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유튜버 ‘슈카’(본명 전석재)를 인터뷰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성공 비결을 듣고 싶단 것이었다. 유튜브가 대세라고는 하지만 10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모은 대형 유튜버 대부분은 먹방이나 게임 방송, 또는 3~5분 내외의 짧은 예능방송 위주다. 게다가 TV방송처럼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구독자를 모으려고 막말이나 과격한 행동, 가짜뉴스 전파 등 자극적인 콘텐츠를 쏟아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경제 유튜버 '슈카' /양수열 영상미디어기자

하지만 슈카는 정통 경제 이슈를 해설해주는 방송으로 130만명의 구독자를 끌어 모았다. 더 놀라운 건 그게 오로지 콘텐츠 자체의 힘이란 점이다. 그의 방송은 단조롭다. 컴퓨터 웹캠 앞에 앉아서 경제 이슈에 대한 해설을 하는게 전부다. 보조자료도 신문 기사나 주가 그래프 정도로 단출하다. 화려한 볼거리나 정교한 편집도 없고 카메라 구도도 딱 하나다. 전업 유튜버로 2년간 활동하면서 구설에 오르거나 설화에 휘말린 적도 없다. 기자 역시 궁극적으로는 콘텐츠업 종사자다. 무엇보다 같은 콘텐츠업 종사자로서, 가볍고 자극적인 즐길거리가 점령한 유튜브 세계에서 거꾸로 가는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슈카의 비결이 궁금했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를 해보니 성공한 사람 대부분이 그렇듯 슈카 역시 겸손했다. 주위에서 말해주는 그의 성공 비결에 대해 자신이 얘기할 땐 신중하고 쑥스러워했다. 반면 우연이나 행운과 관련된 이야기를 더 강조했다.

‘아무튼, 주말’의 인터뷰가 보통의 신문 인터뷰보다 분량이 많지만, 그래도 담지 못한 이야기가 있었다. 여러 이유로 지면에서 뺄 수 밖에 없었던 말이지만, 그렇다고 기사 가치가 없는 건 아니다. 지난 주말에 미처 전달하지 못했던 슈카의 남은 이야기 중 의미있는 몇 가질 세가지 키워드로 추려보았다. 이른바 ‘아무튼, 주중’.

'슈카'가 MBC의 간판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모습 /방송 캡처

①인지도

“유튜버들끼리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우린 팬덤은 있지만 인지도는 없다고.”

슈카의 본업은 유튜브 방송이지만, 부업인 TV·라디오 방송 출연도 열심이다. 각종 경제시사 프로그램은 물론, 연예인 노홍철 등과 주식투자를 주제로 한 예능이나 MBC 간판 예능 ‘라디오스타’에도 출연했다. 그는 “방송 섭외가 들어오면 시간이 맞으면 가리지 않고 나간다”고 말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인지도를 쌓기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슈카는 “구독자가 100만명인 유튜버라고 이름을 대도 보통 사람들은 ‘누구지’라고 고개를 갸웃거린다”며 “열광적인 팬덤은 있지만 대중적 인지도가 없기 때문에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TV방송 출연은 그 것을 보완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는게 슈카의 설명이다. 실제로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이후 구독자가 폭증하는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고.

②묻어가기

“먼저 유튜브에서 자리잡았던 친구 덕을 많이 봤죠.”

슈카가 전업 유튜버가 된 건 2년 전이지만, 방송을 시작한 건 4년이 넘었다. 대학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이미 유튜브에서 ‘식빵아재’라는 이름으로 수만명의 구독자를 모은 상태였는데, 그 방송에 재미삼아 찬조 출연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슈카의 말로는 “개인 라이브방송 켜는 법도 몰랐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 ‘식빵아재’는 한 번 라이브방송을 하면 기본으로 1000명은 들어와서 봤다. 거기서 서서히 이름을 알린 슈카는 곧 독립(?)해서 개인방송을 시작했다.

슈카는 “유튜버 세계에선 구독자 0명에서 100명까지 가는게 제일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수많은 이들이 유튜브의 세계에 뛰어들지만, 대부분은 구독자 1000명도 모으지 못하고 나가떨어진다. 그만큼 처음에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는게 어렵기 때문. 슈카는 “나는 그 친구 덕분에 그 제일 힘든 과정을 수월하게 넘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슈카(오른쪽)가 같은 경제유튜버인 '신사임당'(가운데)과 함께 김동환 소장(왼쪽)이 이끄는 경제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경제 전망을 이야기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③시너지

“다른 경제유튜버와 경쟁 의식이요? 별로 느끼지 않습니다. 우리끼리는 전체 파이가 커져야 더 좋거든요.”

100만 구독자를 달성한 경제유튜버가 슈카만 있는 건 아니다. 슈카는 ‘신사임당’(구독자 135만명)과 ‘삼프로TV’(구독자 121만명)과 함께 ‘경제유튜버 3대장’으로 불린다. 슈카가 경제를 중심으로 각종 시사이슈 해설에 주력한다면, 신사임당은 경제전문가 인터뷰에 특화되어 있고, 삼프로TV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새없이 돌아가는 기업형 경제전문 방송국에 가깝다. 이 3대장 모두 다 작년 ‘동학개미운동’을 필두로 한 투자 열풍을 타고 100만 구독자를 달성했다.

슈카는 “가끔 삼프로TV나 신사임당에 경쟁의식을 느끼냐는 질문을 받는데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에서 경제 콘텐츠를 원하는 시장의 파이 자체가 커지면 경제 유튜버 모두에게 좋은 것”이라며 “경쟁의식이 아니라 그 반대로 서로 보완관계에 있고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튜브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은 보통 연관성 있는 콘텐츠 여럿을 연쇄적으로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슈카 방송을 즐겨보는 이들이라면 삼프로TV가 추천 영상으로 떠서 같이 접할 가능성이 크단 얘기다. 슈카는 “그렇기 때문에 삼프로TV나 신사임당에서 섭외가 오면 기꺼이 출연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