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떼 목장’을 내려다보며 주스를 마시고, ‘프랑스 마을’을 지나 ‘이탈리아 마을’을 걷는다. 거대한 꽃섬으로 변신한 ‘자라섬 남도’에선 빨간 양귀비 꽃에 취하고 ‘음악 테마 복합 문화 공간’에 들러 재즈도 실컷 감상한다. 당일치기 여행지로 급부상한 가평은 지역 전체가 하나의 테마파크 같다. 강과 계곡, 숲만 좋은 게 아니었다. 최근 1년 사이 이색 공간이 새롭게 들어서며 소소한 즐거움이 더해지고 있다. 생후 1년도 안 된 새내기 여행지지만 벌써 전국 명소로 이름을 올린 곳도 있다. 가평 여행에 재미를 더해줄 ‘新가평 여행 빅5’를 소개한다.

지난 2월에 문 연 설악면 '가평 양떼목장 카페'는 서울양양고속도로 설악IC에서 5분 거리에 있다. 3만평 규모의 양 목장에선 건초 먹이 주기 체험을 해볼 수 있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양떼 목장 품은 카페

서울양양고속도를 달려 설악IC에서 5분 거리, 가평군 설악면 한우재 고개 부근에 가평 양떼 목장 카페(031-585-1155)가 들어섰다. 지난 2월에 문 연 이곳은 계절상 지금 첫 성수기를 맞고 있다. 개장 당시 겨울이어서 민둥산 같던 목장은 여름에 접어들면서 초록 물결이 일렁이는 중. 양들도 계절이 마련해준 푸짐한 초록 성찬을 즐기느라 그 어느 때보다 활동적이다. 푸른 하늘에 양털 구름이 양탄자처럼 깔린 지난 16일, 가평 양떼 목장 카페에는 “전국 각지에서 스카우트해왔다”는 비교적 말끔한 풍채의 양 50마리가 초지를 누비며 제멋대로 풀을 뜯고 있었다. 전체 약 20만㎡(약 6만평) 규모이고, 양떼 목장만 3만평에 이른다. 목책을 두른 방목지 두 군데 중 ‘제2목장’에선 양 건초 먹이 주기 체험이 한창이었다. 양이 다가와 건초를 오물오물 받아먹을 때마다 아이들은 무섭다고 뒷걸음질치며 소란을 피우다가도 엉덩이를 쭉 빼고 다시 건초 바구니 내밀기를 반복했다. 주부 이승윤(32·서울 방이동)씨는 “코로나 터지고 밀폐 공간인 키즈 카페나 문화 센터에 갈 수 없어 아이가 답답해했는데 차로 30여분 거리에 양떼 목장이 있어 달려왔다”며 웃었다.

구름에서 영감을 얻은 곡선형 카페 건물 '클라우드 힐'은 벌써 가평의 명소가 됐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입구에서 700여m 떨어진 언덕배기엔 베이커리 카페 ‘클라우드 힐(cloud hill)’이 자리 잡고 있다. 조각구름을 형상화했다는 네 동의 곡선형 단층 건물은 목장만큼 인기다. 사방이 모두 통유리로 돼 있어 어디에 앉든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있다. 총괄 업무를 맡은 정희택(44) 팀장은 “유스호스텔 건물을 지으려다 친환경 공간으로 방향을 틀어 양떼 목장 카페를 열게 됐다”고 했다. 베이커리 카페에선 빵 40~50종을 번갈아가며 내놓는다. 망고 스무디와 과일 착즙 주스가 인기다. 건물의 기둥과 지붕만 있는 야외석 주변엔 금계국과 샤스타데이지가 만발해 운치를 더한다.

요즘 같은 계절엔 주말 하루 평균 1000~1500명이 방문한다. 여유롭게 즐기려면 평일 오전 시간대가 ‘진리’다. 입장권(6000원)을 끊으면 건초 체험권을 준다. 입장 후 카페 이용은 선택 사항이다.

◇프랑스·스위스 마을에 이어 이탈리아 마을도?

