 보았습니다. 복도 난간에 앉아 처음 듣는 소리로 ‘재재재재~’ 지저귀길래 딸아이를 불러 구경하고 사진을 찍게 했지요. 살찐 비둘기들 아니면 시커먼 까마귀, 어쩌다 가끔 까치가 날아다니는 동네에 어디서 이런 작고 예쁜 새가 날아왔을까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는 무려 두 마리가 날아왔습니다. 웬일이지? 집안에 좋은 소식이 있으려나? 별별 상상을 하며 즐겁게 새 구경을 하는데, 마침내 그 이유를 알게 됐지요. 바로 열무 시래기 때문이었습니다.

며칠 전 아파트 공터에서 열린 알뜰시장에서 어머님이 마음씨 좋은 총각 상인에게서 열무 시래기를 한보따리 얻어오셨는데, 그걸 저희 집 부엌 창 밖에 일렬로 매달아놓고 햇볕에 말리는 중이었습니다. 시래기가 노끈에 묶여 빨래처럼 졸졸이 걸린 모양만 보면 딱 어느 시골 농가의 담벼락이었지요. 그 맛있는 ‘먹이’를 발견한 새가 친구 새까지 불러서 날아온 것입니다.

어머님은 설이나 추석에도 비슷한 일을 하십니다. 차례를 마치면 상에 올렸던 음식들을 조금씩 떼내 대문 밖에 잠시 내놓는데, 이웃들이 싫어한다고 말려도, “조상님이든 날아가는 새들이든 배를 곯아선 안되지” 하며 실행에 옮기시지요. 그때마다 제 머리엔 김남주의 시 한 소절이 떠올라 웃음이 납니다. ‘찬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하는 조선의 마음이여.’ 열무 시래기의 마른 부스러기를 쪼아먹으려 날아온 이름 모를 새를 보고 좋아라 하시던 어머님 모습이 소녀 같았습니다. (그래도 이번 설엔 음식을 조금만 하셨으면….^^)

이번 주 ‘뉴스레터’엔 다시 읽는 화제의 인터뷰로, 조선일보의 전설적인 기자 중 한 사람이었던 최보식의 전여옥 전 국회의원 인터뷰를 배달합니다. 딱 10년 전으로, 당시 ‘박근혜 저격수’로 불리며 논란의 중심에 선 전 의원과 공격적이면서도 위트 넘치는 문답으로 팽팽하게 맞섰던 화제의 인터뷰였죠. ‘전여옥(53) 의원은 곱게 꾸미고 나왔으나, 나는 수식(修飾) 없이 물었다’는 단 하나의 문장으로 시작하는 인터뷰는 ‘이런 그녀를 적(敵)으로 두면 몹시 피곤할 것이다’로 끝납니다. 동영상 아닌 활자로 그 사람의 성정과 말투, 표정까지 어쩌면 이렇게 생생히 느끼게 할까 감탄했던 명(名)인터뷰인데 그 긴장과 묘미, 여러분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아래 QR코드와 인터넷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5743을 통해 들어오시면 구독 창이 열립니다.

푸근한 설 연휴 되시길 빕니다.

김윤덕 주말뉴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