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아지로소이다 삽입 일러스트: 엘리베이터 강아지 네 마리

개아범과 산책하러 나간 길이었다. 띵, 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는데 어떤 개어멈이 개 세 마리와 함께 타고 있었다. 내가 타니까 개 네 마리가 서로 냄새 맡고 깽깽 짖고 아수라장이 됐다. 그 와중에 아래층에서 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아이와 함께 타려던 엄마가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내가 봐도 개판이었다.

우리나라 네 집 중 한 집에서 개나 고양이 등등을 키운다는데도 아직 반려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주로 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고양이란 놈들은 원래 집 안에 틀어박혀 있어 누굴 마주칠 일이 없다.

개가 벤치에 올라가는 것도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파트에서는 개를 두 마리 이상 키우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개똥뿐 아니라 개 오줌도 치우라고 한다. 이 모든 게 주거 형태가 아파트로 바뀌면서 벌어지는 일인 것 같다. 개의 천국이라는 서양에는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이 많아서 남의 집 개를 만날 일이 드물다.

개아범이 어릴 적 마당 있는 집에 살 때, 개가 죽으면 대추나무 밑에 묻어주곤 했다고 한다. 초가을 대추가 주렁주렁 열리면 개아범 부친은 “쫑이 덕분에 올해 대추가 풍년이네” 하고 말씀하셨다. 그때는 그게 최선의 개 장례 방식이었다. 개가 거동이 불편할 만큼 늙거나 병들면 개장수에게 팔아넘기던 시절이었다.

이제 서울에는 개를 묻어줄 마당이 없다. 마당에서 키우던 개들은 모두 집 안에서 같이 산다. 개와 사람은 더 친근해졌는데 개 장례 치를 방법은 더 어려워졌다. 마당이 있다 해도 묻는 건 불법이다. 현행법상 개가 죽으면 동물병원에서 의료폐기물로 처리하거나 동물 장묘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그도 아니면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라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쓰레기봉투는 너무했다. 동물 장묘시설은 일종의 혐오시설이어서 많지 않고 또 가격도 만만치 않다.

전북 임실에 국내 첫 공공 반려동물 장묘시설이 생겨 전국에서 장례를 치르러 온다고 한다. 화장비가 사설 업체보다 저렴하다던데 염습·수의·관·유골함 비용 별도에 납골당 안치 비용도 매년 수십만원씩 내야 한다. 훗날 개아범이 나를 위해 그런 돈을 선뜻 쓸지 벌써 궁금하다.

마당이 사라지고 아파트가 늘면서 개를 키우는 인간들은 오히려 늘었다. 그만큼 개를 싫어하는 인간들도 개를 마주칠 기회가 잦아졌다. 나는 어쩌다 이 시대에 태어나 한국 반려동물사의 아이러니를 온 몸으로 겪으며 살고 있다. <다음 주에 계속>

토동이 말하고 한현우 기자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