양떼 목장을 나와 가평대교를 건너 청평면 방향으로 15분 달리면 나오는 고성리에는 이탈리아 테마 마을인 피노키오와 다빈치(031-5175-8929)가 있다. 지난 5월 문 연 따끈따끈한 곳이다. 바로 아래 가평의 오랜 관광 명소인 프랑스 테마 마을 ‘쁘띠 프랑스’가 있다. 마음만 먹으면 반나절 동안 두 나라 여행을 하는 셈이다. 설악면의 스위스 테마 마을인 ‘에델바이스’까지 더하면 가평 속 3국 테마 여행 코스다. 모두 코로나 사태로 해외여행길이 막힌 후 해외 대체 관광지로 주목받는 곳이다.

가평 속 프랑스 마을인 '쁘띠 프랑스' 위쪽으로 이탈리아 마을 '피노키오와 다 빈치'가 문 열었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요즘, 인근 스위스 마을인 '에델바이스'까지 더해 3국 여행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이탈리아 테마 마을 '피노키오와 다빈치'에서 내려다본 프랑스 테마 마을 '쁘띠 프랑스'. 마을 너머 청평호가 보인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이탈리아 마을 '피노키오와 다 빈치'의 제페토 골목. 제페토 골목엔 '가면상점' 등이 들어서있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피노키오와 다빈치' 내 '가면상점'에선 베네치아 카니발의 화려한 가면들을 착용해볼 수 있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프랑스 마을’ ‘이탈리아 마을’로 불리는 ‘쁘띠 프랑스’와 ‘피노키오와 다 빈치’는 멀리서 보면 마치 작은 유럽 같다. 일부에서는 외관만 보고 “다소 생뚱맞다”고 혹평하지만,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각국의 작은 ‘박물관’ ‘문화관’ 역할을 톡톡히 한다. 쁘띠 프랑스가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이야기를 담았다면 피노키오와 다 빈치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카를로 콜로디의 동화 속 주인공 ‘피노키오’와 르네상스 시대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이탈리아 문화를 풀어낸 공간이다. 마을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 건축물을 테마로 해 중세 시대 느낌을 한껏 살렸다. 얼마 전 종영한 tvN 드라마 ‘빈센조’의 숨은 촬영지이기도 하다.

10.8m 거대한 피노키오 조형물은 동화 속 나라로 ‘체크인’ 하는 관문이다. 쁘띠 프랑스는 프랑스 생텍쥐페리 재단과 정식 제휴를 맺은 국내 유일 테마 마을. 피노키오와 다 빈치 역시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 이야기를 가평에 재현하기 위해 ‘피노키오의 고향’ 이탈리아 콜로디 재단과 정식 제휴를 맺었다.

피노키오 동화 속 목수 제페토의 이름을 딴 ‘제페토 골목’으로 오르면 ‘가면 상점’이 활짝 문을 열고 기다린다. 베네치아 카니발 ‘가면 축제’에서나 만날 수 있는 가면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마음에 드는 가면을 착용하고 잠시나마 가면 축제에 참가한 것처럼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가면은 실제로 베네치아에서 공수해 왔다. 이뿐만 아니라 앤티크 전시장에 전시된 바로크풍 가구부터 대리석 작품까지, 이탈리아 현지에서 가져온 전시물만 2500점에 이른다. 피노키오의 모험관에 들어서면 인형극단의 방, 피노키오를 꾀어낸 절름발이 여우와 장님 고양이 등 동화 속 인물과 만난다. ‘제페토 할아버지’만큼 지긋하게 나이 든 관람객도 피노키오 앞에선 어린 아이처럼 해맑은 웃음을 쏟아낸다. 피노키오 전망대에 서면 피노키오 조형물과 쁘띠 프랑스 마을, 멀리 청평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탈리아 마을 지하에 있는 다 빈치 전시관은 ‘발명품 전시관’ ‘비행관’ ‘차륜관’ ‘특별전시관’ 등으로 나뉜다. 명화뿐 아니라 발명품과 다빈치의 설계도를 재현한 전시물 등 총 100여 점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500여 석 규모 야외 공연장에선 주말마다 공연도 펼쳐진다. 유럽 여행을 추억하거나 꿈꾸며 시설을 여유롭게 둘러보려면 평일을, 다소 번잡하더라도 공연까지 야무지게 보려면 주말을 이용하자. 현재 개장 이벤트로 쁘띠프랑스, 피노키오와 다 빈치 통합 이용권 할인 행사(통합 할인권 1인 1만5000원)를 하고 있다.

