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식 | 서울시향

지난 7월 서울시향 부지휘자 윌슨 응(31)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젊은 지휘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우승을 꿈꾸는 말러 지휘 콩쿠르가 자동차로 불과 두 시간 거리인 인근 밤베르크에서 열리고 있었지만, 응은 전 세계로 번진 코로나 탓에 입국 자체를 거부당했다. 면세 구역 호텔에서 꼬박 이틀 밤을 보낸 뒤에야 허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고작 세 시간 남아 있었다. 대회가 열리는 밤베르크에 도착하니 주어진 시간은 딱 한 시간이었다.

가까스로 지휘봉을 잡은 응은 그 후 4일 내내 지휘대에 올랐다. 말러 교향곡 4번과 모차르트, 베베른, 현대음악 등을 지휘하며 숨 가쁘게 경연을 치렀다. 그리고 LA필하모닉 음악감독인 구스타보 두다멜이 2004년 우승한 말러 지휘 콩쿠르에서 3위를 했다. 홍콩에서 태어나 파리와 로잔에서 공부한 응은 베를린예술대·스코틀랜드 왕립음악원에서 지휘를 배웠다. 2019년부터 서울시향 부지휘자로 활동하고 있고, 자신이 직접 창단한 구스타프 말러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자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다.

응이 5~6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과 함께 슈베르트 교향곡 5번을 선보인다.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평소의 절반인 40여 명의 연주자가 나오는 ’2020 서울시향 윌슨 응과 양성원 1&2′ 무대다. 서울시향 타악기 앙상블(제이슨 하하임·에드워드 최·스캇 버다인·김미연)이 연주하는 스티브 라이시의 1973년 작 ‘나무조각을 위한 음악’을 시작으로 존 케이지의 1940년 작 ‘두 번째 구성’을 들려주고, 첼리스트 양성원은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을 서울시향과 협연한다. 1588-1210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 뮤지컬 | 노트르담 드 파리

‘대성당들의 시대’가 프랑스어 원어 그대로 서울에 왔다. 한국 초연 15주년 기념 프렌치 월드투어팀 내한 공연. 신체 연기와 서커스, 록 콘서트를 결합한 듯한 심미적 프랑스 뮤지컬의 진수다. 영미 뮤지컬 문법과는 결이 다르다.

순수의 상징인 집시 처녀 ‘에스메랄다’를 향해 ‘콰지모도’의 안타까운 사랑, ‘프롤로’ 대주교의 고뇌 어린 집착, 근위대장 ‘페뷔스’의 젊은 욕망이 충돌하며 비극을 향해 치닫는다. 아름다운 노래들은 빅토르 위고의 원작에 담긴 휴머니즘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도구. 30t짜리 세트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옮겨온 듯 웅장하고, 근육질 무용수들의 격렬한 춤, 거대한 종에 매달리거나 성당 벽을 오르내리는 모습이 경이롭다. 1월 17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첨부용**보아 리얼리티

◇ 앨범 | 보아 ‘베터(Better)’

‘아시아의 별’ 보아가 데뷔 20주년 앨범 ‘베터(Better)’로 돌아왔다. 동명의 타이틀곡 ‘베터’는 “너만 가져 준비됐어/ 이미 알고 있던 너야/ 속 터지게 만들지도 마” 등 적극적인 여성상을 담은 노래. 보아는 “2020년 버전의 걸크러시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 보아는 자작곡 ‘클라우드(Cloud)’ ‘올 댓 재즈(All That Jazz)’ ‘리틀 버드(Little Bird)’로 싱어송라이터 면모를 보여준다. ‘클라우드’는 감성적인 피아노 사운드가 매력적인 R&B 장르. 있는 그대로의 모습도 괜찮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올 댓 재즈’는 보사노바 기반의 리듬에 잔잔한 기타와 피아노 사운드가 더해진 재즈 팝이다. 끝이 보이는 인연의 빈자리가 주는 공허함과 상실감을 표현했다. ‘리틀 버드’는 웅장한 브라스와 드럼 사운드가 돋보이는 브릿팝 장르다. 꿈을 이루기까지의 여정과 새로운 희망을 담은 영화 같은 가사가 인상적이다. 보아는 “수능이 끝난 수험생들이 이 곡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호다완의 고졸한 아름다움을 돌아보는 전시가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12월 27일까지 열린다.

◇ 전시 | 김종훈 도자展

조선시대 찻사발 정호다완(井戶茶碗)을 도예가 김종훈(48)씨는 20년 넘게 빚어내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넘어가 현지서 국보로 사랑받는 도자기지만, 한국에선 이제 구할 수도 없다. “실물을 보려고 일본만 60번 넘게 드나들었다”고 했다. 산에서 직접 캔 흙을 7~8년 묵혀 빚는다. 찻사발 굽에 유약이 매화피(梅花皮)의 형상으로 자글자글 맺혀있다. 그것은 노인의 입술 주름처럼 보인다.

정호다완의 고졸한 아름다움을 돌아보는 전시가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12월 27일까지 열린다. 김씨 작품 75점과 실제 조선 시대 정호다완 3점이 함께 놓여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차 한잔의 자기 소묘를 권하는 전시다. 무료 관람.


영화 ‘콜’은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사는 두 여자가 전화 한 통으로 이어지고, 서로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 넷플릭스 | 영화 ‘콜’

영화 ‘콜’은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사는 두 여자가 전화 한 통으로 이어지고, 서로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극장 개봉이 미뤄지면서 넷플릭스에서 단독 공개됐다.

28세 서연(박신혜)은 과거 자신과 같은 집에 살았던 동갑내기 영숙(전종서)과 낡은 무선 전화기로 연결된다. 영화는 시공간을 초월한 전화가 어떻게 연결 가능한지,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 단박에 신뢰하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대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겁 없이 과거를 바꾼 이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영숙을 연기한 전종서의 섬뜩한 광기가 장르적인 쾌감을 극대화한다. 불행히도 그의 연기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는 게 이 영화의 단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