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센 백신을 접종받은 회사원 김모(39)씨는 “48시간을 타이레놀과 유튜브로 버텼다”고 했다. 타이레놀은 알겠는데 웬 유튜브? 사연은 이렇다.
지난 10일 오전 10시 얀센을 맞은 김씨는 접종 후 정확히 10시간이 지나자 근육통과 함께 오한이 오기 시작했다. 주변에 아스트라제네카나 화이자 백신을 맞은 사람은 있었지만, 얀센 맞은 사람은 없던 시점이라 걱정이 더 컸다.
유튜브가 근심을 덜어줬다. 김씨는 비슷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유튜브와 댓글을 보면서 ‘아, 내가 잘못된 게 아니구나’ 안심했다. ’100만 예비전력이 다 같이 아픈 시기에 북한이 공격이라도 하면 어쩌냐'는 한 네티즌 말엔 아픈 와중에도 웃음이 터졌다.
백신 부작용의 두려움도 ‘전우애' 앞에선 무릎을 꿇었다. 미국에서 들여온 얀센 백신은 지난 10일부터 30세 이상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국방·외교 관련자 중 희망자에 한해 접종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7일 기준 얀센 백신을 맞은 사람은 108만3580명으로 전체 대상자의 96.1%에 해당한다. 미국의 ‘재고떨이’ 논란과 부작용 우려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백신을 맞은 이들은 유튜브와 진통제 몇 알로 두려움을 이겨냈다.
유튜버 ‘영알남YAN’의 얀센 후기 영상은 조회 수 12만회, 댓글 1100개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오후 2시 접종 당시의 모습과 시간대별 증상이 영상에 담겼다. 채널 운영자 양승준(30)씨는 “댓글을 살펴보니 접종 하루 뒤 몸살 기운이 나거나 두통을 호소하는 등 증상이 공통된 경우가 많아 신기했다”고 했다. 전역 14년 차 민방위 대원인 안규호(36)씨도 자신의 채널 ‘안대장TV’에 3분 54초짜리 접종 후기 영상을 올렸다. 안씨는 자신의 근육통을 “힘이 센 성인 남성에게 팔뚝을 5대 세게 맞은 느낌”이라고 했다.
양씨의 영상이 게시되자 각자의 생존 비법, 증상을 공유하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자기 전에 보리차 2리터 마시고 잤다” “10시간 지나니 오한, 두통, 설사 증상까지 있다”는 내용이었다. 안씨의 영상엔 게시 20시간도 채 안 돼 고통과 증상을 토로하는 댓글 66개가 달렸다. “새벽에 요단강 건너는 줄 알았습니다” “접종 14시간째인데 오한과 두통, 정상인가요” 같은 내용들이 올라왔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실시간 소통하는 유형도 있다. 전역 7년 차 예비군 이지훈(31)씨는 지난 10일 백신을 맞은 직후 해시태그 ‘#얀센백신’을 달아 자신의 예방접종 증명서를 게시글로 올렸다. 오한으로 춥다가 갑자기 더워지는 등 체온이 급변했다며 밤새 물을 4리터쯤 마셨다는 말도 전했다. 그러자 댓글에는 ‘내일 맞는데 떨리네요’ ‘이온음료 왕창 구매해야겠어요’란 반응이 이어졌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얀센 접종 이후 희소 혈전증 발생에 대한 우려들이 있는데, 30~40대 남성에게는 100만명당 1건 정도”라며 “접종 이후 극심한 두통이 나타나면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