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이것도 직업병인지,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상 수상 직후 이뤄진 한국 특파원들의 기자회견을 보며 그들이 윤여정에게 던지는 ‘질문’들을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인터뷰의 성패를 좌우하는 건 질문이고, 좋은 질문이란 때로 무례함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축하하는 자리이고, 상대가 70대 노배우여선지 ‘도발적’ 질문은 없이 정중하고도 평이한 질문이 이어지더군요. 오히려 윤여정이 답변으로 도발합니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라는 기자에게 “TV만 틀면 나오는 얼굴인데 무슨 영광”이라고 받아쳐 폭소가 터졌지요. 재치 있는 입담의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도 단순 명쾌합니다. “오래 살았잖아요 제가.”

뻔한 질문엔 일침을 가해서 저도 뜨끔했습니다. “미국인들도 우리랑 똑같아. 계속 브래드 피트 (가까이서) 본 거 어떠냐고 묻더라고. 나 참.” 앞으로 계획이 뭐냐는 질문에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점쟁이도 아닌데”라고 해서 웃음이 왁자했지요. 그래도 기사로 쓸 답변을 잊지 않고 던져줍니다. “살던 대로 살 거예요. 오스카 탔다고 윤여정이 김여정이 되는 거 아니잖아요?”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한 건 이겁니다. “당신에게 지금이 최고의 순간인가?” 과연 명답이 나오더군요. “난 최고, 그런 말이 참 싫어요. 그냥 최중 하면 안 돼요? 같이 살면? 아카데미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뭘 물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당장 무례한 질문 하나가 떠오르네요. “미나리 할머니 역을 고두심씨가 했어도 여우 조연상을 받지 않았을까?”

실제로 윤여정은 네 살 아래인 배우 고두심을 살짝 ‘시샘’한 적 있습니다. ‘힐링 캠프’라는 예능 프로에서 작가 노희경에게 “고두심한테는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같은 멋진 역할(가슴에 빨간약 바르던 엄마 역) 주고 난 늘 이상한 역”이라며 투덜댔지요. 거꾸로 고두심도 윤여정에 대한 존경을 내비친 적 있습니다. “윤여정이 열연한 영화 ‘돈의 맛’의 팜파탈 역이 들어왔다면 하겠느냐”는 질문에 고두심은 답합니다. “솔직히 자신 없다. ‘너도 배우냐' 하며 비웃겠지만 그래도 못한다. 배우라는 직업으로는 이런 장벽도 터버려야 하는데 나는 그게 안 된다.”

한쪽엔 트로피, 한쪽엔 와인 잔을 놓고 턱을 괸 채 “아우, 나 취했나 봐” 중얼거리며 수다 떨듯 기자회견을 하는 일흔네 살의 이 매력적인 배우가 또 어떤 ‘뼈 때리는’ 답변을 할까 혼자 상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