'자라섬 남도 꽃 정원'의 수레국화밭 너머 카누가 유유히 지나가고 있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자라섬은 꽃 테마파크

매년 봄·가을이면 캠핑, 재즈 페스티벌의 축제장으로 변신했던 가평읍 자라섬 남도 꽃 정원에선 가는 계절을 아쉬워하듯 마지막 봄꽃 잔치가 열리고 있다. 지난달 22일부터 개방 행사를 시작해, 꽃 개화 시기가 늦어지면서 오는 30일까지 연장 개방한다. 지난 16일 자라섬 남도 꽃 정원에는 아름다운 풍경을 놓칠세라 출사 나온 사진동호인들이 눈에 띄었다. 출입구의 ‘꽃 다리’를 건너면 양귀비와 수레국화가 마중 나온다. 아편 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국내에서 재배가 금지된 양귀비를 합법적으로 실컷 볼 수 있다. 튤립과 유채, 해바라기와 같이 낯익은 꽃뿐 아니라 섬에 제멋대로 자란 야생화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테마 꽃밭도 볼거리다. 삼색제비꽃인 팬지와 데이지가 가득 채웠다. 자라섬 남도 꽃 정원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25일 현재 기상 상황에 따라 꽃이 많이 져 유료 개방해왔던 정원은 무료 개방으로 바뀌었다.

자라섬 남도 꽃 정원을 수놓은 양귀비. 양귀비를 합법적으로 볼 수 있는 정원이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자라섬에서 차로 2분 거리, 2019년 옛 경춘선 가평역 폐선 부지에 들어선 음악 복합 문화 공간 음악역 1939(031-580-4321)는 지나치면 아쉽다. 축제가 사라진 시대, 매년 자라섬에서 열리던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을 추억하기 좋은 공간이다. 대형 콘트라베이스 조형물 뒤편 음악역 1939 가운데 있는 뮤직센터엔 영화 상영관과 공연장, 전시실 등이 들어서 있다. 3층 전시실에선 ‘Stay-tion ; 머묾’이라는 주제로 ‘나승열 사진전’을 열고 있다. 역대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아티스트의 모습을 흑백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전시관 맞은편 ‘음악 감상실’은 안락한 쇼파에 기대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공연 실황 등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절기엔 매일 오후 9시부터 음악역 1939 건물 외벽에 미디어 파사드 쇼가 펼쳐진다. 무료 관람.

자라섬 부근 옛 가평역사 폐선부지에 들어선 '음악역 1939' 뮤직센터 전시실에서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아티스트들을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다. / 박근희 기자
매년 자라섬에서 열리던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공연 실황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음악역 1939'의 음악감상실(멀티 미디어실). / 박근희 기자

◇코로나 덕에 문 열린 ‘비밀의 숲’

