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경북 영덕군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던 50대 여성 A씨가 납치됐다. 경찰이 곧장 수사에 나섰고, A씨는 납치 6일 만에 전 남자 친구 이모씨의 차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문제는 용의자 이모씨의 행적. 이미 산속으로 도주해버린 이씨를 찾기 위해 경찰 1000여 명이 사건 현장 인근을 며칠 동안 수색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오리무중이던 이씨의 행방을 경찰견이 현장 투입 2시간 30분 만에 찾아낸 것. 사람을 찾는 데 특화된 경찰견의 성과였다. 지난해 7월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실종 사건 때도, 2018년 전남 강진 여고생 살인 사건 때도 최초로 시신을 발견한 건 사람이 아닌 개였다.

개는 대체 어떻게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사람을 찾아낼 수 있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아무튼, 주말'이 지난달 14일 대전 유성구에 있는 경찰인재개발원 경찰견 종합훈련센터(이하 경찰견 센터)를 찾았다. 1만3000여평(약 4만3000㎡), 축구장 여섯 개를 붙여 놓은 규모의 경찰견 센터는 미래의 경찰견들이 교관들과 뛰놀며 훈련을 받는 곳이다. 지난해 6월 개소한 경찰견 센터 내부가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살배기 셰퍼드 '조로' 앞에서 공을 흔들자 조로가 펄쩍 뛰어올랐다. 공놀이는 공에 대한 개의 욕구를 끌어올리는 사냥 본능 강화 훈련의 일환이다.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작업복’ 입고 맞은 30kg 셰퍼드 조로

경찰견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건 1973년. 지금도 전국 13개 경찰특공대에서 경찰견을 운용하고 있지만, 막상 경찰견과 이를 다루는 ‘핸들러(경찰견을 훈련하고 관리하는 경찰 공무원)’에 대한 교육은 그동안 각 지역 특공대에서 자체적으로 이뤄졌다. 선배가 후배에게 노하우를 물려주는, 이른바 ‘주먹구구식’ 교육이었다.

경찰견 센터는 경찰견과 핸들러의 체계적 양성을 위해 설립됐다. 최대 80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이곳 센터에서 예비 경찰견들은 매일 2시간씩 각종 훈련을 받는다. 16주 훈련 과정을 무사히 수료하고, 두 차례 시험까지 통과한 경찰견들만이 비로소 일선 특공대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날 안내를 맡은 양성팀 이재호(45) 교관이 기자를 야외 훈련장으로 안내했다. 이 교관은 경찰견과 함께한 경력이 20여년에 달하는 베테랑 핸들러. 서울경찰청 특공대에서만 15년 동안 경찰견 핸들러로 활동했고, 2년 전부터 경찰견과 핸들러를 양성하는 교관으로 활동 중이다.

“현장을 둘러보기 전에 먼저 이 훈련복을 입으셔야 합니다.” 이 경위가 옷을 건넸다. 마치 공사 현장에서나 입을 법한 두꺼운 옷이었다. “경찰견은 힘이 워낙 세서, 잘못 물리면 옷깃이 찢겨 나갈 수도 있습니다.” 가장 먼저 체험할 훈련은 ‘사냥 본능 강화 훈련’이라고 했다. 이름부터 무시무시했다. 저 멀리서 몸집이 산만 한 셰퍼드 ‘조로’가 기자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덜컥 겁이 났다.

걱정은 기우였다. 이 교관이 주머니에서 공을 꺼내더니, 갑자기 조로와 공놀이를 시작했다. 교관이 풀밭에 공을 던지면, 조로가 날쌔게 달려가 물어오는 식이었다.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는 조로에게 이 교관은 연신 ‘굿 보이’를 외치며 공을 건넸다. 마치 반려견과 산책 나온 견주 같았다.

‘일반인들이 반려견과 노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고 하자, 이 교관이 웃으며 답했다. “경찰견들은 폭발물이나 사체를 찾는 걸 일종의 놀이로 받아들입니다. 목표물을 찾으면 보상이 돌아온다고 생각하죠. 사냥 본능 강화 훈련의 핵심은 개에게 공이란 목표를 제시하고, 함께 놀면서 목표물에 대한 경찰견의 욕구를 더 끌어올리는 겁니다.”

이 교관이 ‘직접 해보라’며 공을 건넸다. 조로는 기자 손에 공이 쥐어지는 걸 보자마자 달려들었다. 힘이 어찌나 센지 키 190cm인 기자가 금방 풀숲에 넘어졌다. 몸무게가 30kg에 달하는 조로는 기자 다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꼬리를 흔들었다. 애교 부리는 모습이 마치 요란한 비글 같았다.

지난해 네덜란드에서 한국으로 왔다는 조로는 자기 몸집보다 큰 장애물도 쉽게 통과했다.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폭탄 감지도 “이상 무!”

몸풀기가 끝나고 본격적인 경찰견 훈련이 시작됐다. 폭약이나 마약, 사체 시료 등을 상자에 숨기고 개가 이를 찾게 하는 ‘인지훈련’이다. 개는 인간보다 냄새를 100만 배 이상 세세히 구별한다고 한다. 테러 현장 진압이나 마약 수사에 경찰견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다.

