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이 한창이던 2010년 여름, 저는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인터라켄으로 갔습니다. 프랑스 국경을 넘어 스위스로 간 셈인데, 달력에서만 보던 동화 같은 마을들이 눈앞에 펼쳐지니 퍽 신기하더군요.
인터라켄 오스트 역에 내려 숙소인 발머스 호스텔까지 걸어갈 때, 도로의 파인 곳을 메우려 부어놓은 뜨거운 아스팔트를 못 본 채 트렁크를 끌고 가다 바퀴가 녹아버려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숙소는 저렴했지만 전형적인 스위스 목조주택에, 가난한 여행객들이 어우러져 담소하는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던 곳이지요.
정작 융프라우요흐 ‘등반’은 기대만큼 즐겁지 않았습니다. 산악열차를 두 번 갈아타고 마침내 정상에 올라 맛본 컵라면은 기압 때문인지 덜 익어 맛이 없었고, 고산증 증세까지 있어 속이 불편하더군요. 단 걸 먹으면 나아진다며 사탕을 건네주던 스위스 여인들이 기억납니다. 오히려 중간중간 역에 설 때마다 기차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가는 알프스 원주민들이 신기했고, 산악자전거로 또는 걸어서 산을 오르는 청년들을 보며 언젠가 나도 저렇게 여행해 보리라 다짐도 했지요.
인터라켄은 작지만 매력적인 도시였습니다. 곳곳에 월드컵 응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맥줏잔 부딪히는 장면도 활기찼지만, 초록 잔디 끝도 없이 펼쳐진 공터에 새처럼 내려앉는 패러글라이딩 애호가들이 더없이 근사해 보였지요. 뭣보다 달디단 공기가, 숨만 쉬어도 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이더군요.
이 청정한 풍경 위로 곤돌라가 오간다는 소식은 생경했습니다. 15분 만에 정상에 오른다니요! 지루해도 산악열차를 타고 가는 게 더 낭만적이지 않을까, 곤돌라를 타면 고산증이 사라질까, 아니지, 산악자전거 타고 오르기로 했었지, 혼자 궁리하다 지금이 코로나 시대임을 깨닫습니다. 다시 세계를 여행할 날이 오기는 할까요.
그 섭섭한 마음을 ‘노원 걷기’로 달랩니다. 상계동에서 잠시 산 적 있지만 출퇴근만 열심히 해서 그런가, 오늘 여행 면에 소개된 것처럼 예쁘고 살가운 풍경을 본 적 없습니다. 주말에 쿠션 좋은 운동화 신고 소설가 구효서 선생처럼 노원 구석구석을 걸어봐야겠습니다.
이번 주 뉴스레터에 소개할 ‘다시 읽는 화제의 인터뷰’는 한국 영화계의 전설 김지미입니다. ‘살아보니 대단한 남자 없더라’는 제목만으로 장안에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온 여장부이자 당대 톱스타의 화끈한 입담, 놓치지 마세요. 얄궂은 ‘아무튼 뒷담화’도 한 줄 있습니다. 아래 QR코드와 인터넷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5743 통해 들어오시면 구독 창이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