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저희 아이는 한쪽엔 짙은 남색의 학교 양말을, 다른 한쪽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양말을 골라 짝짝이 양말을 신고 등교했습니다. 저희 아이뿐 아니라 그날은 모든 학생이 짝짝이 양말을 신고 학교에 왔는데요. 헐렁한 아빠 양말을 신고 온 아이, 두툼한 스키 양말을 신고 온 아이, 요란한 유니콘 양말을 신고 온 (저희) 아이 등 다양했지요. 모두가 한쪽은 똑같은 교복 양말을 신었지만 다른 한쪽은 저마다 다른 모양인 ‘나만의 양말’을 신고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이 이상한 짝짝이 양말의 날(Odd socks day)은 국립아동국(National Children’s Bureau) 산하 단체인 ‘따돌림 방지 연합(Anti-bullying alliance)’에서 지정한 따돌림 방지 주간에 벌이는 영국의 연례 행사로 2002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모두가 다른 짝짝이 양말을 신고 다른 사람들 모습과 스스로를 빗대 봄으로써, 우리 모두가 각각 유별난 존재임을 경험하는 겁니다. 대부분의 집단에서 ‘남들과 다른’ ‘유별난’ 특성이 쉽게 따돌림의 이유가 된다는 점에서 착안한 이벤트입니다.(SNS에서 #oddsocksday를 검색하면 재미있는 짝짝이 양말 이미지를 수백 장 볼 수 있습니다)
매년 11월에 열리는 이 캠페인은 사회에 만연해 있는 따돌림과 그 피해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어떻게 구체적으로 따돌림을 방지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연극을 하고 토론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등의 방법을 통해 아이들이 해결 방안에 다양하게 접근해 보도록 돕습니다. 지난해 어린이 750만명이 이 캠페인에 참여했는데요. 아이들이 무슨 놀이처럼 즐기는 이런 활동은 그러나 눈에 보이는 효과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설문 조사를 했더니 학생 93%가 ‘따돌림 방지 주간이 따돌림에 대한 인식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응답했고, 86%는 ‘이 캠페인이 왕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처럼 영국 아이들은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로 인식되어 교육받고 있습니다. 해마다 10월이 되면 ‘Black History Month’라고 하는 ‘흑인 역사의 달’을 기념하는데요. 학교뿐 아니라 방송, 전시, 공연, 출판 등 사회 여러 분야에서 소외된 흑인의 역사와 인종에 대한 이해를 돕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특히 최근엔 흑인뿐 아니라 다른 모든 인종에 관한 이해와 공부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추세입니다. 작가인 얼리셔 A 월리스(Alicia a. Wallace)는 “흑인 역사의 달은 모든 차별에 대해 접근하는 촉매제로, 인종차별을 종식하고 인종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일은 일상적인 일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개최와 더불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기후나 환경 문제 역시 영국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공부하는 의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많은 학교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뉴스를 보여주고 아이들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교육하며, 아이들과 더불어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나딤 자하위(Nadhim Zahawi) 교육국장은 “교육은 기후변화와 벌이는 싸움에서 우리의 핵심 무기이며, 모든 학교 교사가 세계 최고의 기후변화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유니세프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상 거의 모든 어린이가 열판, 사이클론, 대기오염, 홍수, 물 부족 같은 기후 및 환경 위험 중 적어도 한 가지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니세프 파트너십 부국장 샬럿 페트리 고르니츠카(Charlotte Petri Gornitzka)는 세계어린이날을 위한 연설에서, 사회적 불안 퇴치를 위해서는 어린아이와 청소년을 의사 결정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내일의 지도자로서 그들은 오늘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다고 말입니다.
어린아이들이 이렇게 중요하고 무거운 주제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노벨 평화상 후보로 두 번이나 지명받았고 유엔에서 각국 정상들 앞에서 연설한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15세에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리고 그 시위는 역사상 가장 큰 환경 시위로 이어져 전 세계 젊은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냈지요. 그녀가 바다에 버리는 플라스틱에 대한 영화를 보고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진 나이는 불과 여덟 살이었습니다.
COP26 개최에 맞춰 학교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발표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딸에게 어땠냐고 물으니, 씩 웃으며 “좋았어!”라고 합니다.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어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어른들의 해법과는 분명 다른 이야기를 나누었겠지요. 차별, 따돌림, 인종, 환경…. 수많은 어려운 문제를 지금 우리가 여기서 해결하지 못하고 미래에, 아이들에게 떠넘기는 어른이 되었다는 데에 무척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을 바라보면 또 미안한 바람이 자꾸만 생기고 말아요. 그래도 우리가 믿을 것이라곤 희망뿐이라고, 너희뿐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