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앞에 파라솔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하는 것은 불법인가요?”
편의점 점주들의 인터넷 카페에는 가끔 이런 질문이 올라온다.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상황에 따라 답은 다르다. 당연하지만 사유지에 설치했으면 합법이고, 인도를 점유하고 있으면 불법이다.
“그럼 편의점 파라솔에서 맥주를 마시는 행위는요?” 편의점 측에서 술 마시는 장소를 제공한 것이니 불법이라는 견해가 있고,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맥주를 편의점 바깥에서 마시는 건데 뭐가 문제냐는 반론도 있다. 경찰청이 이에 대해 카드 뉴스를 만든 적 있는데, 인도를 차지하거나 고성방가하는 경우만 문제 삼은 걸 보니 ‘편맥’ 자체가 불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긴 그게 불법이면 하루에 족히 수만 명은 벌금을 내야 하리라. 그러니 이번 주말엔 동네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 앉아 시원한 초여름 밤공기 만끽하며 마음껏 편맥을 즐기시길. 단, 쉿!
모퉁이 상가에 위치한 편의점 간판을 양측으로 2개 설치하는 것은 합법인지 불법인지, 편의점 주위에 목재 덱을 설치하는 것은 합법인지 불법인지, 햇빛을 가려주는 어닝(차광막) 설치는 합법인지 불법인지, 이런 질문도 Q&A 단골손님이다. 모두 상황에 따라 다르다. 편의점이 주거용지에 있느냐 상업용지에 있느냐에 따라 점포당 간판 허용 개수가 다르고, 심지어 조도와 조명기구 종류까지 제약받는다. ‘가게는 일단 밝고 환하고 봐야지!’ 했다가 간판을 바꾸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목재 덱도 사유지 여부에 따라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나뉘고, 어닝의 길이도 엄밀하게 따지자면 법적인 규제를 받는다.
이런 질문이 인터넷 카페에 올라올 때마다 “그건 말이죠” 하면서 나서는 편의점 점주들이 있다. 전직 판검사, 변호사 출신이라도 되는 걸까? 율사 뺨치는 법률 지식을 자랑한다. 그게 다 가게 운영하면서 여기저기 전화해 물어보고, 법령집 검색해 알아보고, 혹은 억울하게 철거당하거나 벌금을 내기도 하면서 터득한 ‘생생 법률통’ 지식이다. 실전에 익힌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도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는다. “제가 해봐서 아는데 말이죠….”
얼마 전 친구가 자기 편의점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투명하게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던 편의점 유리창이 희끗희끗한 시트지로 잔뜩 가려져 있다. “왜? 무슨 일 있어?” 물으려다 ‘아!’ 하는 탄식이 스쳤다. 배경이 이렇다. 담배는 옥외 광고가 금지돼 있다. 그런데 편의점 내부에 설치된 담배 광고판이 외부에서도 보인다는 이유로 유리창을 가리라고 정부에서 지시한 것이다. 원래 법규에 있지만 사문화되었던 조항이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준법정신이 생겨났는지 전부 가리란다. 오는 7월 1일부터 일제 단속이 시작된다. 친절한 정부에서는 어느 정도 높이에 어느 정도 차단 효과가 있는 시트지를 부착하라고 가이드라인까지 꼼꼼히 제시해놓았다.
편의점 유리창이 투명한 이유는 여럿이다. 내부 상품을 노출하는 쇼윈도 효과도 있지만 24시간 홀로 근무하는 업태여서 심야에 강도가 들어도 외부에서 잘 보이도록 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 또한 있다. 손님들도 밤거리 편의점 불빛을 보며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런 투명함이 가려지게 되었다. 앞으로는 계산대 아래에 손도끼와 가스총이라도 준비해놓아야 하는 걸까? 칙칙한 편의점 유리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분통이 터져 끊었던 담배 생각이 절실하더라고 친구는 말했다. 금연을 위해 실시한 정책이 참 좋은 흡연 효과를 낳고 있다. 전국 편의점 점주가 5만 명쯤 되니….
오늘도 편의점 점주들의 인터넷 카페에는 ‘법’을 묻는 질문이 줄을 잇는다. 근무 중 화장실에 간다며 30분가량 자리를 비운 알바생을 해고하는 것은 합법이냐 불법이냐 묻기도 하고, 그런 경우 해고 통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급여는 어떻게 정산해야 하는지를 놓고 서로 법리와 원칙을 따진다. 퇴직금이나 주휴수당 문제 때문에 노동관청에 불려갔다는 점주의 하소연이 올라오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편의점 율사들이 나선다. “그래도 법은 지키셔야죠!”
그렇지, 법은 지켜야지. 그럼 높으신 분들의 ‘준법정신’을 어디 한번 보자. 정치인들은 바쁜 와중에 어찌 농사지을 생각까지 하셨는지 직업이 ‘농부’라며 여기저기 농지를 매입하고, 일반인은 꿈도 꾸기 어려운 지목 변경까지 휙휙 해치운다. 사법부 최고 수장이신 대법원장께서는 공관에 아들 내외가 거주하도록 하고, 그사이 아드님 내외분은 아파트 재테크까지 성공하셨다. 게다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대기업 법무팀 만찬을 대법원장 공관에서 하고, 그 잔치에 대법원장 요리사가 동원되고, 대법원장 사모님까지 참석하셨다는데, 그런 일이 알려져도 ‘나는 모르겠소!’ 입을 꾹 다물 뿐이다. 하긴 그분은 국민 앞에 거짓말한 것이 녹음파일로 공개되어도 부끄러움을 전혀 모르는 강직한 분이셨지. 서민에겐 촘촘한 모기장 같은 법의 그물망이 그분들에겐 한번 마시고 일그러뜨려 휙 버리는 편의점 커피머신 종이컵만도 못한 존재다.
오늘도 자영업자들의 인터넷 카페에는 ‘법’을 지키려는 질문과 대답이 이어진다. 법이란 것은 우리 같은 얼뜨기들만 아등바등 지키라고 박아놓은 도깨비방망이 같은 것일까? 희미하게 가려진 편의점 유리창을 바라보며 뻐끔뻐끔 담배 연기만 내뿜는다. 오늘 밤엔 왜 이리 손님도 없누.
작가·‘오늘도 지킵니다, 편의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