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를 앞둔 황금 들녘에 500여 허수아비가 가을 햇살을 만끽하고 있다. 전남 순천시 별량면 봉덕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허수아비들은 매년 이맘때면 논에서 손님을 맞는다. 이렇게 많은 허수아비에는 사연이 있다. 별량면 주민이 5600여명인데 작년에 태어난 아기는 세 명뿐. 고령화와 더불어 정체된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과거에 유명했던 허수아비 축제를 부활시키고, 유색벼를 심어 논에 초대형 그림이 나타나게 하는 ‘논 아트’를 통해 별량면을 알리기로 했다. 지역 교육을 살리려고 모든 활동을 인근 학교의 현장 참여 수업과 연계시켰다. 덕분에 인근 도심에서 별량면 소재 학교를 찾아오는 학생 수가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올해 계획했던 행사는 취소됐지만 주민들은 창고에 보관하던 허수아비들을 바람이라도 쐬줄 겸 논에 전시해 놓았다. 마침 들녘을 찾은 아이들이 천천히 논두렁을 거닐며 허수아비들과 인사를 했다.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아이들. 내 입가에도 미소가 절로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