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티머시는 요즘 기상 시간을 한 시간 앞당겨 여섯 시에 일어납니다. 학교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살고 있지만 차에 기름이 없어 걸어 다녀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희 아이도 며칠 전부터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아빠는 운전을 하는 대신 뒤에서 따라가고요. 이유는 역시 기름을 아끼기 위해서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에 동네 주유소 두 곳이 모두 문을 닫았거든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유소 주변에 기름을 넣으려는 자동차들이 진을 치고 있었는데, 결국 연료가 동나 임시적으로 휴업 표지판을 내 걸었습니다. 동네 주민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연일 ‘fuel’이라는 말머리를 단 게시글이 올라와 휘발유나 경유 공급에 대한 정보를 공유합니다. 학부모들이 모여 있는 단체창에는 아이들 학교 통학을 위해 다같이 마차를 준비하자는 등의 자조 섞인 농담들이 올라오지요.
지금 영국은 연료 전쟁이 한창입니다. 주유소 주변은 기름이 없는 사람과 연료를 사재기하러 개인 컨테이너를 들고 온 사람들의 차량이 수십 미터의 줄을 이어 교통이 마비되기 일쑤고, 주유소 펌프 수천 대가 공급을 멈추었으며 연료 가격은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갑작스러운 석유 연료 위기는 지난 주말 한 석유 회사에서 트럭 운전사 부족으로 소수의 주유소가 일시적으로 폐쇄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 경고가 시발점이 되어 영국 전역에서 주유소와 연료 부족에 대한 두려움이 퍼지게 되었고, 바로 그때부터 주유소에 긴 줄이 늘어서기 시작한 겁니다.
문제가 생긴 가장 주요한 원인은 휘발유를 공급할 운송 차량을 운전할 운전자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브렉시트와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으로 유럽 전역의 국가들이 영향을 받았지만 영국이 특히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브렉시트 이후 많은 유럽 운전자가 고국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했고, 팬데믹으로 많은 고령자가 일을 그만둔 것이 악재로 작용한 것입니다.
이러한 집단적 사재기는 역사적으로 반복돼 왔습니다. 대공황 초기에 미국에서는 통화를 비축하고자 줄을 섰고, 지난 50년간 석유 공금이 위기에 닥칠 때마다 주유소가 붐비기 마련이었습니다. 1973년 아랍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알려진 국가들에 석유를 수출하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 그리고 1979년 2차 오일쇼크, 2000년대의 연료 부족 사태 때도 연료 사재기로 영국은 몸살을 앓았습니다. 가장 최근의 일로는 각종 식료품과 생수, 생필품이 동났던 코로나 팬데믹까지. 생필품이 없어질까 두려워 사재기하는 모습은 우리가 과연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러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요량에 맞춰 공급을 하도록 되어 있는 현대사회의 물류 시스템은 재난 상황에 급증하는 수요에 특히나 취약해서, 이러한 문제는 어쩌면 현대에 와서 더욱 빈번해질지도 모른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연료 공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며 군대를 동원해 운송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말 필요한 만큼이 아닌 그 이상의 연료를 확보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담화를 발표했지만 사람들의 불안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인지 사재기는 아직도 계속되는 모양새입니다. 그리고 영국인들의 이러한 사재기는 전 세계에서 비웃음을 사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팝콘 사재기가 나올 거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입니다. 영국인들이 바보짓하는 걸 지켜보려면 팝콘이 부족할 거라고요.
그러나 많은 심리학자는 공황 상태에서의 사재기는 매우 인간적인 반응이며 큰 불안을 느낄 때 통제력과 주도력을 되찾으려는 극단적인 시도로서 이해할 만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심리학자이자 회복력에 대한 리더 가이드 저자인 오드리 탕(Audrey Tang)은, 패닉 바잉은 위협에 대한 생리적인 반응이라고 말합니다. “이 같은 불안한 상황에서는 신체도 같은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심장박동수가 올라가고 땀이 나고 기분이 매우 불편하지요. 구매를 하는 행위는 우리를 진정시키는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시켜 불안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집은 어떠냐고, 괜찮은 거냐고 물으시면, 상황이 좀 애매합니다. 차에 기름이 딱 절반 남았는데 저는 “반’밖에’ 남지 않았으니 기름 좀 넣자”고 하고, 남편은 “반’이나’ 남았으니 아직 안 넣어도 된다”고 하거든요. 하루에도 몇 번씩 인터넷 사이트와 채팅창을 살펴보며 어느 주유소에 연료가 다시 공급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저와는 달리, 남편은 기름이 떨어진다고 해도 대중교통이 있지 않느냐며 태평해만 보입니다. 심리학자 워릭(Waraick) 박사는, 사람들의 사재기는 결국 사람들이 각자의 불안을 얼마나 잘 관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이것은 기름이 반이나 남았고 반밖에 남지 않은 것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름이 떨어지고, 선반 위 음식들이 동이 나고, 어떤 사람들이 화장지를 두고 싸워도 결국 내가 맞서는 것은 누구의 것이 아닌 나의 불안, 나의 내면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