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연구원 직원들이 입은 잠바 예쁘네요.” ”누리호 잠바 굿즈로 만들어주세요!”
지난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발사 결과를 전하는 브리핑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뜻밖의 반응이 나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들이 누리호 발사 성공을 기원하며 맞춰 입은 베이지색 항공 점퍼가 눈길을 사로잡은 것. 가슴에 붙인 “누리호 와펜 패치(천에 박음질이나 다리미로 붙이는 장식)도 갖고 싶다”는 반응도 나왔다.
항우연에 따르면 직원들이 입은 항공 점퍼는 맞춤 제작이 아닌 모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파는 기성품이다. 가슴에 붙인 누리호 프로젝트 로고도 탈부착이 쉬운 스티커였다. 항우연 관계자는 “현장에서 많은 인원이 움직이다 보니 단체복을 입으면 항우연 직원을 구별하기에 좋다”면서 “단합을 위해 발사 때마다 단체복을 맞추는데 이번엔 특히 반응이 좋아서 의아했다”고 말했다.
항공 점퍼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공군의 유니폼으로 출발해 이제는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패션 아이템이 됐다. 가볍고 보온성이 좋아 실용적인 데다 셔츠나 비즈니스 룩 위에 걸쳐 입어도 멋스럽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드레스 위에 알파 인더스트리 항공 점퍼를 걸쳐 ‘힙한’ 매력을 뽐낸 배우 윤여정이 대표적인 예. 당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내가 입고 다니는 것도 알파 항공 점퍼”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항공 점퍼의 대명사라 불리는 밀리터리 의류 브랜드 알파 인더스트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협업해 나사 에디션을 만들어왔다. 가슴에 나사 로고 패치와 100번째 우주 왕복을 기념하는 우주선 패치가 붙은 항공 점퍼가 대중적으로 사랑받았다. 아폴로 11호 임무 50주년을 맞이해 만든 항공 점퍼에는 “여기 지구에서 온 사람들이 달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문구가 새겨진 꼬리표를 소매에 달기도 했다.
역대 미 대통령들이 군을 방문하거나 국가 비상사태 시 자주 입는 옷차림도 항공 점퍼였다. 이 때문에 나사에서는 특별 제작한 항공 점퍼를 대통령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라 새겨진 명찰과 과거 우주선 비행을 기념하는 7개 패치가 붙은 항공 점퍼를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2017년 나사 예산 증액 법안에 서명한 이후 박수와 함께 항공 점퍼를 선물받았다.
언젠가 우리도 항우연(KARI) 로고나 누리호 패치가 달린 항공점퍼를 입게 될까. 항우연 측은 항공 점퍼를 비롯해 누리호 관련 굿즈(상품)를 만들어 팔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항우연 관계자는 “공공기관이다 보니 굿즈를 만들어 팔기 위해선 절차가 복잡하다. 지금으로선 행사 때 무료로 나눠주는 누리호 볼펜이 전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