실내 훈련장에 도착한 최용식(47) 교관이 비닐장갑을 낀 채로 검은 상자에서 무언가를 조심히 꺼냈다. “실제 군대에서 사용하는 C-4 폭약입니다. 뇌관만 제거한 상태예요.” 최 교관은 폭약 시료를 조심히 상자 하나에 넣었다. 조로가 이번엔 ‘아파트 침실에 설치된 폭탄을 찾으라’는 임무를 받았다.

경찰견 센터 실내 훈련장은 제각기 콘셉트에 맞춰 꾸며진 수십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다. 고위층이 거주하는 귀빈실, 회사 사무실, 침실 등 경찰견이 실제 출동했을 때 마주할 수 있는 환경을 그대로 조성해둔 것이다. 기자가 찾은 침실 역시 텔레비전, 옷장 등 가구는 물론 침대 위에 등산복을 입은 마네킹까지 놓여 있었다. 먼저 훈련장에 도착한 최 교관이 폭약을 서랍에 숨기자, 밖에서 따라 들어온 조로가 폭약을 찾으려 안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조로는 이곳저곳 킁킁 냄새를 맡더니 1분도 안 돼 폭약이 든 서랍 앞에 다소곳이 앉았다. 최 교관이 조로에게 보상으로 공을 건넸다. 덩치가 산만 한 강아지가 공 앞에서 천진난만하게 짖었다.

조로가 실내 훈련장에서 C-4 폭약을 찾아내는 인지 훈련을 하고 있다.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수 km 밖에서도 실종자 찾아

폭발물 테러 빈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에서 경찰견이 가장 많이 출동할 때는 사람을 수색할 때다. 2018년 전남 강진 여고생 살인 사건, 지난해 전주 30대 여성 살인 사건 등은 경찰견이 시신을 발견한 대표적 사례.

수색견은 크게 사망자의 시체를 발견하도록 훈련된 체취증거견, 범인이나 실종자 등 살아 있는 사람을 찾는 대인 수색견으로 나뉜다. 잘 훈련된 개는 수 km 밖에서도 사람을 추적할 수 있다.

경찰견 센터 야외 훈련장 상당 부분은 야산이다. 실제와 비슷한 환경에서 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교관들은 마네킹에 사체 시료 등을 묻혀 산속 깊은 곳에 숨겨놓고 경찰견에게 찾도록 한다.

이번엔 세 살배기 셰퍼드 듀블로에게 임무가 떨어졌다. 범인으로 위장한 최용식 교관을 찾는 것. 두건과 산악 마스크 등으로 온몸을 가린 최 교관이 300m 정도 떨어진 곳에 숨었다. 어찌나 잘 숨었는지 산과 물아일체가 될 지경.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이 교관이 듀블로의 목줄을 풀었다. “자, 출동!” 듀블로가 빠르게 산속으로 사라졌다. 5분 뒤 “컹컹!” 듀블로의 소리가 산을 울렸다. 소리를 따라 올라가 보니, 수풀과 나뭇가지 사이에 몸을 숨긴 최 교관이 나타났다.

“실제 현장에서는 사체가 나무에 목을 맨 채 공중에 떠 있거나, 땅속 깊은 곳에 파묻혀 있기도 하죠. 이런 다양한 경우의 수를 모두 학습시킵니다. 그래야만 개가 사람을 다른 물체와 구별할 수 있거든요.”

세 살배기 셰퍼드 듀블로가 수색 훈련에 나선 모습.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 모든 개가 경찰견이 될 순 없다

‘모든 개는 훌륭하다’고 하지만, 모든 개가 경찰견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셰퍼드, 말리노이즈, 레트리버 등 후각이 뛰어나고 소유욕이 강한 견종 중에서도 몸이 튼튼하고 성격이 대담한 개만 경찰견 후보생이 될 수 있다. 대개 특공대원 등이 북유럽 현지에 직접 출장을 나가 경찰견 후보를 선발한다. 경찰견 한 마리의 수입 가격은 두당 평균 1500만원 선. 이날 훈련에 참여한 조로와 듀블로도 지난해 말 네덜란드에서 한국으로 온 수입견이다.

까다로운 선발 절차를 거쳐 국내에 들어오더라도 끝이 아니다. 16주 교육 중 경찰견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된 개는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중간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과락 처리돼 추가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개 어려운’ 절차를 통과한 개만이 경찰견 배지를 달 수 있는 것이다.

경찰견 핸들러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뭘까. 이 교관은 “강아지와 관계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핸들러와 경찰견이 친구처럼 지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치열한 ‘밀당’ 관계에 있습니다. 경찰견은 매우 똑똑해 핸들러가 먹이를 쥐고 있다고 아는 순간 수색에 제대로 임하지 않거든요. 탐지물을 발견해야만 보상이 주어진다는 사실을 계속 강아지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이 교관의 말을 알아듣긴 하는 건지, 입에 공을 문 조로는 교관 곁을 맴돌며 꼬리를 신나게 흔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