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옥수동에 있는 카페 SIT(앁)은 출입문이 2개다. 하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유리문. 또 하나는 반려견의 이탈을 막기 위한 안전문이다. 카페 바닥은 개들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코팅을 하지 않았고, 개들의 활동 공간을 배려해 좌석 수는 줄였다. 이 카페는 지난해 10월 유기견 금비(1)를 키우는 노용찬(37)씨가 차렸다. 그는 “옥수동에 사는데, 강아지와 함께 갈 만한 공간이 없어서 직접 차리게 됐다”며 “카페 이름을 뭐로 할까 고민하다 평소 강아지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인 ‘앉아’에서 착안한 ‘SIT’으로 정했다”고 했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온다. 산책 후 집으로만 발걸음을 돌렸다면, 이 가게들을 주목하시길. 반려견과 함께 가기 좋은 카페와 식당, 이른바 ‘개 맛집'이다.
카페 ‘SIT’에는 사람과 개가 주문할 수 있는 메뉴가 각각 따로 있다. 개 메뉴 중 인기 품목은 수제연어타르트(7000원). 으깬 고구마에 야채와 연어 등을 넣어 만들었다. 지난 16일 카페를 찾은 옥수동 주민 안지영(29)씨는 “몇 년 전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며 “강아지가 보고싶을 때마다 이 카페를 찾아 위로받는다”고 했다. SIT에서 사람 메뉴로 추천하는 건 ‘김치 라구 프라이즈(8500원)’. 애견 카페로는 드물게 맥주, 와인도 갖췄다. 밤에는 가게에 널찍이 난 통창으로 동호대교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영국 유학생 출신인 노씨는 “강아지 동반 카페라고 해서 강아지만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영국에는 애견 카페가 아니더라도 강아지를 데리고 갈 수 있는 펍이나 식당이 많은데, 그런 분위기를 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에 있는 퍼푸치노는 반려견 영심이(1)를 키우는 주인 김현식(35)씨가 지난해 12월 차린 카페다. 가게 이름과 같은 ‘퍼푸치노(3500원)’가 인기다. 퍼푸치노는 강아지가 마실 수 있는 음료를 커피에 재치 있게 빗댄 말이다. 강아지 전용 우유에 락토스프리(유당 분해) 우유로 거품을 만들어 얹었다. 강아지는 대개 우유에 있는 유당을 소화시키지 못해 설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락토스프리 우유의 경우 유당이 99% 이상 제거돼 강아지도 먹을 수 있단다. 테이블 의자 앞에는 강아지가 앉을 수 있도록 발 받침을 놓았고, 배변을 위한 패드도 갖췄다. 인근에 강아지와 함께 산책할 수 있는 성북천이 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 망원휴개소에는 오리고기와 야채를 섞어서 다진 다음, 얇게 펴서 건조시킨 ‘오리야채바사삭(5500원)’이 있다. 식감이 과자처럼 바사삭해서 개들 사이에 인기가 높단다. 이곳에서도 퍼푸치노(3000원)를 파는데, 강아지 기호에 따라 단호박·브로콜리·케롭(초콜릿 향이 나는 콩과 식물) 가루를 뿌려준다. 온라인 사이트에 검색할 땐 ‘휴개소’가 자동으로 ‘휴게소’로 바꿔 검색되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수제 요구르트 전문점 땡스 오트에서는 개 전용 요구르트 ‘오 마이 퍼피(2500원)’를 판다. 요구르트는 발효 과정에서 유당이 유청으로 바뀌기 때문에, 강아지도 먹을 수 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땡스 오트 연남점이, 서울 종로구 재동에 안국점이 있다.
하와이 음식 전문점인 서울 마포구 망원동 훌라훌라는 개 전용 메뉴는 없지만, 강아지 친화적인 분위기로 유명하다. 반려견 손님을 위한 물 그릇과, 의자 패드를 제공한다.
‘펫티켓’은 꼭 지켜야 한다. 배설물은 미리 준비된 휴지 및 봉투를 사용해 견주가 직접 치워야 하며, 견주의 허락 없이 간식을 줘서는 안 된다. 강아지가 처음 보는 낯선 공간에 영역 표시를 할 수도 있다. 미리 ‘매너벨트(강아지용 기저귀)’를 하는 게 좋다. SIT과 퍼푸치노, 망원휴개소에서는 매너벨트를 가게에서 판매한다. 대형견은 목줄을 채우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