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통 말을 안 들으니, 정치판에 갈 수밖에요, 허허!”

2016~2017년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본부장을 지낸 정기석<사진>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이달 초 국민의힘 ‘코로나19대응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사실상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거 캠프에 합류하며 정치판에 뛰어든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정 교수를 “현 정부가 뽐내는 K방역의 핵심인 3T(검사·추적·치료) 시스템의 실질적인 원조”라고 평가한다. 메르스 사태 직후인 2016년 초 차관급으로 격상된 질병관리본부장에 취임한 정 교수는 새로운 전염병 사태에 대비해 새로 개발된 진단키트를 식약처가 긴급 승인하는 ‘패스트트랙’을 마련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 개발된 PCR 진단키트가 곧바로 현장에 활용될 수 있었던 것도 패스트트랙 덕분이었다. 감염원을 추적하는 역학조사관을 제대로 선발·훈련하고 코로나 중환자와 메르스 환자 등을 치료하는 음압병실이 확보되기 시작한 것도 그가 질병관리본부장에 취임한 이후부터다.

최근 정 교수는 ‘K방역은 없다’의 공저자로 합류했다. 그는 22일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정부를 향해 국립중앙의료원 전체를 코로나 병상으로 바꿔야 한다고 일찍부터 주장했는데, 전혀 듣지 않더니, 내가 대선 캠프에서 목소리를 내니까 바로 받는 걸 보고 참 씁쓸했다”고 말했다.

-책 제목대로 K방역은 실체가 없는 건가?

“물론 성공한 면도 있다. 사태 초기 검사-추적-격리인 ‘3T’ 체계는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국민의 협조와 의료진의 헌신도 있었고. 다만 문재인 정부의 방역 대응은 초기부터 문제가 많았고 그것들이 누적돼 현재의 위기가 닥쳤다.”

-현 정부의 방역이 왜 오락가락할까?

“방역을 정치적·정무적 판단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간 거리 두기 조정이나 단계적 일상 회복 전환 등 모든 게 정권의 정치적 일정에 따라 이뤄졌다. 위기와 대유행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이다.”

-결국 컨트롤타워, 청와대의 문제인가.

“청와대와 총리실이 개입할 수 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없애고 질병관리청이 중심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컨트롤타워가 되어 질병관리청장이 총지휘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독립해서 보건부 장관이 책임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 보건부 독립은 여야 간에도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안다.”

-이번 위기는 언제쯤 끝날지.

“기약이 없다. 11월 초 시작됐으니 2000명대로 가려면 ‘최소’ 90일은 걸린다. 거리 두기 조치를 뒤늦게 했지만 지금 수준으로는 유행을 잡기 어렵다. 오미크론 변이도 국내 확진자의 10%를 넘어서면 그 시점부터는 급속도로 퍼질 가능성이 크다.”

-추가 접종(부스터샷)으로 위중증 환자가 줄면 일상 회복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나.

“오미크론 변이 때문에 백신만으로는 힘들 것이다. 지금 위중증 전환율이 2%가 넘는데 부스터샷으로 1%까지 낮아진다고 해도 하루 1만명씩 확진되면 중환자가 얼마나 많이 나오겠나. 현재로선 경구 치료제가 도입돼야 일상 회복이 가능할 것 같다.”



[배준용 주말뉴스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