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아범이 읽고 던져놓은 신문 읽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기세등등하던 여당이 선거에서 개망신을 당한 뒤 맨날 헛발질을 하고 우는 소리를 하는 게 예전 야당 모습과 똑같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당에서 젊은 인간이 돌풍을 일으키자 그가 대선에 나온 것처럼 아주 난리다. 야당보다 여당에서 더 열을 올리니, 인간 세계가 짐승 세계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우리 개들은 보통 너덧 마리가 함께 태어난다. 그중엔 사납고 공격적인 놈도 있고 둔하고 내성적인 놈도 있다. 이놈들이 태어나자마자 한꺼번에 어미 젖에 몰려드는데, 젖꼭지 열 개 가운데 제일 아래쪽에 있는 두 개에서 나오는 젖이 가장 맛있고 영양분도 풍부하다. 이 젖을 서로 차지하려고 눈도 못 뜬 강아지들이 경쟁을 벌인다.
대개 적극적이고 활발한 놈들이 대가리를 들이밀며 이 젖을 빨아먹는다. 반면 소극적이고 약한 놈들은 제일 인기 없는 위쪽 젖꼭지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튼튼한 놈들이 더 좋은 젖을 먹고 약한 놈들이 빈약한 젖을 빤다. 빈익빈부익부다. 나의 형제들은 인간들이 번갈아 가며 모두에게 아래쪽 젖을 물려줬다. 천성이 점잖고 너그러운 내가 야생에서 태어났다면 젖도 제대로 못 먹었고 비실비실했을 것이다.
개가 한 발을 들고 흔적을 남기는 건 털이 젖을까봐 그러는 게 아니다. 땅바닥을 핥아 먹을 걸 찾는 개가 털 젖는 걸 걱정한다는 건 너무나 인간적인 발상이다. 개는 좀 더 높은 곳을 조준하기 위해 한 발을 든다. 그래야 다른 개의 코 높이에 흔적을 남길 수 있고 남의 흔적을 내 흔적으로 덮을 수 있다. 그러면 다른 개들이 냄새를 맡고는 우씨, 여기 벌써 왔다 간 놈이 있네 하고 움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가 오줌 싸는 것은 일종의 높이 싸기 대회다.
사자는 어린 새끼일 때까지만 어미의 보살핌을 받는다. 사자 가족이 사냥한 물소 사체에 멋모르고 덤볐다가 아비 앞발에 한 대만 맞아도 즉사하기 때문이다. 사자가 먹이를 잡으면 아비가 먼저 가장 부드럽고 영양가 높은 내장을 먹고 어미가 그다음이다. 새끼들은 나머지 퍽퍽한 살코기를 먹는다. 수사자 형제들은 갈기가 더벅머리처럼 자라면 아비에게 대들기 시작한다. 아비와 함께 먹이에 코를 박는 순간, 가차 없이 그 길로 머리를 얻어맞고 영역에서 쫓겨난다.
갈기가 제법 풍성하게 자라고 색깔도 짙어지면, 수사자 형제들은 반드시 아비의 왕국으로 되돌아온다. 노쇠한 아비는 자식들의 결투 신청을 받아들인다. 여전히 근력이 남아있으면 왕국을 지키는 것이고, 떼로 덤비는 자식들을 이겨내지 못하면 홀로 떠나 여생을 마친다. 사자 새끼들이 싸가지가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 그들이 생존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글의 법칙이다.
내가 신문을 읽고 깨달은 건, 인간의 정치라는 것이 철저히 정글의 법칙으로 굴러간다는 사실이다. 권력 잡은 자가 장땡이다. 윤리와 책임과 체면과 상식과 준법 같은 것은 흑싸리 껍데기다. 젊은 야당 인간이 인기를 끌자 나이든 여당 인간이 장유유서 운운했다. 자기편에서도 ‘꼰대’ 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교통방송 사자머리한테 일러바쳤고 사자머리는 우쭈쭈 해주니, 소꿉놀이가 가관이다. 또 다른 여당 인간은 젊은 야당 인간에게서 “히틀러의 향기가 난다”고 했다. 히틀러에게서 악취 말고 향기를 맡았다니 권력 빼앗길까봐 제정신이 아니다.
이기는 자가 정글의 왕이다. 젖꼭지 무는 놈이 젖을 먹는다. 뒤에서 구시렁거려봐야 한낱 웃음거리라는 걸, 이제 신문 석 달 읽은 강아지도 안다. <다음 주에 계속>
토동이 말하고 한현우 기자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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