포천 방향과 가까운 조종면 그라운드 휴(031-584-3965)는 아는 사람만 찾는 숲속 놀이터. 나무 위의 집 ‘트리 하우스’에 오르면 새들이 인사하고, 나뭇가지로 동그랗게 엮어 만든 ‘호빗 문’을 열면 조용한 계곡이 펼쳐진다. 나무에 매단 그네를 맘껏 타다가 밤이면 반딧불이를 만나러 ‘반딧불이 산책로’를 걷는 하루는 어린아이뿐 아니라 어른들 동심도 꿈틀대게 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 속 ‘호빗’의 이름을 딴 ‘그라운드 휴’의 ‘호빗 문’. 호빗 문을 열면 ‘계곡(조종천)의 세계’가 펼쳐진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숲 속 요정이 살 것만 같은 '그라운드 휴'의 트리하우스는 어린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한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원래 직장인들 사이에선 기업 연수원 시설 ‘좋은 아침 연수원(좋은 아침 H·R·D 센터)’으로 이름 날린 곳이다. 지난해 코로나가 터지며 연수원 운영이 어려워지자 잘 꾸며놓은 연수원 시설을 일반인들에게 유료 개방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1년 만에 연수원 이미지는 벗고 가평의 숨은 피크닉 명소로 떠올랐다. 연수원 객실은 숙박 시설로, 식당과 카페는 라운지처럼 활용하고 ‘단합대회’ 하던 운동장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운동장이 됐다. 기업 연수 시 임원들이 주로 휴식하던 정자는 어르신들 차지.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 부모님을 동반한 가족도 많이 찾는다”는 게 이곳 원창훈(49) 영업관리부 실장 말이다. 방문객들은 “고급 리조트는 아니어도 곳곳에서 연수원의 흔적이 느껴져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나만의 피크닉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단, 피크닉 매트 외 그늘막, 텐트 등은 칠 수 없으며 식사와 바비큐는 식당에서 별도 이용(모둠 숯불 바비큐 대인 1인 3만6300원, 소인 1만8150원) 할 수 있다. 숙박료는 14만원대부터. 숙박객을 제외하고 1일 입장료는 1인 1만5000원.


[ TV 속 ‘덕화다방’ 촬영 카페, 북한강 뷰가 예술이네! ]

新가평 명소 주변의 여름 맛집

북한강 전망 카페인 ‘코미호미’의 야외석. 별장 정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기분이다.

프랑스 마을(쁘띠 프랑스)과 이탈리아 마을(피노키오와 다 빈치)에서 체크 아웃하고 나와 ‘평양냉면’ 한 그릇 하는 것도 재미있다. 두 마을에서 차로 5분 거리에 평양냉면 맛집 도선재가 있다. 평안도 덕천 출신인, 주인의 할머니가 해주던 맛 그대로 평양냉면(1만1000원)을 선보인다. 여기에 주인의 처가 음식인 담양식 한우 떡갈비(2만9000원)를 조합해 내놓는다. 인공적인 맛이 느껴지지 않는 슴슴한 냉면은 남녀노소 잘 먹는다. 이덕화가 출연해 시골 카페 창업기를 그렸던 방송 프로그램 ‘덕화TV 2 덕화다방’ 속 시골 카페 촬영지 코미호미도 간 김에 들러볼 만하다. 프랑스·이탈리아 마을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북한강 뷰 맛집’이다. 야외석 나무 그늘 아래 띄엄띄엄 놓인 테이블에 앉아 더위를 식혀 가기 좋다. 트리하우스도 즐길 거리다. 카페 출입구 양편으로 이국적인 문 등 ‘포토존’이 있다.

집안 내림 음식이었던 평양냉면 맛 그대로 선보이는 '도선재'의 평양냉면.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잣을 넣은 면에 잣국물을 부어주는 명지쉼터가든의 '잣국수'(앞)와 '도토리묵'. 잣국수는 잣향이 느껴져 국수를 먹는 동안 피톤치드 가득한 숲을 여행하는 기분이다. / 박근희 기자

잣의 고장 가평에선 여름이면 잣국수를 즐겨 먹는다. 잣국수와 잣곰탕으로 소문난 북면의 식당 명지쉼터가든이 ‘자라섬 남도 꽃 정원’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다. 이곳 잣국수(1만2000원)는 잣을 넣어 만든 면에 잣 국물을 부어준다. 콩 국물보다 묽고 가벼운 듯하면서도 잣향이 나 국수를 먹는 동안 피톤치드 가득한 숲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잣국수는 특유의 잣 향 때문에 호불호가 있다. 무난하게 잣곰탕(1만4000원)을 주문하는 이가 더 많다. 곰탕은 전통 방식으로 식당 앞 가마솥에서 장작불로 끓여낸다. 자라섬과 가까운 청평면 ‘호명호수’ 입구 하늘땅별땅은 ‘잣묵사발’(1만원)과 산더덕 요리로 유명하다. 호명호수까지 오가는 버스가 지금은 코로나로 운행 중단돼 호명호수에 가려면 1시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