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역의 사립학교인 대륜중·고등학교가 개교 100년을 맞았다.
1921년 9월15일, 홍주일·김영서·정운기 등 애국지사 3명이 ‘교남학원(嶠南學院)’이란 이름으로 학교를 처음 세웠고, ‘교남학교(嶠南學校)’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학교는 일본강점기 기생까지 나서 살려낸 것으로 유명하다. 1930년대 중반 대구 남산동에 있던 학교 건물이 각종 부채로 인해 일본인 지주에게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대구에서는 교남학교 살리기 운동이 벌어졌다.
사설 기생조합 ‘달성 권번’을 설립한 염농산 여사 이야기는 유명하다. 기생 ‘앵무’로 불린 염농산은 구한말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났을 때 대구 거상(巨商) 서상돈이 낸 성금과 같은 액수인 100원을 쾌척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여걸. 1937년엔 교남학교 폐교 위기 소식을 듣고 자신의 집 토지와 건물을 팔아 당시로는 거액인 2만원을 기부했다.
염농산뿐 아니다. 달성 권번 소속 기생 유춘도씨도 1936년 3월 학교를 찾아와 자신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맡겼다. 당시 신문기자들로 구성된 모임에서도 학교 살리기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소인극(전문 배우가 아닌 사람들이 하는 연극)을 열어 수익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각계각층의 기부 덕분에 교남학교는 위기를 극복하고, 대륜중·고등학교로 성장하게 된다.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일왕의 생일 등 일제의 경축일에는 아무런 기념행사를 열지 않았다. 당시 교육 당국이 검열을 나올 때는 거짓 연극으로 식을 올리는 시늉만 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신사참배에 반대하고, 참여하지 않기도 해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다.
민족저항시인 이상화·이육사 선생이 이 학교 출신이다. 국회의장을 지낸 고(故) 이만섭 의원,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 등이 이 학교를 나왔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은 대륜고등학교에서 잠시 교편을 잡은 적도 있다.
대륜중·고등학교는 지난 15일 교내 체육관에서 개교 10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는 ‘민족을 위한 교육백년, 대륜이 세울 세계 천년’이라는 100주년 비전을 선포했다. 기념식은 오프라인뿐 아니라 메타버스(Metaverse)를 활용한 가상공간에서도 온라인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학교 운동장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재현해 여기에 동문, 학생 등 참석자 아바타들이 모여 함께 개교 100주년을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