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 카톡 상담하다가 수명 5년 단축요.’ ‘그놈의 채팅 말고 사람이 (전화로) 좀 대응해 줬으면.’
국내 최대 소상공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최근 올라온 하소연들이다. 국내 2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요기요는 주문 취소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상담을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통해서 받는다. 이 상담 때문에 수명이 줄어들 만큼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얘기다.
지난달 28일에 올라온 사연은 이랬다. 요기요 배달원이 실수로 음식을 다른 집에 배달했다. 잘못된 음식을 받은 집주인이 가게 사장에게 치워 달란 연락을 해왔다. 사장이 얼른 요기요 고객센터로 전화했다. 전화기 속 자동 응답기의 첫마디는 ‘전화 상담은 주문 취소만 가능합니다. 채팅 상담을 이용해주세요.’ 사장이 다시 카카오톡을 열었다. 상담 요청한 지 15분이 지나, 상담원이 연결됐다. 오배송된 음식 회수와 재배달을 요청하는 사장에게 상담원은 “완료된 주문에 대해서는 다시 배달원을 보낼 수 없다”고 했다. 그사이 오배송된 음식은 2시간 넘게 방치됐고, 원래 주문은 취소됐다.
이 글을 읽고 다른 사장님이 댓글을 달았다. “바빠 죽겠는데 카톡으로 일일이 하려니 말도 안 통하고···. 진짜 답답합니다.”
2010년 처음 등장한 ‘배달 앱’은 음식 문화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바꿨다. ‘배달비’라는 수수료를 새롭게 만들었다. 고급 호텔 뷔페 음식부터 아이스커피까지 배달을 통해 못 만나는 음식이 없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배달앱은 각 가정의 필수품이 됐다. 국내 배달 시장 규모도 2017년 2조9600억원에서 2019년 9조730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그러나 배달앱이 외형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이를 이용하는 업주와 소비자들의 불만도 함께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지난 2월 배달앱 관련 소비자 불만을 분석한 결과, 2016년 108건에서 2017년 135건, 2018년 181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2019년의 경우 8개월간 267건이 접수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7% 늘어났다. 작년은 코로나로 인해 주문량이 폭증한 만큼, 불만도 더욱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주말'이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결제는 1초, 대응은 3600초?
“고객님, 지금 문의량이 많아 더 많은 고객님들과의 상담을 위해 답변이 없으신 경우 상담이 1분 뒤 자동 종료될 예정입니다.”
지난달 초,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사는 김모(44)씨는 요기요 고객센터와 채팅 상담 중 이런 답을 받았다. 이날 오후 김씨는 요기요를 통해 피자를 시켰다. 50분이 지나자, 요기요 앱에 ‘배달 완료’라고 떴다. 문제는 피자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 당황한 김씨가 요기요 고객센터와 카카오톡 채팅을 시작했다. 전화 상담은 주문 취소 시에만 가능하다. 상담 요청 10여 분 만에 상담원이 연결됐다. 상황을 설명하고 채팅으로 대화를 나누는 데 다시 10여 분이 흘렀다. 여전히 ‘주문 완료’ 됐다는 피자는 오지 않는 상황. 상담원은 “담당 부서에서 확인 중”이라며 “기다려 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계속되는 같은 말에 김씨가 답을 하지 않고 기다리자, 상담원이 말했다. “답변이 없으면 1분 뒤 종료하겠습니다.”
