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설동 풍물시장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자 마주친 풍경. 장갑차 문짝과 궤도, 탱크 포신과 위장막 등 군부대에서나 볼 수 있는 각종 군수품이 주택 담벼락 한가득 진열돼있다. 총알 자국이 남아있는 방탄 유리도 있다. 전투 현장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물건에 행인들은 눈을 떼지 못한다.
어렸을 때부터 ‘밀리터리 덕후’였던 주인 박노석씨가 34년 동안 모아온 것들이다. 주로 미군 주둔 기지가 있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처분되는 군수품을 수집했다고 한다. 걸프전 사막 전투에서 사용되던 것도 있다. 간혹 밀리터리 스타일로 인테리어를 하려는 사람들이 소품으로 사 간다고 한다. 한참 넋을 잃고 구경하자 박씨는 “이 벽이 서울 풍물시장의 포토존”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런 마니아들 덕분에 눈이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