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 초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입주할 아파트를 한 달 반 공사한 A(서울 강남구)씨. 이웃 민원을 우려해 공사 전 윗집, 아랫집, 옆집에 4㎏들이 2만원짜리 쌀 한 포대씩 돌렸다. A씨는 “미리 성의를 보인 덕인지 베란다 확장까지 해서 소음이 컸는데 다행히 민원을 제기한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2. 인테리어 업체 대표 B씨는 최근 서울 서초동에서 아파트 리모델링을 하다가 이웃 민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옆옆 라인에 사는 임신부 주민이 소음 때문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면서 호텔 숙박권을 요구했다. B씨는 “1박에 30만원이 넘는 한 특급 호텔 이름을 대면서 소음이 발생하는 며칠간 투숙하게 해달라고 하더라. 집주인한테 말해 어느 정도 현금을 주는 선에서 조율했다”며 “30년 일했는데 점점 공사하기가 어려워진다”고 했다.
최근 인테리어 공사로 인한 이웃 간 소음 갈등이 부쩍 늘었다. 봄이 되면서 코로나로 미뤄둔 아파트 공사가 몰리는 데다, 재택근무로 집에 머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평균 공사 기간이 길어진 것도 원인. 인테리어 업체 그린트리 박근태 실장은 “‘임대차 3법' 통과 후 전세 줬던 집으로 들어오는 집주인이 많다. 이 경우 시간을 넉넉히 두고 제대로 리모델링하고 들어오려고 한다. 30평 기준 공사 기간이 전세는 보통 2주인데, 자가는 한 달 이상”이라고 했다.
집 꾸미기 열풍도 영향을 미쳤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조희선씨는 “요즘은 고급 아파트의 경우 신축도 인테리어를 하고 입주하는 분위기이고, 리모델링도 두세 달 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아파트에선 민원이 발생해 전기 공급을 차단하는 바람에 공사 차질을 빚기도 한다”고 했다.
주민 사전 동의서를 받기도 까다로워졌다. 소음 피해를 호소하면서 피해보상비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 인천 청라지구에서 리모델링 공사를 한 C씨는 “아랫집에 사전 동의서를 받으러 갔는데 집중 소음 발생 날엔 하루에 10만원씩 달라고 하더라”고 했다.
분쟁이 늘자, 인테리어 관련 인터넷 카페에선 기발한 민원 방지용 선물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과거엔 롤케이크, 떡 등 먹을거리가 많았지만 요즘은 코로나 영향으로 쓰레기 종량제 봉투, 마스크, 손 소독제, 소독용 물티슈 등이 인기다. 커피 상품권도 최근 등장한 아이템. 서울 용산에 사는 D씨는 얼마 전 아파트 전 세대 우편함에 10L짜리 쓰레기 종량제 봉투 10개 묶음이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리모델링 예정인 입주자가 넣어둔 선물이었다. D씨는 “부쩍 인테리어 공사가 많아 노이로제에 걸렸는데 그래도 양심 있는 입주자라는 생각에 참았다”고 했다.
공사하는 가구에선 정중하게 성의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형식적 공지 대신 ‘화장실 철거, 마루 철거, 전기 공사’ 등 한 달간 일정을 꼼꼼하게 적어 엘리베이터에 붙이는 집도 있다. 박근태 실장은 “업체에서 알아서 양해 편지를 써달라는 손님이 많은데 아무래도 이웃 입장에선 성의 없게 느껴진다. 집주인이 진정성 담아 쓰는 편지 같지는 않다. 가장 중요한 건 진심 어린 태도인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