김씨는 “배달이 늦어지는 건 이해 가능하다”고 했다. “이해 가지 않는 건, 문제가 다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시간제한을 두면서 대화를 종료한다는 거예요. 카톡 쓰는 데만 1분이 넘게 걸릴 수도 있지 않나요. 상담 창구를 카톡으로만 제한한 것도 소비자를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봅니다.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아무리 채팅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도 불만 사항을 카톡으로 전하는 건 어려울 겁니다. 최소한의 전화 상담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서울 종로구에 사는 김모(38)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 11월 말 김씨는 요기요를 통해 음식 주문을 했으나, 20분 지나 ‘주문 취소’를 당했다. 김씨가 이유를 알기 위해 카톡 상담을 요청했으나, 문의량이 많다며 1시간이 지나 상담원이 연결됐다. 연결된 상담원은 “문의 사항을 알려달라. 2분 동안 말이 없는 경우 상담이 자동으로 종료된다”고 했다. 1시간 동안 상담원 연결이 지연되면서 카톡을 보지 않고 있던 김씨는 2분 안에 답을 못했다. 결국 상담은 종료됐다. 김씨가 다시 상담을 요청했다. 이번엔 1시간 30분 만에 상담원이 연결됐다. 이 상담원 역시 2분 안에 문의 사항을 남겨 주라고 요청했고, 김씨는 이를 놓쳤다. 결국 김씨는 상담받는 것을 포기했다.
김씨는 “상담이 언제 연결될지 모르는데 누가 카톡만 계속 들여다보고 있느냐”며 “문의량이 많아 상담원 연결이 어렵다면 상담원을 더 늘리거나 온라인 게시판이라도 운영해야지, 게임하듯이 2분 안에 답하라고 하는 건 고객 우롱”이라고 했다.
요기요 측은 “코로나 대응을 위한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채팅 상담을 주로 하고 있으며, 다른 업체보다 요기요가 방역 당국의 지침을 더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또 1분 시간 제한에 대해선 “지침은 5분간 고객이 메시지 미입력 시 채팅 상담이 종료되며, 주문이 폭주했던 시간 등에는 3분 정도로 줄인 것은 맞는다”면서도 “1분의 경우 예외적인 일로 전체 상담을 다시 점검하겠다”고 했다.
◇사장님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
지난달 24일 국내 1위 배달앱인 ‘배달의 민족’ 일부 서비스(배민 라이더스)가 먹통이 됐을 때도 고객센터 연결이 원활하게 되지 않았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30대 사장 김모씨는 “이날 배민 고객 센터에 15분 간격으로 4시간 동안 10번 이상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며 “크리스마스이브라 평소 대비 1.5배 많은 음식을 준비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결국 영업을 종료하고 음식은 강제 폐기했다”고 말했다.
당시 서비스 먹통 등은 겪지 않았으나 고객 센터 연결이 되지 않으면서, 간접 피해를 봤다는 주장도 있다. 경기도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상원(가명)씨는 “고객이 주문한 메뉴가 갑자기 품절돼 고객에게 연락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배민은 휴대전화 번호 노출을 꺼리는 고객을 위해 050으로 시작하는 ‘안심번호’를 업체에 제공하는데, 이날은 안심번호 연결이 갑자기 되지 않았다”고 했다. 고객센터를 통한 연결이 되지 않자, 한씨는 결국 직접 고객 집을 찾아가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
한씨는 “우리 가게는 대부분 단골 장사인 데다, 이런 상황을 고객에게 설명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주문 취소’를 하면 추후 리뷰 등에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업주들은 “문제는 평소에도 고객센터 연결이 늦어지면서 고객과 혼선을 겪어 피해를 보는 일이 많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씨는 “음식 배달은 다른 업종과 달리 촌각을 다투는 일인데, 배달앱 측에서는 ‘전화 연결이 폭주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 끝이다. 결국 그로 인한 피해는 현장에서 업주들이 고스란히 입는다. 그럼에도 배달앱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에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참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장 김씨도 “특히 음식 조리하느라 1분 1초가 바쁜 상황에서 채팅 상담을 하고 있으면 정말 열불이 난다. 1분 안에 답을 안 하면 상담을 종료한다고 해 몇 번 놓친 적도 있다”고 했다.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이성훈 교수는 “결국엔 시장 논리에 따라 소비자들이 선택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 교수는 “비싼 수수료는 결국 음식 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배달 지연이나 서비스 불만이 계속되면 ‘배달시키지 않고 직접 포장하겠다’는 소비자들이 나오게 될 것이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외면받는 기업은 과거 싸이월드, 야후 등 다른 IT 기업이 그랬던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 측은 “크리스마스의 경우 이브 날 못지않게 주문이 많았지만, 정상 운영됐다”며 “앞으로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서버 및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