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에 관심이 뜨겁다. 지난 7월 두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과 제프 베이조스가 각각 자신이 창업한 우주 기업에서 만든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에 연이어 성공했다. 또 다른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도 연말 일반인 4명을 태운 우주선으로 지구 궤도를 도는 비행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일론 머스크는 우주 관광을 넘어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50년 이내에 100만명을 이주시켜 인류의 다행성종(multi-planetary species) 시대를 열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인류가 지구라는 요람을 벗어나 새로운 행성에서 자원을 채취하고 식민지를 개척하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도전이다.

1969년 11월, 아폴로 12호 우주인 앨런 빈이 서베이어 3호의 장치를 회수하는 장면. 서베이어 3호는 1966년 달에 보내져 3년을 달 표면에 있었는데, 아폴로 12프로젝트를 통해 회수한 장치에서 박테리아가 발견됐다. /NASA

그러나 인류의 거주 영역을 우주로 넓히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구의 중력을 이기고 수많은 물자와 사람을 안전하게 우주로 보낼 거대한 로켓을 만드는 일부터 무중력, 우주 방사선, 진공 등 가혹한 우주 환경에서 인간의 몸을 기술적으로 보호하는 일은 이미 알려진 문제다. 무엇보다 어려운 일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위험에 대처하는 것이다. 우주 미생물 같은 미지 우주 생명체가 인체에 미칠 영향 같은 문제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무인 탐사를 통해 화성에 물이 흘렀던 지형이 있고 물이 얼음 형태로 소량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생명체가 존재했거나 존재한다는 직접 증거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지구 이외 천체에서 생명체를 발견한다면 인류사의 위대한 업적이 되겠지만, 그것이 우리 몸에 침투해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면 우주여행에 큰 위험이 될 것이다.

이행성 간 생물학적 오염에 대한 우려는 우주 탐사 초기부터 있었다. 1964년 유엔 산하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는 다른 행성과 지구 사이의 생물학적 오염 방지에 대한 ‘행성 간 보호 지침’(Planetary Protection Policy)을 마련했다. 이어 1967년 우주 조약 제9조에 우주 탐사를 추진하는 국가는 외계 물체를 지구에 반입할 때 ‘유해한 오염’을 방지해야 한다는 문구를 포함했다.

이에 따라 1969년 인류 최초 달 착륙 임무를 수행한 미국의 닐 암스트롱을 비롯한 아폴로11호의 우주인 3명은 ‘우주 방역 지침’을 따라야 했다. 달에서 알지 못하는 외계 바이러스가 지구로 묻어 들어오는 일을 막기 위해, 지구 귀환 직후 3주 동안 작은 유리창이 있는 방에 격리돼 지구인들의 환대를 받아야만 했다. 다행히 감염 증세는 나타나지 않았고 밀봉한 상자에 담아 온 달 암석에도 생명체 흔적은 없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달에 간 아폴로12호 우주인들이 놀라운 결과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들은 3년 전인 1966년 무인 달 착륙선 서베이어 3호를 통해 달에 먼저 보냈던 탐사 로봇의 카메라를 떼어서 돌아왔는데, 그 안에서 지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쇄사상균(streptococcus mitis) 박테리아가 발견된 것이다. 나사(NASA) 조사팀은 달에서 생명체를 발견한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회수한 뒤 관리 부실로 지구에서 오염된 것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서베이어 3호 카메라를 달에 보내기 전 이미 지구의 박테리아 오염이 이뤄져 달에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통해 외계 미생물이 지구를 오염시키는 ‘역오염(back-contamination)’ 위험뿐만 아니라, 지구 미생물이 다른 행성을 오염시키는 ‘순오염(forward-contamination)’의 부작용에 대한 논의가 촉발됐다. 외계 생명체를 제대로 탐색하려면 지구에서 완벽히 생명체를 제거하고 탐사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NASA의 아폴로 프로젝트 ‘방역 지침’에도 변화가 생겼다. 아폴로12호 이전까지는 달에서 돌아온 우주인과 장비, 암석 등에 대한 방역 절차만 있었으나, 지구에서 우주로 나갈 때도 소독 등 방역을 마쳐야 출발할 수 있게 됐다.

‘행성 간 보호 지침’은 외계 생명체의 유입이 지구 생태계를 파괴할 위험을 막고, 무인 탐사의 과학적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절차적 정당성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최근 스페이스X의 화성 이주 계획이 추진되면서 행성 간 보호 지침의 윤리적 측면이 학계를 중심으로 새롭게 논의되고 있다. 인류가 다른 행성에 식민지를 건설한다면, 인간이 ‘외계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뿐만 아니라, 인간이 침입종이 되어 외계 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우리가 (우리보다 열등한) 외계 생명체를 찾고 생물학적 위험성 때문에 그들을 제거해야 한다면 그러한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가? 또는 의도치 않게 외계 생태계를 파괴한다면 그 생태계가 진화할 기회를 박탈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완전히 다른 생명의 형태나 환경 등에 대응하는 가장 윤리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우주 개척자들의 우주 식민지 건설은 인류의 거주 영역 확대뿐만 아니라 ‘윤리’ 개념 확장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