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사는 공기업 직장인 이모(39)씨는 지난해 10만원을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여러 기관을 고려하다가 사랑의열매를 선택했다. 이씨는 “평소 빨간색 나무 모양의 배지를 달고 나오는 유명인들을 방송에서 많이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불우 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을 걷는 단체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매년 기부자가 늘어나는 단체가 있는가 하면, 꾸준히 감소하는 곳도 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에 따르면 대표적인 성금 모금 단체 가운데 하나인 대한적십자사에 지난해 성금을 낸 사람 수는 299만여 명이었다. 2000년 이후 처음으로 300만 명대가 깨졌다. 이 단체 기부자 수는 2018년 350여만 명에서 2019년 316만여 명으로 꾸준히 줄었다. 모금액 역시 같은 기간 446억원에서 437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반면 사랑의열매에 지난해 기부금을 낸 사람(법인 포함) 수는 99만4000여 명이다. 2018년(81만여 명)과 2019년(86만여 명)에 이어 계속 증가 추세다. 이 단체의 모금액은 2011년 3692억원에서 지난해 8460억원으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단체의 모금 방식과 단체 인지도 등이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분석한다. 노연희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많이 노출되고 더 많이 알려진 단체에 신뢰를 갖는다”며 “활동이 얼마나 활발하고 효율적인지를 보면서 기부 단체를 고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열매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따라 1998년 설립됐다. 직접 사업을 하지 않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각종 전문 기관(2019년 2만8000여 개)에 성금을 전달한다. 사랑의열매를 상징하는 빨간색 배지의 역할도 크다. 대통령부터 장관, 국회의원뿐 아니라 일부 연예인도 달고 언론에 등장하면서 적잖은 홍보 효과를 누렸다. 또 연말이면 서울 광화문에 설치되는 사랑의 온도탑은 기부가 얼만큼 이뤄졌는지 보여줘 관심을 끌었다.
반면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 기관인 대한적십자사는 주로 지로 용지를 통해 국민에게 성금 납부를 유도했다. 매년 한 번씩 전국에 있는 모든 가정(세대별)으로 지로 용지를 보내(장애인 등 취약 계층은 제외) 기부를 원하는 사람이 지로 용지에 적힌 가상 계좌로 이체하거나 ARS 전화 등을 통해 성금을 내는 방식이다. 지로 용지는 동네 통·반장 등을 통한 인편이나 우편으로 전달된다. 하지만 IT 기술과 스마트폰 등이 급속히 발달하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한 기부 단체 관계자는 “지로 용지는 세금 고지서처럼 보이기 때문에 거부감을 준다”며 “이런 이미지가 구축되면 모금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한적십자사는 온라인 고지서를 개발해 올해부터 시범적으로 발송할 예정이다. 이민영 고려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적십자사는 기부 말고도 헌혈이나 각종 구호물품 전달 등 사업이 많기 때문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역사가 깊고 체계가 잘 잡힌 조직이라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