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세계 순회 공연 당시의 폴리스 멤버들. 1977년 영국 런던에서 결성된 폴리스는 1986년 해산했다가 2007년 재결합했다. /폴리스 홈페이지

비혼주의를 고수하는 청년층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다. 비혼주의만큼이나 과거에 비해 늘어난 게 이혼율이다. 그럼에도 결혼을 결심하고 백년가약을 맺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여전히 많이 있다. 하긴, 결혼하면서 동시에 이혼까지 고려하는 커플이 세상에 어디 있겠나. 모두가 저 사람과 함께라면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행복할 거라고 믿으면서 식장의 문을 두드린다. 결혼식 입장 곡을 배경 삼아 둘이 함께하는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간혹 메시지를 받는다. “결혼식 입장 곡 추천 부탁드립니다.” 진짜다. 아무리 못해도 최소 100명 정도는 문의를 했다. 그들의 말투는 대개 정중했고, 조심스러웠다. 행여 실례가 되지 않을까 고심한 흔적이 문장 곳곳에서 드러났다. 따라서 나는 그들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는다. 한데 이런 이유로 항상 동일한 대답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일생의 이벤트에 타인이 고른 노래를 튼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고민해 보시고 직접 선곡해 보세요.”

그러면서 시간이 허락하면 가끔 이런 조언을 덧붙인다. “팝을 트실 거라면 ‘에브리 브레스 유 테이크(Every Breath You Take)’는 제외하시는 게 낫습니다. 결혼식 축하 노래라고 하기엔 가사가 정말 살벌하거든요.” 그렇다. 이 칼럼의 첫 번째 글에서 잠깐 언급했듯 폴리스(The Police)가 1983년 발표한 이 노래는 아름다운 사랑 노래가 전혀 아니다. 도리어 그 반대에 가깝다.

폴리스의 실질적인 리더였던 스팅의 말을 먼저 들어본다. “사람들이 이 곡을 완전히 잘못 받아들이고 있어요. 참 고약한 노래예요. 사악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죠. 질투와 감시, 소유에 관한 곡이니까요.” 뭐, 이쯤에서 반문할 사람 없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결혼과 더없이 어울리는 곡 아니냐”면서 반 농담조로 의문을 던질 사람 적지 않을 것이다. 정중히 청하건대, 그래서는 안 된다. 바야흐로 2022년이 밝았다는 걸 마음에 새겨야 한다. 이런 유의 개그는 20세기에나 먹혔다는 걸 명심하자.

아무래도 곡조 탓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언뜻 들으면 참 근사하다. 위의 아재 개그와는 달리 2022년이라는 좌표 위에서도 녹슬기는커녕 세련미를 뿜뿜 드러낸다. 가히 1980년대가 낳은 최고 수준의 뉴 웨이브 싱글이다. 한데 이런 분석을 제시한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해외 평론을 조금만 둘러봐도 “역사상 가장 오해받은 노래 중 하나. 강박적인 스토커에 대한 곡이지만 러브 송으로 널리 받아들여졌다”라는 기록이 널려있음을 알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핵심 가사를 살펴본다.

“넌 내 소유라는 걸 모르겠어?/ 네가 내딛는 발걸음마다 내 가련한 마음이 얼마나 상처받는지 말이야…(중략)…/ 너의 모든 움직임과 네가 깨뜨리는 모든 맹세를/ 너의 모든 가짜 미소와 네가 주장하는 모든 권리를/ 나는 지켜볼 거야.”

소름 끼치지 않나. 누가 봐도 이건 정신이상자의 상대를 향한 집착을 묘사하고 있는 노랫말이다. 달랑 30분 만에 썼다고 전해진다. 스팅에 따르면 한밤중에 영감이 떠올라서 순식간에 작곡을 끝냈다고 한다. 물론 우리는 저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스팅이 3시간을 30분으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곡의 흐름을 꼼꼼하게 감상해보면 결국 저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이토록 자연스러우면서도 심플한 서사를 지닌 곡을 쥐어 짜내듯 썼을 가능성은 아무래도 낮기 때문이다. 사족이지만 글쓰기도 똑같다. 마치 접신이라도 한 것처럼 한번에 내리 써지는 글이 대부분 좋다. 나의 경우, 그런 순간이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이제 이 곡의 더 깊은 계단으로 내려가봐야 할 차례다. 당시 스팅은 결혼 생활의 실패, 밴드 멤버 간의 갈등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아픔 속에 산파한 결과물이 바로 ‘에브리 브레스 유 테이크’였다. 한데 곡을 다 완성하고 난 뒤 스팅은 조금 다른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내 생각에 나는 빅 브러더의 대중 감시와 통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위에 해석해놓은 가사의 행간을 이쯤에서 다시 한번 곱씹어보기 바란다. 위대한 곡들이 대개 이렇다. 다양한 층위의 서브 텍스트를 통해 독자에게 더 넓은 해석의 공간을 열어준다. ‘에브리 브레스 유 테이크’로 한정하면 집착적인 한 개인의 서사를 억압적인 사회구조의 문제로 확장해 환기하는 것이다.

퍼프 대디는 1997년 폴리스의 '에브리 브레스 유 테이크'의 멜로디를 샘플링해 만든 '아일 비 미싱 유'로 11주간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하는 큰 성공을 거뒀다. /조선일보 DB

이 곡의 매력에 심취한 건 당신과 나 같은 일반 대중만은 아니었다. 1997년 힙합 뮤지션 퍼프 대디가 이 곡의 주요 멜로디를 샘플링해 ‘아일 비 미싱 유(I’ll Be Missing You)’를 발표했을 때의 풍경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퍼프 대디가 이 곡이 실린 음반 타이틀을 괜히 ‘노 웨이 아웃(No Way Out)’으로 해놓은 게 아니었다. 거리 곳곳마다 이 곡이 울려 퍼졌다. 제목 그대로 이 곡으로부터 도망칠 구석 따위 아예 없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1997년 당시 나는 음악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아일 비 미싱 유’를 거리에서 듣고 직장에서 또 들었다. 하루에 아무리 못 해도 5번은 듣는 상황이 매일같이 이어졌다.

정작 폴리스 멤버들은 ‘아일 비 미싱 유’를 요즘 말로 하면 ‘극혐’했다고 전해진다. “우리 곡을 백화점에서나 흘러나올 법한 음악 정도로 만들어버렸다”는 게 그 이유였다. 심지어 퍼프 대디는 사전 허락도 구하지 않고 이 곡을 샘플링해 문제를 야기했다. 결국 스팅이 고소를 진행했고, 로열티 전부를 가져가는 것으로 판결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