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2마리를 키우는 김여진씨는 최근 인터넷으로 반려동물 전용 소변검사 키트를 샀다. 당뇨병, 신부전 등 질병 10가지를 미리 감지할 수 있다는 키트인데 6회 분량에 7만원가량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고양이 건강검진을 위해 동물병원에 갔다가 “집에서 반려동물 소변검사 하려는 거면 사람에게 쓰는 일반 의료용 소변검사 스틱으로도 충분하다”는 수의사의 말을 들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일반 의료용 소변검사 스틱은 100회 분량을 7000원에 팔고 있었다. 김씨는 “몇십원이면 사는 소변 스틱을 만원 넘게 주고 샀으니 100배 넘게 바가지를 쓴 셈”이라며 “집사(반려동물 키우는 이를 가리키는 말)들이 반려동물에 돈을 아끼지 않는 심리를 이용해 완전 ‘호구’로 본 상술 아니냐”고 했다. 수의사 남윤기씨는 “시중에 반려동물 전용 소변검사 스틱이라고 파는 제품 중 다수가 일반 소변검사 스틱과 별 차이 없는데 가격은 10배 넘게 비싸게 붙여서 파는 경우를 종종 봤다”며 “반려동물 건강 상태를 체크하려 소변검사 스틱이 필요할 순 있지만 그런 간이 검사로는 한계가 있고 어차피 제대로 건강 상태를 체크하려면 동물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오영제씨도 최근 강아지 발바닥 보습 크림을 샀다가 수의사에게 타박을 들었다. 강아지는 원래 땅바닥을 맨발로 걷기 때문에 굳은살이 생기거나 갈라지는 게 정상이라 보습 관리를 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발바닥에 염증이나 습진이 생겼다면 약품을 쓰거나 치료를 받아야 하니까 보습 크림은 필요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 하지만 시중에선 이런 발바닥 보습 크림이 개당 수만원에 판매 중이다.
반려동물 문화가 완전히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관련 용품 시장 규모도 1조원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의 심리를 악용한 상술도 늘고 있다. 소변 스틱이나 보습 크림처럼 실제 용도가 불분명한 물건을 필수품처럼 광고하거나 반려동물 전용이라며 사람이 쓰는 물건보다 더 비싸게 받는 식이다. 업계에선 이런 상술을 ‘펫택스(Pet Tax)’라고 부른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치르는 비용을 세금에 빗댄 용어다. 펫택스가 붙는 반려동물용품은 사람이 쓰는 것보다 비싼 것도 흔하다. 예컨대, 소화를 도우려 락토스 성분을 제거한 우유의 경우 사람이 마시는 제품보다 반려동물용으로 나온 우유가 3배가량 비싸다. 반려동물을 위해 나온 삼계탕이나 카레, 케이크 중에서도 사람이 먹는 것보다 2000~3000원씩 비싸게 팔리는 제품이 있었다.
사람보다 비싼 걸 먹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590만8580가구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가구의 26%에 달하는 수치다. 반려동물별로 보면 반려견이 598만4903마리로 가장 많고, 반려묘가 257만9186마리로 뒤를 이었다. 월평균 양육 비용에 대한 정확한 조사 수치는 없지만, 통상 1마리당 15만~3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 양육자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부담은 그 이상이다.
이는 펫택스가 반려동물 관련 용품 대부분에서 발견될 정도로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게 사료다. 전문가들이 세운 사료관리협회가 반려동물 사료의 영양 성분, 용법 등 표준을 제시하고 인증도 해주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이런 기관이 없다. 엉터리 사료에 당할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시중에 유통되는 사료 중에 영양 성분 등이 표기된 라벨이 있는 경우는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제품”이라며 “‘수제’나 ‘유기농’이라는 걸 내세워 더 비싼 값을 받으면서도 정작 라벨조차 없는 사료들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기자가 인터넷에서 수제와 유기농이라고 광고하는 사료 5종과 기업에서 만든 사료 5종을 비교해본 결과 전자가 후자보다 그램(g)당 평균 500~2000원가량 비쌌다. 수제 사료라고 광고하는 제품 중에는 재료의 성분 및 영양 표기를 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사료를 만들어 팔 때는 법적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 절차를 거친 제품들에는 성분 및 영양 표기가 명시된 라벨이 붙는다. 수제라는 점을 내세워 더 비싸게 팔지만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믿기 어려운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무허가 반려동물 제품이 시중에 판매되는 일도 흔하다. 지난 1월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반려동물 몸을 씻을 때 살균수를 생성해준다는 제품 13개 중 12개가 동물용 의료 기기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제품이 광고에서 밝힌 것보다 살균력도 떨어졌다. 심지어 반려동물용 살충제라고 광고했던 제품 중에 실제로 사용했다가 반려동물이 폐사하는 사례가 발견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나서서 사용을 금지한 사건도 있었다.
시장이 너무 작거나 표준화가 어려워 터무니없이 비싼 반려동물용품도 있다. 고양이용 놀이 기구인 ‘캣타워’가 대표적이다. 나무로 정글짐처럼 만들어서 고양이가 오르내리며 놀게 하는 일종의 가구. 고양이 성향이나 집안 구조에 따라 맞춤 제작하는 게 보통이라 부르는 게 값이다. 고양이 2마리를 키우는 조모(40)씨는 “어설프게 캣타워 만들었다가 아예 거기서 안 놀면 돈 낭비이기 때문에 벽에 캣워커까지 박아가면서 제대로 설계해서 만들었더니 제작비만 400만원이 들더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키우려 빚까지 낸다
펫택스가 반드시 바가지 상술만 뜻하는 건 아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 자체의 비용도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의료 관련 비용이 문제다. 사람과 달리 반려동물은 의료보험 대상이 아니고 관련 보험 상품도 적은 데다, 보험료도 3만~9만원대로 비싼 편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용 보험 가입률은 0.2% 수준에 불과하다. 보험이 없기 때문에 병원별로 진료비도 천차만별이고, 중병에 걸려 수술이라도 하면 수술비만 100만을 훌쩍 넘기는 일이 허다하다. 반려동물을 위한 각종 의료 서비스가 확대하면서 새로 늘어나는 부담도 있다. 고양이를 키우는 이한설씨는 “고양이는 식습관 때문에 양치질을 잘 해줘야 하는데 그게 어려워 스케일링을 정기적으로 받게 해준다”며 “스케일링 한 번 하면 50만원이 들기 때문에 부담이 만만찮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아 비싼 외국산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반려동물 화장실용 모래로 많이 쓰이는 벤토나이트는 먼지가 잘 날리지 않고 암모니아 냄새도 막아주는 성능이 좋아 인기지만, 미국에서만 생산되기 때문에 통관세 등을 내고 외국산을 써야 한다. 반려동물 때문에 진짜 세금까지 내는 셈이다.
이런 펫택스가 큰 부담이 되는 일도 늘고 있다. 작년 6월 서울시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 계층 604명을 대상으로 한 ‘반려동물 양육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월평균 반려동물 양육 비용으로 반려견 13만8437원, 반려묘는 12만4346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용을 감당하려 생활비를 줄이거나(37.7%), 신용카드를 쓰는 경우(22.7%)가 많았고,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린다(7.8%)고 답한 이들도 있었다. 잘키움동물복지행동연구소 이혜원 소장은 “펫택스를 피하려면 무엇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사 자신이 키우는 동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며 “각종 반려동물용품에 붙은 광고를 무턱대고 믿지 말고 수의사같은 전문가를 믿고 다양한 경로로 제품을 검증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도 필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