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와 스님이 어릴 때부터 친한 친구라면?
올해 유튜브에서 우리나라 사용자들이 둘째로 많이 본 동영상이다(1위는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국민행동수칙. 뮤직비디오 제외). 두 사람이 삼겹살 집에서 만나 “새벽 기도 가기 싫은 적 있다” 등 죽마고우라서 말할 수 있는 치부를 드러내며 폭로전을 이어간다. 사실은 주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몰래카메라. 모르고 두 사람을 지켜보는 이들은 포복절도한다.
이 영상은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약 1540만회 재생됐다. 영상을 만든 주인공은 KBS 공채 코미디언 출신인 장윤석(33)과 임종혁(33). KBS 개그콘서트 ‘고구마’ 등 코너에서 활약한 두 사람은 올해 초부터 유튜브에서 ‘낄낄상회’란 유머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구독자 약 100만명.
지난 5월 KBS 개그콘서트를 마지막으로 지상파 3사 공개 코미디가 모두 문을 닫았다. 코미디언 공채도 멈추면서, ‘코미디언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낄낄상회’는 그 걱정에 대한 코미디언들의 대답이 될 것 같다. 공개 코미디는 중단됐지만 코미디언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유튜브로 간 코미디언
구독자 30만명의 유머 채널 ‘면상들’을 운영하는 이선민(33), 조훈(28)씨는 SBS가 2016년 마지막으로 선발한 개그맨이다. 웃찾사가 2017년 5월 폐지되면서, SBS는 더는 개그맨을 뽑지 않고 있다. 이씨는 “조훈씨는 수석, 저는 차석으로 SBS 공채 16기 개그맨에 선발됐다”며 “당시 방송 출연 기간이 짧다 보니 인지도가 낮았다. 갈 곳이 없어졌다”고 했다.
그들이 다시 개그를 시작한 곳은 유튜브. 첫 시작 이후 11개월간 수익은 0원이었다. 이씨는 “웃찾사를 하면서 모아둔 돈 500만원에, 지인들 결혼식이나 돌잔치 사회 등을 보면서 생활비를 모아 버텼다”며 “주변 친구들은 한두 명씩 취직하고, 부모님도 걱정을 많이 했지만, 개그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SBS 공채 개그맨 16기 김종원(35)씨도 웃찾사 폐지 이후 행사와 공연 등을 전전하다, 마지막으로 고향 집에 내려와 유튜브를 찍기 시작했다. 충북 제천서 사는 엄마의 일상을 그대로 촬영해 올리는 ‘순자 엄마’(구독자 약 9만명)다. 김씨는 “처음에는 유튜브를 제대로 할 생각도 없었고, 엄마가 너무 웃겨서 올렸는데 반응이 오더라”며 “서울 생활을 다 접고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지상파보다 ‘날것’을 다룬다
‘면상들'은 ‘몰래카메라’를 주력 콘텐츠로 다룬다. 이씨는 “지금 유튜브 유머 콘텐츠 중에선 몰래카메라가 대세”라며 “유튜브는 지상파보다 ‘날것'의 느낌을 담기가 더 쉬워서, 몰래카메라를 진행했을 때 훨씬 생생하게 느껴져 반응이 좋다”고 했다.
구독자 40만명인 유튜브 ‘피식대학’도 SBS 공채 개그맨 김민수(30)·이용주(35)씨와 KBS 공채 개그맨 정재형(33)씨가 뭉친 채널이다. 김씨는 “공중파는 불특정 다수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면, 유튜브는 알고리즘상 타깃이 정해져 있어 좀 더 맞춤형으로 만들 수 있다”며 “우리는 주로 20~30대가 많이 보기 때문에, 그들을 겨냥한 콘텐츠를 중점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05학번 이즈 백'이 대표적. 200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닌 80년대생을 노려 당시의 대학 문화를 시트콤 형식으로 재연한다.
김씨는 “공개 코미디 무대에 설 때보다 유튜브가 수익 면에서도 훨씬 낫다”면서도 “관객과 호흡을 못하는 점은 많이 아쉽다”고 했다. “코미디 역사를 생각해보면, 맨 처음에는 자기 앞에 있는 한 명을 웃겼을 거예요. 관객과 호흡할 때 가장 카타르시스가 큰데, 그걸 못 해 아쉽습니다.”
다시 무대에 서고 싶은 생각은 없을까. 김종원씨는 “20대를 쏟아부어서 9년 만에 코미디언이 됐는데, 어떻게 아쉽지 않겠느냐”며 “그래도 새로운 기회가 온 것에 감사하며 오늘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씨 역시 “개그맨이라는 게 나에겐 가슴속 훈장”이라며 “꼭 성공해 빛나는 별 같은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