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부근. 가출했어요. 잘 곳이 없어요. 도와주세요.’

지난달 초 오전 2시. 청소년들이 많이 사용하는 SNS인 인스타그램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당시 근무 중이던 ‘사이버 아웃리치’ 상담원이 이 글을 발견하고, 급히 인스타 주인 A양(19)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청소년 상담센터 선생님이에요. 위기 상황에 노출된 것 같아 메시지를 드립니다.’

일러스트= 김영석

A양은 처음에는 상담원을 믿지 않았지만, 상담원이 여성가족부 산하 준정부 기관 소속이라 얘기하고 익명을 보장하자 사연을 털어놓았다. 부모님이 이혼한 상황에서 아버지와 생활하다 말다툼 끝에 집을 나왔다는 것. 아버지가 집을 나가라고 하자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다고. 그는 가출 후 PC방과 친구 집을 전전하다가 결국 용돈이 없어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상담원은 A양을 가장 가까운 지역의 청소년 쉼터로 안내했다.

‘아웃리치(outreach)’의 사전적 의미는 지역 주민에 대한 기관의 적극적 봉사 활동이다. 그중에서도 청소년 아웃리치는 거리로 나가 위기 청소년이나 가출 청소년에게 직접 도움을 주는 활동을 말한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로 인해 현장 접근이나 대면 상담이 어려워지면서, 지난 9월부터 ‘사이버 아웃리치’가 등장했다. 청소년들이 주로 사용하는 모바일과 인터넷 공간에서 위기 청소년을 찾아내고, 가출 및 성범죄 예방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우울·불안, 충동·분노 조절을 상담하는 청소년이 크게 늘기도 했다.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이 관련 상담 건수는 4만716건으로 전년(2만5410건)대비 85.7%가 늘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지난 9월부터 석사 학위 이상의 청소년 전문 상담사 16명을 새로 채용했다. 이들은 밤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재택근무한다. 이 시간대가 청소년들이 SNS를 활발히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상담원들은 ‘가출팸’ ‘자살계’ 등과 유사한 검색어를 통해 온라인상 위기 청소년을 찾는다. 미성년자인 청소년들은 아직 자립할 수 없기 때문에, 함께 지낼 사람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상담복지개발원 정진영 팀장은 “혹시라도 이를 악용할까 봐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청소년들은 영어와 한글을 섞어서 쓰는 등 그들만의 ‘은어’가 있다”며 “인스타그램 등에서 이런 검색어를 찾은 다음 글을 올린 청소년에게 상담원 신분을 밝히고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메시지를 보낸다”고 했다.

지난 9월 말에는 주기적으로 손목에 상처를 낸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던 B양(14)을 인근 청소년 상담센터로 연계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B양은 컴퓨터 사용 문제로 어머니와 자주 말다툼을 했고, 이런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손목에 상처를 낸 사진을 인스타에 올렸다. 사이버 아웃리치 상담원이 ‘자해’ 등의 키워드로 B양을 찾았고, 실제 상담으로 이끌어냈다.

처음 상담을 시작했을 때는 위기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 등에서 ‘이상한 단체에서 말을 건다’고 소문이 나기도 했다. 정 팀장은 “해당 커뮤니티의 한 학생이 ‘어떤 단체냐’고 물어서, 공공기관이라고 충분히 설명하고 링크도 보내준 결과 오해가 풀린 일도 있었다”며 “처음에는 메시지를 보내면 10명 중 1명 정도가 답했지만, 지금은 응답률이 30% 정도까지 올라왔다”고 했다. 지난 두 달간 상담복지개발원에서는 메시지 상담이 4052건 이뤄졌다.

이런 구조도 결국 일시적 해결책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정 팀장은 “손 놓고 있기보다 위급 상황에서는 당장 구해내는 것이 먼저”라며 “위기에 아무런 도움을 못 받는다고 느끼고 있을 때 손 내미는 역할이 바로 우리가 할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