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다. 매년 이맘때면 투자에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고대하는 최고의 이벤트가 열린다. 바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다. 주주총회는 상장된 기업이라면 다 열어야 하는 회의지만, 버크셔의 주주총회는 매우 특별하다. 만일 내게 BTS 콘서트와 버크셔 주주총회 중 어디에 참석하겠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버크셔 주주총회를 택할 것이다. 내가 오랫동안 존경해 왔던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의 지혜와 생각, 그리고 그들의 유머를 4~5시간 동안 즐길 기회이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의 주주들은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에 대한 보고를 듣고, 그 회사에 관한 제안이나 토론을 하기 위해 주주총회에 참석할 것이다. 하지만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은 버핏 회장과 멍거 부회장에게 질문할 기회를 얻기 위해 주주총회에 간다. 그리고 그들이 투자, 사업, 삶, 우정, 세상 돌아가는 방식 등에 대해 해주는 얘기를 듣기 위해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로 순례 여행을 떠난다.
나도 2000년에 아내 그레이스와 함께 오마하를 찾았었다. 관광지도 아니고, 나의 친척이나 친한 친구가 있는 곳도 아니었는데 굳이 우리 돈을 써가면서 2000㎞ 가까이 떨어진 중서부 도시로 여행을 가자는 나를 아내는 이해하지 못했으리라. 4월 마지막 토요일 아침 8시부터 시작된 주주총회는 확실히 다른 회사의 주주총회와는 달랐다. 회장 워런 버핏은 우쿨렐레를 직접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비디오로 주주들에게 환영 인사를 했다. 그 후 재미있는 비디오 프로그램이 약 한 시간 계속되었고, 9시가 넘어서야 주주총회가 시작되었다. 유일한 안건인 이사회 회원 선출 과정은 5분도 걸리지 않았고, 나머지 시간은 주주들이 버핏과 멍거에게 질문하고 그들이 답하는 순으로 진행되었다. 행사는 오후 3시가 넘어서 끝이 났다. 그리고 다음 날 나와 아내는 워런 버핏의 단골 식당인 고라츠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저녁을 먹었다. 버핏 회장과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한 것은 아니지만 식사 후 그를 만나 악수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그가 사인해 준 그날의 메뉴판을 아직도 갖고 있다.
워런 버핏이 아직도 내가 존경하는 영웅인 이유는 그가 역사에 오랫동안 남을 수퍼스타 투자자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지난 토요일인 5월 1일 나는 버핏과 멍거, 그리고 버크셔 해서웨이의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다른 두 부회장이 진행하는 주주총회를 온라인으로 들었다. 4시간 넘게 계속되는 그들의 문답을 들으면서 내가 웃고, 박수를 치고, 감탄하는 이유를 아내는 아직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그들의, 특히 버핏의 유머러스한 재치를 좋아하고 부드러운 겸손과 장기적인 관점을 존경한다. 무엇보다 생각이 다른 이들에 대해서 절대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큰 성공을 한 사람들에게서 보기 힘든 특성일 것이다.
만 90세가 된 버핏 회장과 만 97세가 된 멍거 부회장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쇠약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아직도 그들의 메시지에는 힘이 있었고, 매우 예외적인 시대를 사는 투자자들이 꼭 들어야 할 지혜가 있었다. 예를 들어 그들은 옵션을 사용하거나 매일 몇 번씩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를 투기라고 하지 않았다. 노름, 도박을 의미하는 ‘gambling’이라는 표현을 거리낌 없이 썼다. 물론 도박이 불법이거나 부도덕한 것은 아니지만, 고객 혹은 기업에서 수수료를 받기 위해 이런 무모한 행위를 하는 것은 마땅히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총회에서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에 대해서 이들이 어떤 말을 할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2조달러 규모가 된 가상화폐 시장에 대해 누군가는 질문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버핏은 이렇게 받아쳤다. ‘정치인들이 어려운 질문을 피해가는 것처럼 나도 이 질문만은 피하겠다’고. 그런데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결국 그의 생각을 말해주었다. 자신의 답을 듣는 사람 중에는 몇십만 명의 가상화폐 소유자들이 있겠지만 비트코인을 공매도한 사람은 두 명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아 답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두 명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몇십만 명을 화나게 할 수 없다는 계산적인 답이었다. 자신이 비트코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찰리 멍거는 더 직선적인 답을 했다. 유괴범이나 협박범과 같은 범죄자들에게 유용한 것을 환영할 수 없고, 인류에게 득이 되지 않는 역겨운 것이라고 했다.
일론 머스크를 언급한 두 질문에서도 버핏의 인격은 또 나타났다. 지난 2월에 일어난 텍사스 정전 사태와 같은 재난을 막기 위해 버크셔 에너지가 제안한 프로젝트를 일론 머스크가 비판하고 나섰다. 머스크는 전기 배터리를 이용한 해결책이 버크셔가 제안한 방법보다 더 우수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버핏은 ‘버크셔는 버크셔가 할 수 있는 것을 제안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긴급 사태에 텍사스 시민들이 7일 동안 쓸 수 있는 전기를 보장하는 9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인데, 만일 비상 전기 제공을 못 하게 된다면 40억 달러를 벌금으로 지불하겠다는 것이었다. 버핏은 다른 이를 비판하지 않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만을 설명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만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화성에 보낼 로켓과 우주선, 탑승객의 안전을 보장하는 보험을 발행하겠느냐는 질문에 버핏은 이렇게 답했다. 그것은 보험료가 얼마인지와 일론 머스크 자신이 탑승하는지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역시 버핏다운 재치스러운 답이었다.
남을 비판하고 무시하는 것이 표준이 되어가는 시대, 우리는 캔슬 컬처(Cancel Culture·유명인이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하면 그의 지위를 박탈하려 하는 소셜미디어 운동)를 경험하고 있다. 경쟁자나 의견이 다른 사람을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의 우월함을 주장하는 이들이 인기를 얻는 세상이다. 이런 추세에 휘말리지 않는 워런 버핏처럼, 나도 참된 겸손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