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부터 임영웅까지… 근엄했던 부장님도 '쌍따봉'을 날렸다

문제 하나. 채팅방에서 대화가 어색하게 이어질 때, 분위기 타개용으로 사용되는 것은? 단체 채팅방에서 나를 좀 더 돋보이고 싶을 때 날리는 것은? 채팅방 대화를 종료하고 싶은데, 서로 어색하게 말이 이어질 때 필요한 것은? 눈치챘겠지만, 정답은 ‘이모티콘’이다. 요즘 이모티콘은 웃거나 우는 표정 등 단순히 감정 상태를 나타내는 게 아니다. 대화의 마침표이자, 분위기 메이커이며, 유머 감각과 취향을 보여주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올해는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이 출시된 지 10주년 되는 해. 2011년 11월 총 6개 상품으로 시작한 카카오 이모티콘은 지난해 9700개를 돌파했다. 이모티콘 누적 구매자 수도 2012년 280만명에서 지난해 12월 기준 2400만명으로 급증했다. 서비스 초창기에는 ‘누가 돈 주고 이모티콘을 사느냐’고 했지만, 출시 이후 누적 1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이모티콘 시리즈만 73개, 1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이모티콘이 1300개에 달한다. 초창기엔 이말년 같은 인기 웹툰 작가가 이모티콘을 그렸지만, 최근엔 ‘이모티콘 스튜디오’를 통해 누구나 이모티콘 제작에 도전하고 상품 판매까지 이어갈 수 있다.

카카오는 아예 이모티콘 월정액 상품을 내놓았다. 이모티콘 단품(24종 기준)을 2500원 주고 사는 대신, 월 4900원을 주고 마음에 드는 이모티콘을 제한 없이 쓰는 프로그램. 최근 해당 서비스는 2개월 무료 체험 등을 내놓으며 초등학생부터 7080까지 카카오톡 이용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카카오 이모티콘 담당자는 “무료 체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 이후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라며 “연령에 관계없이 다양한 이용자가 가입하고 있다”고 했다.

◇상사와 대화 끝낼 때 이만한 게 없다

직장인 이지은(35)씨는 이모티콘 시리즈 5~7개를 항상 구비해 놓는다. 이씨는 “직장 상사나 어른들과 대화할 때, 할 말은 없지만 의무적으로 대답은 해야 할 때 특히 유용하다”며 “언제까지 ‘네’만 할 수도 없을 때, 대화를 끝낼 때도 이모티콘 만한 게 없다”고 했다. 50대 중반인 외국계 기업 임원 조모씨도 최근 이모티콘의 재미에 푹 빠졌다. 조씨는 “중학생 딸이 이모티콘을 사달라고 해서 이 세계를 처음 알게 됐다”며 “처음엔 이런 걸 왜 사느냐고 하다가, 나도 몇 가지 재미있는 이모티콘을 따라 구매하게 됐다. 당장 가족들과 대화하는데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주부 김정희(53)씨도 “긴 말 필요 없이 이모티콘 하나만 보내면 편하다”며 “70대인 어머니도 쓰신다”고 했다.

◇이모티콘에 ‘진심’인 한국인

한국인의 이모티콘에 대한 ‘진심’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소프트웨어 회사 어도비(Adobe)가 발간한 ‘2021 글로벌 이모지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은 이모티콘 사용 빈도와 이해도가 세계 평균보다 10%가량 높았다. 한국인 응답자 79%가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동료에게 더 호감을 느낀다’고 했으며, 75%가 ‘이모티콘 사용이 팀 내 아이디어 공유에 도움을 준다’고 답했다. 86%는 ‘이모티콘이 나 자신을 더 쉽게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최근에는 지자체나 기업 등도 이모티콘을 활용한 홍보 마케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홈페이지 회원 가입 등을 하면 이모티콘을 일정 기간 무료로 사용하게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일부 이모티콘은 유료로 구입하는 것보다 더 큰 인기를 끌기도 한다. 진주시 수달 캐릭터인 ‘하모’ 이모티콘 2만5000개는 20분 만에 배부가 마감됐다. 대히트한 TV조선 ‘미스터 트롯’의 TOP6도 이모티콘으로 만들어졌으며, 본지에서 ‘만물상’ 등의 일러스트를 그리는 김도원 화백의 삽화도 최근 이모티콘으로 출시됐다.

‘이모티콘 커뮤니케이션’ 저자이자 백석문화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 학부 이선영 교수는 “이모티콘 산업 활성화로 우리는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과 분위기에 딱 맞는 이미지를 고를 수 있게 됐다”며 “최근의 이모티콘은 메시지 전달을 돕는 도구를 넘어 개인의 아바타로도 인식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