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아짐키아’가 ‘박정훈 군대 간다’를 외치고 있는 장면. 조회 수 79만을 기록했다. / 유튜브

"상게 망게 후후, 상게 망게 후후, 소연아 채소 먹자, 소연아 채소 먹자. "

숲에서 웃통을 벗은 외국인 남성들이 춤을 추면서 뜻을 알 수 없는 추임새를 넣으며 노래를 부른다. 이들의 중심에 있는 나무에는 한글이 적힌 종이가 붙어있고, 무리 중 리더로 보이는 남성이 어설픈 한국말로 이 문장을 말하면 나머지 남성들이 경쾌하고 발랄하게 이를 복창한다. 문장의 내용은 매번 바뀐다.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기도 하거나 사랑 고백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놀리기도 한다. 1~2분 정도 분량의 이 영상은 유튜브 채널 ‘팀 아짐키아’에서 볼 수 있다. 8월 17일 채널이 생겼고, 일주일 만에 구독자 수가 10만명을 넘었다. 15일 현재 37만명이 구독 중이다.

이 채널은 방글라데시인이 한국인을 상대로 만들었다. 댓글 다섯 개 중 네 개가 한국어인 것으로 미뤄봤을 때 구독자의 대부분도 한국인. 팀 아짐키아는 15달러(약 1만7000원)를 받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의뢰인이 보낸 한국어 한 문장을 반복적으로 말한다. 이들의 해맑은 표정과 어눌한 한국말이 합쳐져 인기를 끌었고 유튜브 구독자들은 “팀 아짐키아가 누구냐”는 의문을 가졌다.

팀 아짐키아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제이디 시폰(21)씨와 스카이프를 통해 화상 인터뷰를 했다. 그의 주위에는 영상에 출연한 남자들이 예닐곱 명 정도 앉아 있었다. 지금까지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총 열 명으로 모두 시폰씨의 동생, 친인척이거나 동네 친구다. 연령대는 초등학생부터 20대 초반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방글라데시 북부에 있는, 인구 4만명 정도의 바디 까마랏이란 동네에 살고 있다. 한국 외대에 재학 중인 방글라데시 유학생 압둘라 알 마루프(26)씨가 인터뷰의 통역을 도왔다.

시폰씨는 2015년 영상 촬영과 편집을 배운 뒤 파이버(fiverr)라는 인터넷 플랫폼에서 영상 제작 작업을 했다. 짧은 영상을 제작해달란 의뢰를 받으면 영상을 완성한 뒤 의뢰인의 메일로 영상을 보내주고 파이버에서 작업료를 받는 방식으로 일을 해왔다. 파이버에는 팀 아짐키아가 만드는 것과 비슷한 형식의 영상이 세계 각국의 언어로 올라와 있다. 팀 아짐키아가 처음 만든 형식은 아니란 얘기다. 시폰씨는 “두 달 전쯤 한국인이 영상 제작을 의뢰하면서 그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의뢰인 때문에 채널을 만들어 영상 딱 하나 올렸을 뿐인데, 이게 급속도로 공유가 되고 퍼져 나갔다”고 했다. ‘아짐키아’는 시폰씨가 아주 어렸을 때 방글라데시에서 인기를 끌었던 TV 프로그램에 등장한 주인공의 이름. 한국어로 댓글이 달리고 한국의 구독자 수가 늘자 시폰씨는 아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채널을 운영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올린 영상은 총 49편. 의뢰를 받은 것도 있고 팀 아짐키아가 자체 제작한 것도 있다.

팀 아짐키아가 한국을 겨냥한 채널이 되자 “이 팀의 리더가 한국에서 일하다 방글라데시로 돌아간 사람”이란 소문이 생겼다. 시폰씨는 “한국에 가본 적도 없고, 이 채널이 유명해지기 전까지는 한국이란 나라가 있다는 것 정도만 알았다. 심지어 북한과 남한이 따로 존재하는 줄도 몰랐다”고 했다. 의뢰를 받은 한국어 문장의 발음과 뜻은 모두 네이버의 통번역 프로그램인 ‘파파고’를 통해 익혔다. 최근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고, 지금은 모음을 연습 중이다. ‘ㅡ’ 발음을 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초반에는 이메일을 통해서 영상 제작 의뢰를 받았다. 하루에 300~500건의 이메일이 오자 시폰씨는 이메일 의뢰를 없애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댓글에서 구독자들의 반응을 보고 만들 영상을 정한다. 시폰씨는 일주일에 영상 한두 편만 유튜브에 올린다. 팀 아짐키아가 영상 제작으로 한 달에 버는 돈은 27만~34만원. 인터뷰하기 일주일 전 쯤 유튜브의 광고비 집행 신청을 해서 아직 유튜브 수익은 없다. 지난해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1인당 국민 총소득은 1943.67 달러다.

팀 아짐키아가 제작해 40만 조회 수가 넘은 ‘독도는 우리 땅’ 영상이 삭제가 됐다. 일본 구독자들이 항의를 하고, 유튜브 측에 신고를 많이 하자 채널이 삭제될까 봐 팀 아짐키아가 영상을 내렸다. 시폰 씨는 “한·일 관계나 독도에 얽힌 역사를 전혀 몰랐다. 요새는 한국 문화와 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한글날이란 게 있다는 걸 한국인 구독자의 댓글을 보고 알았다. 한글의 역사도 공부했다. 한글날 기념 영상은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다”라고 했다. 회사나 제품 홍보를 위한 영상을 만들어달란 요청도 받는데 최근 국내 한 기업으로부터 “코로나가 끝나면 팀 아짐카아의 한국 방문을 주선하겠다”는 제안도 왔다.

팀 아짐키아가 인기를 끄는 현상에 대한 비판적인 반응도 나왔다. 웃통을 벗고 춤을 추는 방글라데시인을 원주민처럼 바라보고 이들이 어설픈 한국어를 하는 것을 구경거리로 만드는 게 인종차별이거나 개발도상국에 대한 편견이란 비판이 나왔다. 시폰씨는 “구독자들의 제보로 그런 내용의 기사를 봤다. 우리한테 어떤 의도나 기분으로 이 영상을 만드는지 한마디도 안 물어보고 쓴 기사다. 우리는 이 채널을 통해서 전혀 몰랐던 나라를 알고 그 나라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강요받아서 하는 게 아니라 즐기면서 한다”고 했다.

“한국인을 위한 영상을 제작하면서 저는 더 넓은 세계를 알게 됐습니다. 팀 아짐키아는 이 영상을 만드는 게 즐겁고 한국 사람들 역시 이걸 즐긴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함께 즐기고 노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요?”