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아범이 길을 가다 애견숍 앞에 멈춰 섰다. 갓 태어난 강아지들이 작은 유리 진열장 안에 갇혀 있었다. 다들 조그맣고 예쁜 강아지들이었다. 창문에 ‘두드리지 마세요’라고 쓰여 있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창을 두드려 자는 강아지를 깨웠다.

나도 개아범을 만나기 전 유리방 안에 갇혀 있었다. 유리방 주인은 내 몸집이 커지면 안 된다고 밥을 새 모이만큼 줬다. 똥오줌으로 축축한 배변 패드 위에서 잠을 자야 했다. 그나마 개아범을 만나 유리방을 벗어난 게 다행이었다. 인간들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는데, 개똥밭에 한번 굴러보면 그런 소릴 못 할 것이다.

유리방 전엔 훨씬 더 나빴다. 그곳은 더럽고 지독한 냄새가 났는데 목욕은커녕 청소도 안 해줬기 때문이었다. 철창으로 된 개집은 바닥도 철창이었다. 똥오줌이 밑으로 빠지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른바 개 공장으로 불리는 개 번식장들이 대개 그렇다. 언젠가 개아범과 산책을 하다가 빗물 빠지는 하수구로 뒷발이 빠졌을 때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뒤로는 절대 하수구 근처에 가지 않는다.

번식기가 아닌 어른 개들은 애견미용학원으로 출장을 간다. 그곳에서 애견미용사가 되려는 수강생들의 미용 실습견이 된다. 가위질이 서툰 사람들에게 수시로 찔린다. 밀려드는 수강생들을 상대하느라 힘들어도 엎드려 쉴 수가 없다. 미용 실습이 끝나면 한겨울에도 찬물 목욕이다. 엄마도 그렇게 나를 낳았고, 몇 마리인지도 모를 내 형제들을 전국의 유리방으로 떠나보냈다.

유기견을 없애기 위해 반려견 등록제라는 걸 만들고 중성화 수술도 권장한다. 유기견 없애려면 벽돌 찍어내듯 개를 번식시키는 개 공장부터 없애야 하는 것 아닌가. 개 공장 주인 중엔 수의사도 있고 훈련사도 있다고 하니, 이렇게 얽힌 먹이사슬을 누가 끊으려 할까. 형편없는 곳에서 태어난 강아지들이 아프면 수의사가 돈을 벌고, 이상 행동을 하면 훈련사가 돈을 번다.

식용 닭이나 돼지에게도 동물 복지와 윤리를 들먹이는 인간들이 개 식용은 못 하게 해야 한다며 번식은 개판으로 놔둔다. 그러면서 식용은 야만이며 개는 인생의 반려(伴侶) 운운한다. 하긴 이런 인간들의 이율배반을 워낙 많이 봐서 이상하지도 않다.

유리방에 갇혀 행인들의 구경거리가 된 강아지들도 십중팔구 개 공장에서 태어났을 것이다. 개아범은 엎드려 자고 있는 강아지 한 마리를 쳐다보며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목줄을 잡아 끌어 가자는 신호를 보냈다. 개아범이 내 뒤를 졸졸 따라왔다. <다음 주에 계속>

토동이 말하고 한현우 기자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