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 이른 새벽 파스텔 톤으로 단풍이 물든 키 작은 나무들 위로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아있다. 강원도 인제군 남면 갑둔리. 몇 년 전 누군가가 이곳의 가을 풍경에 반해 ‘비밀의 정원’이라 이름 붙이고 공개한 사진 때문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곳은 군사 작전 구역이다.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어서 오직 멀리 보이는 길가에서만 바라볼 수 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해온 이유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안개가 많은 분지. 일교차가 크고 새벽에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조건이 맞아야 서리가 내린다. 일기예보를 확인한 후 밤길을 뚫고 해뜨기 전에 도착해보니, 이미 삼각대를 펼쳐놓은 사진가들로 가득했다. 전날 도착해 차에서 밤을 지새운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날이 밝아오자 적막한 산골에 셔터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나도 얼른 이 몽환적인 광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해가 비치면 곧 녹아 없어질 찰나의 풍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